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사태이후 세계적으로 국가안보 및 재난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진 가운데 2002년 강원과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전 국토를 휩쓴 태풍 루사로 인해 국내 재난 및 안전관리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루사는 하루 최고 1천㎜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를 퍼부었고 이로 인해 사망 213명 실종 33명 이재민 9만여명 등의 인명피해는 물론 5조4696억원의 재산피해를 준 태풍이다. ‘특별재해지역’은 이로 인해 생긴 신설제도이며 이로 인해 기존의 법 조항까지 개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 대구지하철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국가적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고 이에 따라 2003년 소방방재청이 출범하게 됐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터진 국보1호 숭례문 소실 사건으로 소관업무를 일부(?)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기는 했지만 설립 목표처럼 국토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지킴이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소방방재청 최성룡 청장을 만나 지난 1년을 회고해 보고 향후 목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재난포커스 - 이규복 기자  kblee@di-focus.com >

새 정부가 들어서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출범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소방방재청으로 일원화 돼 있던 국가 재난안전 분야의 업무가 이원화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행안부와 방재청의 업무는 분명 다르다고 봅니다. 행안부가 국가 재난 및 안전을 위한 총괄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라고 볼 때 방재청은 실질적으로 일선에서 국가 재난 및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방방재청 최성룡 청장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 비록 바쁜 업무로 인해 두 눈이 뻘겋게 충혈 돼 있었지만 남자다운 호남형 얼굴 속에 간혹 드러나는 눈빛이 전장을 호령하는 장군과 같은 강한 기개를 전했다.

최 청장은 고교 졸업 후 30여년의 현장 경험과 재난대응 이론을 정립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 재난분야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재난관리 전문가이다. 또 소방간부후보생 1기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후 지방소방서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한 실무형 리더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현장업무 경험과 소방행정학의 전문성을 담보한 국가 재난안전관리의 적임자로 평가 받아왔다.

업무를 꼼꼼히 챙기면서도 자상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하위직 직원들과도 격이 없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 등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을 듣는 최 청장은 중앙소방학교장 재임시절 소방관의 순직사고를 안타까워하며 이를 기리기 위한 소방충혼탑을 건립하기도 했다. 최성룡 청장은 “소방방재에 있어서 완료란 있을 수 없다”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소방방재청 모든 조직원들의 활동은 1년 365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을 ‘안전관리의 총채적인 책임자’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소방관을 그저 ‘불 끄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볼 때 소방방재청의 위상과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범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성룡 청장과의 1문 1답
2008년 한해를 되돌아 볼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고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3월8일 취임한 이후 70여회 이상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많은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때 보다 나은 재난관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장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가급적 자주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소방·방재 담당자들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현장에서 만난 담당공무원들의 목소리와 눈빛에 담긴 사명감이 인상 깊이 남아 있습니다. 취임 후 인적 물적 피해가 막대한 대형사고의 예방과 소방공무원들의 순직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고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도 있었으나 사고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25일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 고시원 화재와 12월5일 이천물류창고화재 등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또한 8월20일 서울 은평구 나이트클럽 화재로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사고와 11월14일 강원도 인제군 및 11월20일 동해시에서 각각 1명씩의 의로운 소방관이 현장에서 순직한데 대해 깊은 책임감과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사고의 희생자들과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의 명복을 빌며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을 재삼 다짐해 봅니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추진한 많은 사업들 가운데 특히 애정이 가고 기억에 남는 사업은 무엇이었는지요?
정부조직개편 이후 행정안전부와 유사·중복업무를 분석·조정하고, 새정부 국정운영 방침에 맞춰 소방방재청 조직을 개편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포괄적 안전관련 정책총괄 및 조정기능은 행정안전부가 맡고 재난관리 분야의 예방, 대응, 복구 등 집행적 기능은 소방방재청에서 수행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소방방재청 내부적으로는 대과체제로의 조직개편을 통해 유사·중복기능을 통폐합하고 새로운 재난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로써 특수재난대비과와 기후변화대응과를 신설했습니다. 가장 애정이 갔던 사업은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개선 및 소방산업 발전 등 중·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한 주요 정책의 추진기반을 확보한 것입니다. 소방공무원 사기진작 및 소방방재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현장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장기적으로 부족한 소방인력을 확충하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소방산업의 발전기반 조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습니다. 이처럼 현장중심의 행정을 강화하는 한편 소방방재 지식경영을 추진함으로써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조직역량을 증진시키고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특별관리가 필요한 대형재난에 대해서는 후속정책 추적관리를 통해 사후대책의 책임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입니다.

