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한반도 인근 기상이변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태풍의 강도변화에 따른 이상파도를 반영한 항만, 해안시설물 설계기준 파도높이를 재 산정해 피해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위기관리경영 - 글 김용삼 기자>

전국 심해 설계파 산출 연구
지난 2008년 충남 보령시 죽도 선착장에서 거대파도로 인해 관광객 등 9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잠잠하던 바다에 순식간에 높이 10ｍ 안팎의 파도가 일더니 금세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나중에 밝혀진 사고 원인은 이상파랑 현상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상파랑 현상은 수심 50ｍ 근처에서 발생하는 파동인 ‘천해파’와 저기압이 비슷한 속도와 방향으로 나란히 이동할 때 발생한다. 천해파가 수심이 얕은 해안에 가까워지면 에너지가 축적돼 파고가 높아진다. 여기에 저기압은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동시에 파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압이 1헥토파스칼(hPa) 내려갈 때마다 해수면은 1㎝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파랑 현상은 바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발생했다가 사라진다. 2008년 보령에서 발생한 이상파랑 현상 역시 두세 차례 높은 파도가 일어난 뒤 수 분 만에 끝났다. 이같이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의 강도가 세지면서 파도의 크기로 인한 등 연안지역의 피해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 윤진숙)는 최근의 해양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항만·해안시설물의 설계에 가장 기초가 되는 ‘먼 바다 기준 설계높이 재 산정’을 위해 ‘전국 심해 설계파 산출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형 태풍과 파괴적인 고파랑 증가
파랑의 높이 산정은 방파제, 항만과 같은 연안시설물의 계획, 설계, 시공 및 사후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보다 정확한 파랑의 정보를 얻기 위해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 및 해안시설물 설계를 위한 먼 바다 기준 설계높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산정한 2005년 12월의 ‘전 해역 심해 설계파’를 기초로 해 구조물의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매미, 나비, 무이파, 볼라벤·덴빈 등 최근 대형 태풍의 발생 빈도와 외력이 강화돼, 파괴적인 고파랑이 증가함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을 반영한 먼 바다의 기준 설계높이 재 산정 연구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고파랑과 지속시간이 큰 대형으로 내습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무이파와 볼라벤의 경우는 지속시간이 10hr 정도로 태풍 10개가 연속적으로 내습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먼 바다의 파랑 상태를 정밀하게 산출하고, 최근 축적된 관측자료와의 비교 검증을 통해 정밀한 결과를 도출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 결과는 전국의 항만 및 어항시설물의 설계 등 공학적으로 활용하고, 각종 연안 산업 활동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계획수립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