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감이 충청권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홍성군 광천읍과 은하면, 보령시 오천면과 청소면 등 5개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흉부 X-레이를 촬영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0여 명이 폐질환 소견을 받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강점기부터 석면광산의 개발·운영이 활발하게 진행 돼 왔던 이 지역은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노년층은 물론, 광산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주변 마을의 젊은 층에까지 폐질환이 발견되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는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어 올해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석면이 포함된 먼지는 아주 적은량이라도 호흡기를 통해 폐 속에 들어와 박히면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 흉막반, 폐섬유화, 악성중피종, 폐암 등의 호흡기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자’, ‘죽음의 먼지’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천연광물인 석면은 최근까지도 불에 잘 견디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이 뛰어나 자동차부품, 섬유제품 등에도 널리 쓰여 왔다.

지난 1월5일 충청권 석면광산 인근 주민들의 집단 폐 질환 발병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와 충남도 등 각 기관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응책과 구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여야 정치인들도 현장을 찾아 특별법 제정추진을 약속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국 21개 석면광산 가운데 15개(71.4%)가 밀집한 충청권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다.

발표초기 환경부와 충남도는 도내 석면광산 현황과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 못 한채 우왕좌앙 했고 구체적인 보상계획도 내놓지 못 했다. 특히 현재 보상이 가능한 산업재해보험의 경우도 당시 봉급명세서나 근로사실 증명서 등의 요건을 구비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상처 입은 주민들의 마음만이라도 달래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 빠른 대응책 마련과 적합한 보상대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1월12일 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석면의 공기 중 오염도 실태를 나타낸 ‘석면지도’를 제작·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최근 석면피해 노동자 유족 등의 집단소송으로 유명해진 연제구 연산동 제일화학을 비롯해 사상구 덕포동 동양에스앤지, 사상구 감전동 국제패킹산업 등 8개 공장 주변이다. 시는 앞으로도 연산8동 재개발지역 등 건축물 해체 공사장과 실내 공기질에 대해서도 석면 오염도 실태조사를 계속 벌여 나갈 방침이다.

< 재난포커스 - 최정환 기자  jhc75@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