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포커스 2008년 9월호 커버스토리 “특별재난지역 선포된 봉화군 ‘초동대응’ 분석” 후속기사를 준비하던 중 지난 9월9일 국회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업무보고에서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에게 ‘봉화군의 대형 자연재난 보고사실 누락’에 대해 질의, 자체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문책 지시를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소방방재청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재난상황을 보고하지 못한 경위에 대한 대변’을 요구, 지난 9월9일 오후 서면 답변을 받았다. 재난포커스 10월호에서는 소방방재청의 서면 답변을 토대로 경상북도 봉화군의 당시 상황을 다시 분석했다. 봉화군과 같은 사례가 또다시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 8월1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봉화군의 재해 당시 초동대응과 경상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대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상황보고 체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겨줌에 따라 중앙은 물론 여타 자치단체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유사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기에 관련 자료를 토대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 편집했다. <재난포커스 9월호 22쪽 참조>

최성룡 소방방재청이 지난 7월26일 경상북도 봉화군 피해현장을 방문 후 봉화군에서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피해 양상이 매우 심각했음에도 피해상황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이의 개선과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조사를 지시했다. 결국 소방방재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은 지난 8월9일과 10일 양일간 경상북도 담당 공무원과 함께 지난 8월1일 재난특별지역으로 선포된 경상북도 봉화군에 방문, ‘지난 7월25일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난 대처상황 등’에 대해 조사했다. 봉화군은 지난 7월23일부터 26일까지 발생한 호우피해로 사망 8명, 공공시설피해 229개소(도로·교량 33, 하천 39, 소하천 45, 육상쓰레기 8, 철도 2, 임도 4, 산사태 18, 마을기반조성1, 기타 79), 사유시설피해 주택 175동(전파 25채, 반파 19채, 침수 131채), 농경지 178ha, 농작물 249ha, 가축 894두 등의 피해를 입었다.

군수·부군수의 정상 근무사실 확인
소방방재청은 우선 기상특보기간 중 군수와 부군수의 근무실태를 조사했다. 지난 7월25일 오후 6시40분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이 호우피해에 대한 봉화군수와 전화통화시 퇴근중이라고 한데 대해 조사했다. 봉화군수는 지난 7월25일 주간 현장방문(춘양 의양, 물야 아곡, 소천 현동 현장) 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과 통화한 것으로 집에서 옷을 갈아입은 7월25일 오후 6시40분 이후 물야면장과 함께 관내 물야면 개간천 수해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봉화군수가 춘양면 의양리 침수현장, 물야면 개단리 아곡, 소천면 현동수해현장 방문과 군수주재 비상대책회의를 2회(7월25일 오전 7시, 오후 5시) 주간에 실시했다는 봉화군의 주장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현장사진 등을 통해 7월25일 오전 2시30분경 춘양면 의양리 침수보고를 받고 오후 4시경 춘양면 이재민 대피소 및 오후 4시40분경 춘양면사무소 방문을 확인했다.

봉화군 부군수는 지난 7월24일 오후 11시 출장지로부터 귀청해 기상특보에 따른 비상근무에 임했다는 주장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봉화군 운전기사로부터 부군수가 비상근무 한 것을 확인했다. 봉화군 부군수는 7월25일 춘양면 침수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4개 수해현장(춘양 침수지역, 국도 88호 붕괴현장, 지방도 915호 산사태현장, 춘양 서벽3리)을 방문했다는 사실에 대해에서도 소방방재청은 당시 출장을 수행한 봉화군 예산계장, 춘양부면장 등을 통해 수해현장에 출장한 것을 확인했다.

봉화군 근무, 재난상황대처 허점 많아
봉화군의 군수와 부군수의 비상근무는 정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군 직원들의 근무 상태에는 허점이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24일 오후 8시30분 호우주의보 발효시 안전관리계획 및 자연재난대응매뉴얼에 의거 비상근무를 소집했어야함에도 호우경보로 대체된 이후인 7월25일 오전 0시27분에 공무원비상근무를 소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우주의보 발효시 봉화군은 안전관리계획 및 자연재난대응매뉴얼에 의거 전직원의 3분의 1(1/3)을 비상근무 소집하지 않고 건설재난관리과만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봉화군은 7월25일 0시 호우경보로 대체되자 0시27분과 오전 1시44분 호우경보에 따라 비상근무토록 지시함에 있어 안전관리계획 및 자연재난대응매뉴얼에 의거 비상근무 대상에게 통보해야 하나 비상근무조 편성없이 전직원에게 통보해 응소율이 저조했다. 또 비상근무에 응소한 직원에 대해서는 각각 실무반 임무를 수행토록 했어야 함에도 이를 방치해 재난상황 보고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비상근무 미 응소 공무원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재난관리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24일 오후 11시경 농어촌도로 101호선 통제부터 시작해 도로침수, 주택침수, 인명사고 등 재난사고 발생즉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0조와 같은 법 제24조에 의거 경북도지사에게 보고했어야 함에도 재난발생 후 8시간이 경과한 7월25일 오전 5시25분 인명사고 발생만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단계별 실효성 있는 실무반 편성 필요
소방방재청은 봉화군의 사례를 거울삼아 제도개선책을 만들었다. ▲재난단계별 실효성 있는 실무반 편성 필요와 ▲크로샷(문자메세지)을 이용한 비상근무 소집 개선 필요 등이다. 봉화군은 대응단계별 비상소집 및 비상근무를 위한 실무반을 편성하지 않았다. 호우주의보시에는 봉화군재난안전관리계획에 의한 전직원의 1/3을 비상소집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호우주의보 발효(2007년 8회)에 따라 잦은 비상근무 소집으로 비상근무에 둔감한 상태였다.

