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지도사 안병천

“직원들이 승객한테 차에서 내려 선실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당신들이 뭔데 날 내리라는 거야!하고 호통치는 승객이 많아 힘들어요.”

지난 5월 첫 주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찾아간 해남 땅끝마을에서 노화도 산양항을 운항하는 여객선 관계자의 말이다.

전남 완도군에 있는 아름다운 섬 보길도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여행은 잘 다녀왔지만 작은 규모의 여객터미널의 부족한 인프라와 미흡한 안전관리 수준 그리고 승객들의 안전불감증 모습을 보면서 아직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이 낮은 단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남 땅끝마을 여객터미널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첫 배를 타기 위해 수십 대의 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매표소 직원이 출근하자 땅끝에서 산양항으로 가는 탑승객 접수 절차도 시작된다. 직원이 나눠주는 종이에 배에 실어서 갈 차량의 크기와 번호 등을 쓰게 했다.

모든 탑승객은 주민등록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나이 어린 아이들의 경우 매표소 옆 센터에서 주민등록 등본을 출력해 제출하게 하고 있다.

또 차량 탑승 신고서 하단에 동행 자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록하게 하고 있다. 매표소 직원은 해당 내용을 주민등록증 및 등본과 함께 접수하여 승선자 명단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한다.
하지만 이후 배에 승선하고 내릴 때까지 실제 탑승 차량과 승선 인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사진-2) 보길도 행 배에 승선하는 차량들

개인에 신고한 내역을 기준으로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고 승선 요금만 받고 있다. 모든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차에 탑승한 채 배를 탔고 배에 오르기 전에 작성했던 종이를 직원에게 전달만 했다.

해당 직원은 실제 이용하는 차량정보와 비교하거나 차내 탑승한 인원을 확인하지 않았다. 돌아올 때 산양항에서 땅끝으로 나오는 배편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배에 오른 차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가며 안내하는 곳으로 주차를 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차를 주차하고 승객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주차 후 승객실로 올라가면서 보니 차에서 내리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노인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탄 차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다.

	(사진-3) 선내 주차한 차량들. 바짝 붙어 있는 모습

출항하기 전 관계자에게 "차에 탑승한 채 그대로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에서 내려 승객실로 가도록 방송으로 안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승무원들이 수차례 경험한 말을 들려준다. “직원들이 승객한테 차에서 내려 선실로 가주세요? 라고 말하면 당신들이 뭔데 날 내리라는 거야!라며 호통치는 승객이 많아 힘들어요.” 이처럼 승객들의 불만과 욕설이 빈번해 지금은 방송하지 않는다고 한다. 배에는 자동차를 최대 40여대의 차량이 실렸다.

2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배에 탄 차량들은 고리에 묶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선내 승무원이 선장을 포함 네 명뿐인데 모든 차를 일일이 묶고 푸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루 운항횟수가 12번이나 되는데 적은 수의 직원으로 그 많은 차량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이를 위한 대책으로 차가 앞뒤로 밀리지 않도록 선체 바닥에 가로로 철근을 붙여 보강해 놓았다고 한다.

이 경우 만일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경우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배가 한 쪽으로 쏠리면서 차들은 순간 무게를 못 이기고 한 쪽으로 쏠릴테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승객들은 옆 차와 붙은 상태가 된다.

또 도저히 스스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릴 수 없게 된다. 2년이 지났다.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나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거야"라는 안전불감증은 그 큰 눈물을 보고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면 항만 보안시설을 최근 IT기술을 접목해 효율화하는 방법은 어떨까?
승선자 및 차량관리에 지능형 영상 감시/분석(Video Analytics) 기술을 접목해 보는 방법이 있다.

전체 승선객 수를 자동으로 세어주는 피플 카운터(People counter)기능, 승선 신고한 차량여부를 자동판별하는 차량번호판인식(License Plate Recognition)기능, 또 얼굴인식(Face Recognition) 기능을 적용하면 선내 비인가자의 승무원실 출입을 제한하여 테러 등 보안업무도 강화할 수 있다.

선내 사각지대인 층간 이동 계단 지점에서 승객의 쓰러짐이나 위험한 상황 발생시 자동으로 알려주는 객체인식(Object Recognition) 기능으로 다양한 사고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여행에서 안전은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해당 기관과 업체의 운용 책임과 관리도 중요하고 승객들의 안전문화 의식도 중요하다. 안전사고는 예방활동만으로도 피할 수 있는 재난사고가 많은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끝으로 배에 탄 차량 운전자와 승객이 잘 보이는 지점에 "모든 차량 탑승자는 선실로 이동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라도 걸어두면 어떨까? 간단하지만 쉽게 이해하게 하는 방법도 있음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