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원장 유정석)은 지난 7월31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안전한 나라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중점과제인 ‘2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은 국무총리실(국무총리 한승수)과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등 18개 중앙부처가 참여해 마련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오는 2010부터 2014년까지 향후 5년간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개념의 계획이다.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시민단체,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에는 앞으로 5년간 정부가 추진할 생활 안전 정책방향을 포함해 풍수해, 지진, 가뭄 등 재난관리방향이 발표됐다. 또 이에 대한 시민사회, 언론, 학계 등 관련 전문가로부터 의견들이 제시됐다. 정부는 재난관리, 안전관리, 국가기반보호, 전염병 등 4대 분야를 대상으로 세부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 재난포커스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

이번 토론회는 김경동 한국정책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위험사회의 재난재해와 안전문화 조성’에 대한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제1세션에는 이종수 연세대학교 교수가 ‘제2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의 위상과 과제’, 오규형 호서대학교 교수가 ‘재난관리 및 국가기반보호 계획의 기능과 과제’, 김근영 강남대학교 교수가 ‘안전관리 및 전염병 계획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제1세션 세가지 발표는 각각 ‘안전·안심·안정의 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 ‘국가재난관리의 새로운 방향 모색’, ‘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생활안전 정책 방향’ 등의 주제 아래 진행됐다. 제2세션에는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정용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 정미진 녹색어머니중앙회장, 허억 안실련 사무처장, 최훈 남원시청 부시장, 구자행 자원봉사관리협회 사무국장 등 7명, 발제자 포함 총 11명이 종합토론을 펼쳤다.

“재난대비 훈련, 체험 위주로”
김경동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국인의 안전의식 부재, 안전불감증 등은 주로 농경사회라는 비교적 안전한 문화적 요소에서 유래 된 것”이라며 “오늘의 상황에 적합한 안전문화 조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경동 초빙교수는 또 “안전문화 조성은 우선 사람들의 ‘마음의 창’ 혹은 ‘생각의 틀’을 바꾸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른바 ‘안전 프레임’(Safety frame)을 지니는 성숙한 시민을 요구하는 시대이고 이런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무엇보다도 현대 멀티미디어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각종 대중매체는 안전 및 교양 프로그램을 정규적으로 편성하는 방침을 채택해야 한다”며 “자원봉사 운동에있어서도 안전교육의 실천 등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국가나 각종 민간기관에서 정기적인 재난대비 훈련을 실시하되 형식적인 수준에서 탈피해 현실성 있는 체험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제도 환류와 축적이 중요”
이종수 연세대학교 교수는 “매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기본계획, 운영계획, 집행계획 간의 유기적 연계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지속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안전 욕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 개선과 전문성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교수는 또 “2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은 1차 계획의 분류보다 상세하게 분류돼 있고 새로운 분야가 추가됐다”며 “전체적 평가는 최종결과를 통해 평가되겠지만 목표화하는 개념이 희박해 평가제도 환류와 축적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교수는 제2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의 중점추진사항으로 ▲통합적 재난관리체제 구축 ▲주민, 공동체, 국가의 파트너십 ▲안전도시의 육성 ▲재난 및 안전관리 표준 ▲성과관리 및 평가체계를 통한 환류 ▲전문인력의 양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또 ▲기본 계획의 운영계획, 집행계획, 기준, 매뉴얼과 유기적 연계성 제고 ▲계획과 예산이 연계되는 계획 지향 ▲재난 안전관리가 대응 중심에서 선진국형 예방 중심의 기본 계획 수립 ▲대비, 대응의 효율성 제고와 항구 복구 기반 구축 ▲민간협력을 통한 기본계획 추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지역 공동체 확립 ▲복잡 다양한 재난 안전관리 제도를 통합관리체계 구축 ▲실행계획으로 안전도시 사업 추진, 지역 공동체 구축 표준의 개발 및 운영, 정착을 통한 실제성 제고 등을 이번 기본계획의 발전적 과제로 도출했다.

중복계획 지양… 예방·대비 중심으로
오규형 호서대학교 교수는 풍수해, 지진, 가뭄 등 각 분야의 재난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오규형 교수가 밝힌 제2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의 특징은 ▲개별 계획의 목표 설정(실제적, 구체적, 정량적, 목표지향적) ▲추진체계 명료화 ▲중복계획 지양, 계획 분야 명료화 ▲주무부서와 협력기관 명시 ▲기본계획과 매뉴얼 차별화 ▲성과평가 통한 책임, 의무규정 명료화 ▲대응·복구 중심에서 예방·대비로 중심점 이동(안전점검, 대국민 홍보, 취약시설 정기점검 등) ▲국제공조를 통한 대응대책 보완(황사, 방사능 재난관리 대책 등)이다. 오 교수는 또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의 향후 과제로 ▲추진전략의 실행력 및 집행력 제고 ▲안전관리계획과 예산의 연계 ▲재난 및 안전기준(표준)과 연계 ▲기본계획·운영계획·집행계획간 연계 제고 ▲평가와 환류의 제도화를 꼽았다.