호우경보시에도 재난발생의 위험도를 인지해 전직원의 1/2 근무토록했으나 비상근무를 위한 실무반이 편성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대응단계별, 지역특색에 따라 근무인원을 재조정해 실효성 있는 비상소집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번 호우시 비상소집을 공무원들에게 크로샷(문자메세지)을 통해 심야시간에 통보했으나, 비상소집 사실을 인지하고 비상소집에 응한 공무원은 일부에 불과했다. 크로샷을 이용한 비상근무 소집 방법을 개선해 비상소집을 유·무선으로 병행시행토록 조치했다.

소방방재청은 경상북도 도지사에게 재난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봉화군 관련자(건설재난관리과 실무책임, 건설재난관리과 실무담당책임, 건설재난관리과 감독책임)에 대해 자체조사토록 통보했다. 기상특보시 비상근무 소집업무 소홀 및 보고지연과 관련된 공무원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 징계 등에 상응하는 문책 조치와 헌신적인 인명구조 활동 등을 펼친 봉화군 서벽1리 이현기 이장에 대해서는 정부표창 등 격려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또 향후 자율방재단 활동 등에 적극참여를 유도키로 했다.

소방방재청, 7가지 종합 개선대책 마련
소방방재청은 봉화군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7가지의 종합 개선대책도 마련했다. 첫째는 재난대책기간에 전담요원을 배치, 24시간 상황근무 강화, 둘째는 지역대책본부 비상근무 편성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실무반 편성 기준을 구체적으로 작성·운영토록 표준안 마련 시달), 셋째는 재난상황보고체계 확립 및 시스템 활용 교육 실시(재난상황을 가장 빨리 인지하는 소방서(119안전센터)에서 NDMS 상황전파시스템을 통해 시군구청은 물론, 계통보고, 상황근무자에 대한 상황보고체계 및 시스템 교육 실시), 넷째는 인적재난부서에 있는 상황실은 자연재난부서와 협조체계 강화(상황근무자 개인별 매뉴얼 등 임무를 구체적으로 작성·운영), 다섯째는 기상특보시 현장예찰활동에 대한 기록관리 강화(시군구 재난관리시스템의 현장영상(#4949)시스템 적극 활용), 여섯째는 재난업무 담당부서장 인사 이동시 유경험자 우선 배치, 마지막은 비상소집 수단을 휴대폰 SMS와 유선전화와 병행 실시 등이다.

경상북도 감사관실 한 관계자는 “봉화군에 발생한 대형 자연재난이 봉화군 공무원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대형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느 누구보다도 봉화군의 모든 공무원들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소방방재청에서 관련자 징계 등 문책 조치하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재난상황 당시 최선을 다한 공무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9월16일 오후 현재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봉화군 관계자에 대해 어떠한 조치든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 한 전문가는 “봉화군 공무원들이 어느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인명과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군수와 부군수 주재 대책회의 때만이라도 경상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재난상황을 전화로라도 통보했더라면 공무원 징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앞으로 제2, 제3의 봉화군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순히 관련 공무원 몇 명을 문책하는 형식보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재난상황관리 전반에 대한 현행 운영체계를 재확인·점검하고 개선·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상황관리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전쟁터’에서 7가구 대피, 4명 구출 이현기 봉화군 춘양면 서벽1리 이장       '전장'에서 5시간만에 7가구를 대피시키고 4명을 구출한 봉화군 춘양면 서벽1리 이현기 이장.   칠흑 같은 어둠에 무시무시한 번개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폭우가 지속된 지난 7월24일 오후 11시30분부터 7월25일 오전 5시 사이에 7가구를 대피시키고 4명을 구출한 이현기(55세)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1리 이장은 난세의 ‘영웅’이었다. 소방방재청은 이 영웅에게 표창 등 격려할 예정이다. 이현기 이장은 7월24일 오후 11시30분경 빗줄기가 굵어지자 마을을 통과하고 있는 개천이 범람 직전임을 확인하고 저녁 12시까지 마을앰프방송으로 대피방송을 3차례 실시했다. 마을저지대 세대부터 잠을 깨우기 시작했으나 주민들의 반응이 없자 양철지붕, 창문 등에 돌을 던져 주민들을 깨워 대피토록 유도했다. 7월25일 오전 2시 경 주택침수로 주민이 물 밖으로 겨우 목만 내놓은 상황으로 주택에 접근이 어렵게 되자 인근에 있는 사다리를 이용해 방안에 접근, 2명을 구출했다. 이어 새벽 3시경 영주소방서 구조대가 춘양면에서 서벽리로 가는 도로가 차단돼 구조대 출동이 불가능하니 인명을 구출해 달라는 유선전화가 있어 주민 2명을 구출했다. 새벽 4시경 산중에 밤새 대피중인 3명이 저체온에 시달리는 것을 알고 마대가마니로 보온토록 하는 등 밤새워 주민대피 유도 및 인명구조 활동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