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북한체제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창립한 국회위기관리포럼(대표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월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반도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럼은 북한의 급변화는 2012년 이후로 주목되며 단계적 통일은 바람일 뿐이고 북한회복에 탈북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발표해 주목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철의 장막이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는 끝났지만 북한을 두고는 그대로 존재해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알기 어렵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서 국민들이 ‘위기인가 기회인가’가 아니라 ‘기회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축사를 대신했다.

또 이날 세미나에는 한나라당 공성진,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과 안경률 사무총장, 김효재 대표비서실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호, 김동성, 김성희, 박영아, 안상수, 안형환, 이주영, 이철우, 원희목, 정옥임, 현경병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의원, 친박연대 김을동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2012년 이후, 북한체제 급변 가능성 높아

	행사 시작에 앞서 축사를 하고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허남성 교수는 2012년~2020년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 시기는 급변사태라는 ‘위험’과 그로 인한 통일이라는 ‘기회’가 공존한다”며 “2020년으로 갈수록 위험은 증대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기회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2년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고비를 겪게 될 것이고 획기적인 개혁·개방 없이는 조만간 내구력의 한계점을 지나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중국이 북경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경제적 발판을 마련해 개혁·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민주화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고 이 열풍은 2012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폐쇄 장벽을 넘어 동토로 흘러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12년은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해이며 예정대로라면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 단독행사로 전환될 시기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미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소위 ‘조국통일 완성의 해’로 선포했다는 근거를 강조했다.

홍 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중국은 친한 일변도의 한반도 정책을 수행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승계로 중국은 한국 내 친북 좌경 세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인식하고 종전의 북·중강화와 한반도 분단 지속, 북한과는 정치·군사를 남한과는 경제문화교류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게 됐다”며 “중국은 향후 북한 붕괴 징후가 발견되면 북·중 접경지역에 군대를 동원해 북한 난민의 대량유입을 적극 차단하고 국경지역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한미연합군의 움직임에 앞서 자국의 국민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목과 북·중간 군사동맹을 들어 미리 군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주제발표 후 토론에 참여한 허 교수는 “북한 체제위기에 대비한 방안으로 대량탈북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법규 마련 등 제반대책의 강구하고 대량살상무기의 투명한 처리를 위한 공개적인 천명과 북한접수를 위한 각종의 행동계획을 사전에 작성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일 이후… 부자권력 세습·군부집단지도 체제 형성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이근관 서울대 교수,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

토론에 참여한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권력구도를 두 가지로 예상했다. 부자권력 세습에 의한 권력구도 재편이거나 군부집단지도 체제 형성이라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의 권력승계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할 때는 김일성 유일지배체제가 공고해 안정적인 권력유지기였기 때문에 순조로운 세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경제난은 물론 동구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됐고 구소련과 중국의 개혁·개방추세 격화에 따라 국제적인 사회주의 연대망이 붕괴돼 심각한 체제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은 비공개적 차원에서 매우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찍부터 공개적으로 추진할 경우 권력이 이원화돼 김정일 권력의 공고화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기 지도자는 IT 산업기술, 국제적 금융흐름, 자본주의 시장경제 메카니즘과 개방된 대외관계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다양하게 겸비해야 하기에 김정남이 가장유력하다”며 “3대 세습정권이 들어서든 군부집단체제가 들어서든 기존체제를 크게 변화시킬 체제붕괴 상황이 즉각적으로 도래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며 기존의 획일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통일은 허상일 뿐
이날 토론에 참석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남한에서는 남북경제 차이가 너무 커서 많은 사람들은 독일식 흡수통일을 경제적 재앙으로 보게 되고 단계적인 통일을 기대한다”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사회의 특성을 분석해 보면 이 희망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단계적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이 중국식 개방을 해야 하겠지만 남한의 실정에 대해 알게 될 북한 주민들은 부자국가 남한과의 흡수통일을 통해서 자신의 난관을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교수,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같은 민족의 선진국가가 없는 중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결국 개혁과 개방 그리고 단계적인 통일의 시도는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 지도부 또한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강경한 쇄국 정책과 민중에 대한 엄격한 통제의 유지를 북한 국가의 계속적인 생존 조건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좋든 싫든 흡수통일의 대안은 없고 통일을 연기하는 정책은 문제를 첨예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탈북자사회서 엘리트 찾아야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북한체제의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협력개발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아래에서 압력을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 안에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고 유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탈북자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북한체제 붕괴 이후 탈김시대에도 북한 간부의 영향은 계속될 것이고 이를 필요악으로 볼 경우 북한의 회복을 지도할 대안은 새로운 엘리트의 준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한 인재는 탈북자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