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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열리는 ‘소방방재엑스포’ 진단
“여러 행사 통합해 효과 극대화 필요”
소방과 방재 인식, 새롭게 정립 ‘소방방재청 책임’
2009년 03월 10일 (화) 13:09:40 김성훈 기자 ksh@di-focus.com

좋은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그 정보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현재 국내에서 개최되는 방재 관련 박람회들은 산업 관계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그런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방재산업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수의 박람회가 개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특히 소방방재청 주최라는 이름하에 소방과 방재로 나뉘어 개최되는 현 방재 관련 박람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 향후 효율적인 통합 운영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 재난포커스 - 김성훈 기자 ksh@di-focus.com >

박람회는 특정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재해 재난 관련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방, 방재 분야에서는 3차례의 대규모 국제 박람회가 개최됐다.

박람회, 많이 개최할수록 좋다?
   
   
제5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 제2회 DEMEX(국제방재산업기술전), 2008 삼척국제소방방재장비엑스포가 그것이다. 이들 박람회에서는 방재 관련 분야의 최신 트렌드와 기술이 소개됐다. 이 같은 박람회 참가를 통해 기업들은 홍보와 판촉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관람객들은 재난에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는 첨단 신기술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박람회 개최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그리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개최에 따른 효과가 실제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소방, 방재 산업을 주제로 하는 박람회가 이렇듯 매년 수차례 개최된다면 그것은 투입 비용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한 차례의 박람회를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방재 관련 박람회 개최의 최우선 목표가 방재 산업의 부흥 그리고 국민들의 재난 대비 의식 고취에 있다면, 과연 1년에 3차례나 개최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그렇게 자주 개최를 해서라도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각 방재 관련 박람회는 서로 차별되는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방재 작업이 재난에 대한 공동대처와 협력에 기본을 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 소방, 방재 산업 박람회가 제각각 독립 개최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다.

‘소방’과 ‘방재’ 가까운 듯 먼 관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방은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함’ 방재는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이라고 표기돼 있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소방은 방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화재는 다른 재난과 차별되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일단 발생 빈도에 있어서 화재는 여타 재난에 비해 압도적이다. 여름철에 집중되는 폭풍과 홍수 그리고 특정 지역에 주로 집중되는 지진과 달리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사진1. IDEMEX2009 공식포스터
사진2. DEMEX2008 공식포스터
사진3. 2009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 포스터
사진4. Fire & Safet Tokyo 2008
사진5. 2010 INTERSCHUTZ
 
그리고 그 발생원인 또한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가 대부분이다. 오직 화재만이 고의에 의한 사고 발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 또한 가능해진다. 유사 이래로 어느 누구도 폭풍 홍수 그리고 지진을 일으켰다는 죄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 이것은 왜 보험약관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는 보험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가를 밝혀준다. 이 같은 사실들을 근거로 하면 화재 진압이 주가 되는 소방업무가 왜 전체 방재 업무 내에서 나름의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소방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방재 산업계를 중심으로 DEMEX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이분법이 자리 잡고 있다. 1회와 2회 DEMEX를 주관했던 한국BCP협회는 “소방과 방재는 분명 다르다. 위기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로 나눠지는데, 이중 소방은 3번째인 대응 단계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모두 방재에 속한다”고 구분하고 있다. 또“DEMEX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소방이 아닌 방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소방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국제안전박람회와는 참가 기업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DEMEX와 대한민국국제안전박람회에 모두 참여한 기업 및 단체의 수는 2007년 7개였으며 2008년에는 6개였다. 이는 각 박람회의 역대 전체 참가규모(최소 80개사 ~ 최대 250여개 업체)와 비교해 볼 때 아주 적은 숫자이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한 곳에만 참가했다. 소방방재청 역시도 소방과 방재는 분명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산업과 방재산업을 구분해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DEMEX로 나눠 개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러니이다.

왜냐하면 소방방재청이 소방청 따로 방재청 따로 운영되지 않는 이상 소방과 방재는 다르다는 그들의 생각과 두 박람회 모두 소방방재청이 주최하고 있는 현실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 반대로 소방과 방재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화재까지 모두 포함하는 방재청이라는 이름대신 소방방재청이라는 이름을 굳이 쓰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방재시스템이 소방방재청 하나의 이름아래 구축돼 있는 현실을 상기한다면, 방재 관련 박람회 역시 소방 따로 방재 따로가 아닌 하나의 장에서 펼쳐져야 하는 게 아닐까?

이름만 국제 박람회,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방재 관련 박람회는 개수도 많고 개최 주기도 짧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방재 관련 박람회로는 독일(Intershutz), 일본(Fire & Satety Tokyo)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5년마다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독일은 끝자리가 5, 10년인 해에 열리고 일본은 3, 8년인 해에 열리기 때문에 이들 서로 간에도 겹치는 일은 없다.

