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병석 위원장

지구촌의 재난재해가 날로 대형화·빈번화·다양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우리에게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의 가능성 낮은 일이라 치부하고 사전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도가 아닌 집 전체를 잃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늘었고 주위 환경 역시 초고층 건물과 지하복합 쇼핑몰 등의 급증으로 우리 생활 속의 위험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 철도와 도로 등 국가건설 및 국민의 편의를 위한 기관들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병석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 기반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의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 현황과 미비점 및 대책 등에 대해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재난포커스 - 이규복 기자  kblee@di-focus.com >

지난 한해 국가 위기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지난해 위원장님께서 위원회를 이끄시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해 하반기 제 18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토해양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나름대로 열심히 위원회를 이끌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국토해양위원회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해서 철도와 항만, 주택, 공공택지 조성 등 국가기반시설 건설 및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기관들이 집중돼 있습니다. 따라서 위원회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국민생활안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SOC건설 사업의 확대입니다. 미국 발 경제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의 한파가 국가경제를 위축시키고 서민들의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도로·철도·항만·건설 등 SOC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 산하 소속기관에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 철도와 도로 등 국가건설 및 국민의 편의를 위한 기관들이 대거 몰려 있습니다. 특히 이들 기관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발이 되고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 곳들이면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대 기반시설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막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위원회가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과 위원장님께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요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대규모 SOC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과정에서부터 안전이라는 단어를 빼 놓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건설되는 공항·철도·도로 등의 시설물들이 관리소홀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재난을 안겨 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및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을 계기로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교량, 터널, 다중이용건축물 등 주요 대규모 시설물을 지정해 주기적으로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점검결과에 따라 시설주체의 보수·보강 의무이행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전강화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주요 시설물 및 민간취약시설물(도표 참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제도개선 및 정보체계 구축, 진단기술개발, 교육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현재는 선진국에 앞서는 안전관리제도로 정착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다 효과적인 재난예방을 위해서는 설계·시공·감리 등 시설물 건설과정의 안전관리 강화와 사후 진단체계의 연계성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함께 자연재해에 따른 안전 위협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지난해 5월 중국 쓰촨(四川)성의 강진(규모 7.8)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에서 대규모 지진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구의 판 구조론에 따른 판 경계선상에서 벗어나 있어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1978년 홍성지진(규모 5.0) 이후 현재까지 규모 5.0이상의 지진이 5건(최대: 규모 5.2, 1978년 속리산 지진)에 이르는 등 연평균 25회, 규모 4~6미만 지진 발생 36회 등 중소규모 지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국내지진발생현황도 참조)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에서도 지난 78년 홍성지진 이후 1979년 댐, 1985년 터널, 1988년 건축물, 1992년 교량, 2000년 항만시설, 2004년 공항시설 등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해 평균 규모 6.0의 강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진설계가 반영이 안 된 기존 국가 주요시설물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내진보강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변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의 강도가 점차 강력해 짐에 따라 내진설계기준의 적합성 등에 대한 재검증과 내진설계가 안 된 시설에 대해서는 조속한 내진 보강이 시급합니다. 일례로 소규모 건축물들에 대한 내진보강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진발생시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소규모 건축물들로서 3층 이상 건물 중 약 16%가 내진설계 적용대상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매뉴얼’을 제작·배포함과 동시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내진설계 적용 및 기존 건축물 내진보강 시 세제지원 대책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민간분야인 관계로 체계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진설계제도 등에 관한 개선 및 건축구조 설계기준 개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내진보강 대상 및 기준을 재정비하고 내진보강 유도를 위한 세제지원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해양사고에 대한 해상안전관리체계의 강화도 중요합니다.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로 인해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 했으며 그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양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안해역 선박운항관리 강화 및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항만위주의 VTS(선박교통관제시스템) 관제범위를 최근 해양사고가 빈발하는 서남해 연안까지 확대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림참조) 또한 방제능력 향상을 위한 중·대형 방제정 건조를 비롯 방제장비 확보 등 대응역량 강화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쓰나미 이후 세계적으로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 예방 복구 등을 위한 표준이 요구됐고 이에 따라 ISO에서 사회안전(ISO/TC223 Societal security)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국가표준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최근 이 국제표준을 기술표준원이 국가표준으로 고시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풍수해와 지진 등 다양한 재난에 대한 주요시설물의 안전관리 체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준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도 국제적인 재난·재해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제재난안전관리표준(ISO/TC223 Societal Security)’을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재난 안전에 관한 국가표준’을 고시했으며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정부가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소관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재난안전관리와의 연계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국가 차원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대한 위원장님의 생각과 위원회 차원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있는지요?
