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단체가 지난해 12월15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4대강 하천정비사업- 한반도 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강 정비 사업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최영희 의원이 주관하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 3당 정책위원회와 350개 시민단체 모임인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 주최한 자리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4대 강 정비 사업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 1단계”, “짝퉁 대운하”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라 곳간 열쇠를 맡긴 것은 ‘경제를 살리라’는 임무를 준 것이지 죽을 쓰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며 “4대강 정비는 정부가 대운하를 다시 하려고 국민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환각제를 주입시키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의 핵심 내용은 대부분이 운하의 필수적 요소들과 관련돼 있다”며 “차후 4대 강 정비를 라인을 연결하면 바로 대운하가 된다”고 밝혔다. 금융경제연구소 우석훈 연구원 역시 “4대 강 정비 사업은 대운하 1단계 사업임이 분명하다”며 “대부분 강들을 연결시키기 전에 필요한 하천 준설과 제방설비로 구성돼 있어 나중에 강을 연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하천정비 사업은 토건국가의 극단화”라며 “국민 세금으로 운하사업 1단계를 추진함으로써 향후 운하사업 사업비를 줄이고 경제성을 높이는 효과를 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부는 총 사업비 약 14조억원을 투입해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 강을 정비하기로 했다. 하천에 약 8조억원, 농업용 저수지 개발과 중소규모 댐 등에 6조억원이 투자된다. 국토해양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이르면 2009년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 12월 말부터 8300억원을 들여 충주와 대구 등 7개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선도사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연 2조 7000억원의 피해 비용과 연 4조 2000억원의 복구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대규모 건설사업이 이뤄지면 신규 일자리가 19만개 생기고 23조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4대 강 정비 사업이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발언에 빗대 우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하는 뉴딜은 의료보험, 대중교통 등 전체 70% 가까운 복지사업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강부자’를 위한 사업으로 생태로써 경제성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관련 사업자만이 이익을 본다”고 성토했다.

수자원공사 안에 구성된 운하추진팀에 참여했던 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지난 5월 한반도 물길잇기와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양심선언 한 바 있다. 그 후에 정부는 이 비밀 TF팀을 해체하고 운하추진은 취소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었다. 하지만 최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이 팀이 실제로는 장소만 한강홍수통제소로 옮겨 청와대 국정기획실의 지휘를 받아 거의 매일 청와대에 보고하고 또 지시를 받아왔다고 한다.

결국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전 사업’이라는 각계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한겨례의 보도에 대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보고를 위해 지난해 11월초 임시팀을 구성·운영하였고 팀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수자원공사나 연구기관의 직원 없이 수자원 관련 전문인력인 공무원(9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야3당과 시민단체는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중 4대 강 하천정비 사업 예산의 90% 이상이 대운하 건설 예산”이라며 “대운하 건설 저지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계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서울대 교수 약 300명과 전국적으로 2000여명의 교수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며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계획은 운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유수로, 하도 정비나 제방보강, 댐 건설 등 운하로 운용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4대 강 정비 사업의 목적으로 홍수예방을 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큰 강이 넘쳐서 홍수피해가 난 적이 없다”며 “ 때문에 큰 강에 가서 둑을 쌓고 파내봐야 아무 보람이 없는 것은 물론 그동안 채취를 많이 해서 수심이 오히려 깊어졌는데 자꾸 파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14.1조원을 투입해 30만명 일자리 고용한다고 했다가 얼마 전엔 23만명이라고 했던 것이 이제는 19만명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공사가 끝나면 다 없어지는 직장이기 때문에 그 돈을 건설에 투자하는 것 보다 다른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0억달러 15조원 정도를 재생에너지부분에 투자해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재생 에너지는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영구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정부가 발표한 4대 강 하천정비 사업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신과 정당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재난포커스 - 이규복 기자  kblee@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