   
   
따라서 이들 박람회를 준비하는 기업들로서는 최소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가지고 각 박람회에 번갈아 참여함으로써 세계 시장에 자신들을 알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독일과 일본은 우리와 달리 소방과 방재를 따로 구분해 박람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외국의 경우 규모나 역사 등 여러 부분에서 우리 보다 앞서 있다. 따라서 그들은 매년 개최하지 않더라도 역량을 집중해 관심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우는 일단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박람회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개최 주기의 조정은 이후 적당한 시점이 지난 뒤에라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소방산업과 방재산업으로 따로 분리돼 개최되는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DEMEX를 통합하는 건에 대해서도 “일단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인가?
각 박람회가 개최된 과정을 살펴보게 되면 왜 이들이 처음부터 통합되지 못하고 분리돼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후 대구 시청은 지역 내 안전 불감증을 제고하는 한편 참사가 남긴 상처를 아픔이 아닌 새로운 변화 기회로 삼고자 대구국제소방안전엑스포(현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를 이듬해 개최한다. 그러나 2007년 4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개최를 앞두고 수도권으로의 개최장소 이전이 논의됐는데 여기에는 참가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현실적 요인이 작용했다.

그런데 하필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4월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달 방재 산업을 중심으로 5월 제1회 DEMEX(국제방재산업전)가 열리게 된다. 당시 DEMEX를 주관한 한국BCP협회는 이에 대해 “소방의 경우 이미 대구에서 수년 째 엑스포가 진행돼온 반면, 방재 쪽에서는 그때까지 이렇다 할 박람회가 없었기에 DEMEX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방재 산업만을 따로 개막하기에 앞서서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은 생각해보지 못한 것일까? 혹시 함께 참가를 하는 대신 서울 쪽으로 개최지를 옮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대구시의 반발로 그것이 여의치 못하자 수도권의 방재 산업을 중심으로 DEMEX 개최가 계획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것은 물론 취재기자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에 기초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7년에 일어났던 일련의 상황들을 되짚어보면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소방과 방재 그리고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DEMEX가 서로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된 원인. 그래서 두 박람회의 통합 운영에는 장애가 되는 많은 요인들이 2007년 이후로 쌓여왔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들고자 지난 6년간 노력해 온 대구 광역시의 입장, 소방산업과 방재산업 각각의 박람회 참가에 따르는 이해득실 관계, 이러한 입장들을 고려하다보니 주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통합 운영에 나서지 못하는 소방방재청의 난감함 등등,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서로가 자신의 입장과 상대방의 눈치만을 살피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DEMEX의 경우 담당 주관기관이 바뀌면서 올해부터는 IDEMEX 2009로 이름이 바뀌는 등 통합과 관련한 새로운 고민거리를 추가했다.

소방과 방재, 정말로 달라?
각 박람회가 내세운 전시 품목을 살펴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DEMEX가 자신들의 말대로 각각 소방과 방재를 대표하고 있다면 해당 분야만을 서로 특화하는 박람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올해 열리는 제 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전시품목에는 소방 외에도 자연방재와 도시방재분야가 당당히 등록돼 있다. IDEMEX2009의 경우에도 정유가스시설/폭발물과 같이 소방과 분리될 수 없는 분야가 포함돼 있다.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말로는 소방과 방재가 다르다 주장하면서도 실제 박람회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방방재청은 물론 각 산업관계자들의 인식과 달리 소방과 방재가 결국은 한 몸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지금껏 주장해 온 박람회 분리의 당위성은 관련 집단의 암묵적 동의가 나은 변명이 아니었을까? 소방방재청은 물론 각 박람회를 주관하는 단체 모두 한 입으로 “소방과 방재는 다르다”고 얘기하는 대가로 통합 운영에 대한 책임추궁을 지금껏 피할 수 있었다.

소방방재청의 책임 있는 조율 기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기관이라 할지라도 정책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명령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책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집단 및 자치 단체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보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니 정책이 최종 승인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또 자기 맘대로 과감히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면서 공직 사회가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워진 탓에 공무원 스스로 자기 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정부 기관의 주최 및 후원 하에 이뤄지는 많은 행사들에 대해 누구 하나 과감히 그것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공직 사회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 오는 4월 같은 기간에 열리게 될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IDEMEX 2009는 모두 소방방재청이 주최하고 있다. 그것은 국민의 세금이 두 행사에 모두 쓰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서 사례를 들었듯이 “소방과 방재는 다르다”는 말과 모순되는 박람회 운영으로 현재 상황을 지속한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부기관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정말로 소방과 방재가 다르다면 아주 확실하게 분리시켜 두 행사 모두를 각자 개성있게 키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경쟁력 없는 박람회는 폐지시켜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지켜주는 일일 것이다.

시설 대관문제로 인해 예년과 달리 올해는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IDEMEX 2009가 같은 기간에 겹쳐 진행된다. 이러한 조그만 실수에 대해서도 소방방재청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박람회의 사소한 문제조차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바에야 과연 두 개씩이나 주최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소방방재청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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