지구 온난화 등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재난이 점차 다양화 대형화 되고 있습니다. 이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통합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인 통합적 안전관리체계구축을 위해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로 조직을 개편해 재난안전관련 법령정비를 비롯해 안전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예방·대비·대응단계별 재난 및 소방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난안전 분야는 국민생활과 재산이 관련된 모든 분야가 포함되는 관계로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며 관련 법령도 15개 부처에 100개 이상의 개별법이 제각각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같이 광범위한 안전관련 법령 및 각종 안전관련 계획과 제도 등을 모두 한꺼번에 통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정부의 재난총괄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통합관련 과제들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들과 관련기관 및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장단기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각 부처에서 전문성과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재난관리 분야에 대해서는 통합보다는 연계성에 중점을 둬 추진하는 것이 해당 재난관리 분야의 발전 및 국가차원의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됩니다. 재난관리는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각종 사업 추진 및 안전기준 강화 등 예방활동이 제일 중요하나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한 초기대응을 통해 2차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토해양부는 도로, 철도, 수자원, 항공 분야 등 국가주요기반시설 재난(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현재까지 재난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도로, 철도, 수자원, 항공분야에 이어 부처 통합에 따른 해양 분야까지 재난(안전)관리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선 통합재난관리시스템의 조속한 구축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 분야의 재난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현재 국토해양부의 12개 소속·산하기관에서 운영 중인 19개 재난(시설물)관리시스템을 연말까지 연계 통합 및 첨단화한 통합 재난상황실 운영시스템을 개발 구축토록 할 계획입니다. 대규모 재난발생 등에 대비한 효율적인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제도나 법령, 시스템 등의 개선과 병행해 일원화된 조직체계 정비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가재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대통령실 국가위기상황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들이 분산돼 있어 일원화된 재난관리업무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안전관리체계 강화를 위해선 이들 기관들을 한 개의 단일기관으로 통합하는 조직의 정비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국회에서 U-시티 관련 토론회가 연린 바 있습니다. U-시티 주관부서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타 위원회와 타 부처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U-시티가 분명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대형 사고에 대한 방비를 강화하는 등 안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나 해결방안으로 구상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요?
U-시티는 첨단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언제 어디서나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도시를 말합니다. 현재 U-시티 산업은 초기 단계로써 지난해 3월 제정된 ‘U-City 건설법’ 제정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있었으나 논의 끝에 국토해양부가 주관이 돼 법령 제정이 이뤄졌습니다. U-시티가 신성장동력으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특정부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관련 타 부처 및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U-시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U-시티를 통해 대형사고 대비 등 안전에 대한 우려도보완해 나가겠습니다. U-시티는 도시 내 각종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구축된 화성 동탄의 예를 보더라도 상하수도관리, 도시시설물관리(가스 등), 방범서비스 등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U-시티를 통해 사전에 재난을 대비하고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응급처치가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안전 확보와 철저한 도시시설물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재난 예방 관련 서비스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에서 R&D사업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회도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U-시티에 필요한 각종 예산 및 법 개정 지원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이슈 가운데 하나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에 대한 재난안전관리입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삼성동의 아셈타워 및 지하 코엑스몰처럼 50층 이상의 고층 건물과 대형 지하 쇼핑몰이 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건축물에 대한 관리규정이 없다 보니 재난안전부분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위원회 차원에서 대안으로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국토해양부의 업무현황을 점거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복합건축물의 안전관리를 강화 할 수 있도록 위원회 법률안 심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그동안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에 대해서는 관리규정의 미비로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회 차원에서도 건축법 등 관계법령 및 정책마련을 추진함과 동시에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향후 위원장님께서 추진하고자 하시는 국가 위기관리체계는 무엇인가요? 또 올해국토해양위의 최대 과제는 무엇이고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최대 과제는 무엇인가요?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재난이 점차 다양화 대형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기발생 이후 사후관리 보다는 위기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아무리 완벽한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는 큰 피해를 입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전에 위기 징후를 발견해 대응할 수 있다면 적은 힘과 노력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류에게 경고를 던지고 있는 수많은 재난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현실화 되지 않고 교훈으로 남게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울러 올해 국토해양위원회의 최대과제는 국민의 생활안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SOC건설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들을 독려해 나가는 것입니다. SOC에 대한 투자 확대가 국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위원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