국내 소방방재, 재난안전에 대한 시스템 및 대응체계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간 소방방재청은 선진 재난관리시스템 도입과 대응체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재난관리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난·안전 총괄·조정기능과 긴급구조통제단의 현장대응체계를 확립하고 담당공무원의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이 참여하는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매년 실시함으로써 통합적 재난대응능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유관기관 간 협력 미흡, 신속한 상황보고 및 대응 미흡, 지휘체계 혼선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는 관련 기관과 단체의 적극적·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이 아직까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재난관리시스템은 1개 기관의 노력이나 역량만으로는 확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재난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우며 관련 기관·단체의 재난정보 교류 및 총괄·책임자의 긴급·정확한 의사결정이 요구됩니다. 이런 긴급 재난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각 기관·단체의 재난정보 공유시스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등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수기관이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재난관리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방관 및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고 처우나 복지가 미흡한 반면 업무는 과중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고려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요?
지난해 5월6일부터 열악한 소방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대국민 소방서비스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격무부서 소방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내근인력 재배치를 통해 3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방소방공무원 정원 3만1435명 중 교대근무 인원은 2만4981명이며 이 가운데 2교대 근무자는 1만8528명(74%)이며 26%인 6453명이 3교대 근무 중 입니다. 3교대 근무의 전면 실시를 위해서는 현재 2교대 근무자의 50%인 9264명의 충원이 필요한데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전면 3교대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통해 매년 부족인력을 총액인건비에 반영하고 가칭 ‘소방재정 특별법’ 제정 및 보통교부세에서 소방교부세를 분리·신설 하는 등 재원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119를 통한 대국민 서비스가 폭넓게 확고히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이런 대국민 서비스를 비응급상황에서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실태와 향후 119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실 계획인지요?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서 119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정작 위급한 사람들은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동물구조, 문 개방, 단순 안전조치 등의 구조요청과 만성질환자, 감기·치통 등 단순환자, 만취자 이송 등의 구급요청을 비긴급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7년도 구조구급 통계상 비긴급 활동으로 분류된 현황은 구조활동의 경우 전체 구조건수 14만6019건 중 동물구조 2만6264건(18.0%), 문 개방 1만8019건(12.3%), 단순 안전조치가 6564건(4.5%)에 이릅니다. 구급활동은 대상자가 환자이므로 비긴급 상황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전체 이송환자 123만5609명중 12만1110명(9.8%)이 비응급 환자로 현장 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구급대원들이 판단했으며 만취자 이송도 2만7859(2.3%)명이나 됐습니다. 고객맞춤형 119서비스 구현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병원 전(前)단계 응급의료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구급전문인력 확충과 원격 화상 응급처치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각종 테러에 대비해 테러대응 전문교육훈련을 강화하고 대테러 첨단장비를 보강하는 등 테러 대응능력을 한층 강화시켜갈 계획입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가 지난해 5월과 6월 확정됐는데 업무 중복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조정이 됐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 중입니다. 기존 소방방재청 방재국의 업무가 거의 모두 행정안전부로 넘어갔다는 내부 불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부조직 개편이후 제기된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의 업무 중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양 기관의 기능과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조정 중입니다. 재난관리 기능 분석 등을 위한 TF를 구성해 기능 조정 및 보고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행정안전부의 총괄·조정 및 정책기능과 소방방재청의 전문성 및 집행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입니다. 즉 양 기관 간의 명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 재난관리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범부처 관점에서 포괄적인 재난·안전관련 정책총괄 및 조정기능은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고 자연·인적재난 초기대응 및 응급조치, 평가·복구·점검 등 재난관리 집행업무와 민방위, 소방업무 총괄은 소방방재청에서 수행할 것입니다.

소방방재청의 통합적무선지휘통합망 사업이 지난해 2월 감사원 감사 결과로 인해 중단됐고 현재 전국 확산 사업이 중지된 상황입니다. 오는 3월 기획재정부에서 전국 확산사업뿐만 아니라 추가 사업을 진행할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청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통합무선통신망 사업은 국회 및 언론 등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사업이고,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사업추진방식 부적정, 독점 및 예산과다투입 우려 등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사업을 중단하고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정하게 사업 타당성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며 현 상황에서 타당성 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하는 타당성 재조사의 결과에 대하여 전망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난현장에서의 일원화된 지휘통신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며 일원화된 재난현장 지휘통신체계 확보라는 목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장기적으로는 달성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어떤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신지요?
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한국 실현을 위해 예방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유사재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및 특수재난 관리 강화를 위해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할 방침입니다. 또한 양질의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방인력 부족과 소방장비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재난관리 학문연구 지원과 산업화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관협력 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STC(Shock Trauma Center; 중증 응급환자 전문 치료병원) 설립과 국제공동 R&D 회의 개최, 국제 수준에 맞는 CBRN(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 화학·생물학·방사능·핵물질 대응) 교육·훈련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현대사회는 ‘위험사회’입니다. 재난피해가 점점 대형화하고 일상화 되고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재난과 복합적인 재난이 빈발하는 등 재난관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난정책은 무엇보다도 ‘한발 앞선(One Step Ahead)' 상황관리와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재난으로 인한 국민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본책무가 주어진 만큼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성과중심’의 선진적 재난관리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입니다. 아울러 국민들도 이제 재난관리의 수요자로서가 아니라 ‘뉴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선진적인 안전문화 의식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동절기 취약시기인 만큼 대형화재 및 폭설 피해 발생이 우려됨에 따라 안전은 항상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과 내 가정, 내 직장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국민이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게 안전사고 없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