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출범이후 298개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업무자체가 모두 멈춘 것으로 확인 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재난포커스는 지난 7월호(52쪽 참고)에서 1년 넘게 방치되며 ‘공중에 떠버린’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과 연관된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센터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겸임, 이하 상황센터)는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과 관련해 가장 먼저 ‘이 지침을 관장하는 업무가 과연 상황센터에서 관리해야 하는 성격의 업무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부터 검토 중이라고 지난 7월20일 밝혔다. 참여정부시절 NSC사무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법’으로 운영하는 단독 ‘기관’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센터는 ‘대통령실 운영규정’으로 운영하는 대통령실 내부의 ‘센터’ 정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상황센터는 NSC사무처보다 능력이나 규모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의 총체적인 위기관리를 담당해야할 상황센터에서 전성기 NSC사무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인원으로 298개의 공공기관의 위기관리를 담당한다는 것은 무리다. 결국 업무를 함께 이끌어 나갈 정부부처를 찾아야 하지만 이 문제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공공기관’, ‘위기관리’ 지침. ‘공공기관’이란 단어만 보면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와 연관되는 업무 같아 보이고 ‘위기관리’란 단어만 보면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에 속하는 업무 같아 보인다.

말장난 같지만 이 두 단어에서 오는 차이점은 크다. ‘공공기관’이라는 단어에 맞춰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의 관련 업무를 기획재정부와 함께 한다면 ‘위기관리’의 색깔이 강한 이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은 기획재정부의 업무 성격과는 거리가 멀어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위기관리’의 업무성격에 맞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이끌어 나가기에는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의 근거는 기획재정부에서 제정한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 및 혁신에 관한 지침(이하 혁신지침)’ 제38조(위기관리)에 속해 문제가 생긴다.

일부 관계자들은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을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적용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하는 방법이나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을 폐지하는 방법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센터 이익동 과장은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부딪치는 면이 너무 많아 기본법에 적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공공기관들은 이미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을 토대로 각 공공기관별로 위기관리매뉴얼을 만들어 사용 중이기 때문에 지침을 그냥 없애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익동 과장은 “행정안전부와는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를 얻어서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지 분석해 볼 예정”이라며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아니었지만 기획재정부 실무자는 NSC사무처에서 만든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이니 상황센터에서 업무총괄을 책임져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이 넘게 방치된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 관리의 공백을 매우고 더 발전시키려면 청와대는 좀 더 시급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앞으로 이 ‘진퇴양난’의 공공기관위기관리지침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