“세이프와 시큐리티, 포괄전 안전 개념으로”
김근영 강남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안전에 대한 논의는 그 역사가 매우 깊지만 법률·행정적으로 그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한 시도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며 “이는 지난 2004년 3월11일 법률 7188호로 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재난’과 ‘재난관리’ 그리고 ‘안전관리’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으나 안전관리에 대상이 되는 ‘안전’에 대한 정의가 누락돼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근영 강남대 교수는 또 “안전을 Security(안보 또는 안녕과 보호)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안전을 ‘Safety’가 아니라 ‘Security’라고 정의하는 것은 그동안 Safety를 안전이라고 번역해 온 기존 관행과 마찰이 있을 수 있고 ‘안전관리=재난관리’로 인식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을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재난관리·안전관리를 연결하는 상위 개념으로 Safety와 Security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근영 교수는 “기존의 고민에 안전관리와 전염병대책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추가하는 것이 자칫 재난·안전관리 업무가 실질적으로 각 주제별로 분절되고 피상적이 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며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과 공공·민간기관 담당자, 그리고 산·학·연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참신한 의견제기와 담당부처의 능동적인 의견 수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표 이후 이어진 제2세션에는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정용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 정미진 녹색어머니중앙회장, 허억 안실련 사무처장, 최훈 남원시청 부시장, 구자행 자원봉사관리협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전문가 부족… 합동해 계획 구상해야”
정용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은 “이제까지 내부 계획을 세우는데 재난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며 “현재 역량을 총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몇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그 전문가들이 합동으로 이번 계획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준 재난안전관리관은 “오늘 발표된 안은 15여명의 전문가들과 관계부처와 함께 이틀간 작업한 것이고 아직 아웃라인이 확실히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정 4년이 됐는데 일차 기본 계획을 봐서는 전면 개정을 해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역으로 보면 불과 몇 년 만에 전면 개정하자는 말이 나오고 3000여종의 매뉴얼이 생기는 등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1. 김경동 한국정책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사진2. 이종수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3. 오규형 호서대학교 교수 사진4. 김근영 강남대학교 교수

최훈 전라북도 남원시청 부시장는 “남원시의 경우 재난 시 경찰, 소방, 부녀자회, 안실련 등 재난관리 하나 만으로도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고 있다”며 “중앙부처, 지자체 등 각 기관에 실제 현장 매뉴얼로 만들어져있지만 일선에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더 좋은 시스템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훈 부시장은 또 “CCTV 등에도 예산이 많이 투입됐으면 하고 재난안전 부서를 중앙에서부터 지방까지 강화시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숙직제도 폐지, 365일 상황 근무해야”
구자행 자원봉사관리협회 사무국장은 “5개년 연도별 추진 전략, 인프라 구축 전략, 국민 참여 전략, 부처 간 협력 전략 등 기본 목표들은 각 부처, 지자체별로 잘 녹아날 수 있게 수립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4개 분야로 나눠져 있는 세부정책과제로 들어가면 1000개로도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우선순위 선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행 사무국장은 또 “단기간은 힘들겠지만 중요한 과제이고 활성화 할 수 있는 기본 계획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복구활동 같은 경우 민간들의 역할이 굉장히 큰데 공식회의에 빠지다 보니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민간이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발언권을 얻은 나주시청 양승진 씨는 “재난관리과, 재난건설과, 건설방재과, 재난안전과, 방재과 등 시·군·구마다 재난안전과에 대한 명칭 일원화가 시급하다”며 “재난관리과를 지역경제과 다음 차 순위에 위치시켜 각종 사업을 충분한 검토해야 사전재해예방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시청 양승진 씨는 또 “재난상황실은 시장, 군수 집무실 바로 옆에 위치시켜 지자체단체장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전재해에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고 선심성 같은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며 “일숙직제도를 폐지하고 365일 상황실 근무제도를 도입해 전 공직자가 기상대비와 재난안전대비에 평상시 숙지한다면 재난대비능력 함양에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승진 씨는 또 “공무원들이 재난관리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는 서로가 선호하고 영전하는 자리가 되도록 조직개편이 하루 빨리 필요하다고 본다”며 “리더의 강한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재도개선 안을 제시해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기금 예방 교육에 활용해야”
정미진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은 “녹색성장과 맞물려 녹색어머니회가 인기가 많아져 이런 자리에 불려 온 것 같다”며 “어릴적부터 교통사고에 대한 체계적인 습관화 교육이 필요하고 그것만 돼 있다면 일반인들이 자기 스스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보호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미진 회장은 또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은 체험적인 교육이 필요해 안전학교를 설립해주셨으면 한다”며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인들을 (교통안전요원으로) 스쿨존에 배치하는데 이 부문은 오히려 노인들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녹색어머니회 46만명을 인적재원으로 활용해달라”며 “회원 말고도 수없이 많은 학부모들이 있고 이들은 집안에 살림만하는 사람으로 보지 말고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달라”고 호소했다. 허억 안실련 사무처장은 “교통사고 방지에 대해 녹색어머니회가 안전관리를 강화시키겠다며 나서면 좋을 것 같다”며 “안실련과 녹색어머니회가 같이 하고 언론과 행안부가 뒷받침해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억 사무처장은 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줘 지자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재난관리 기금도 대응 말고 예방 교육 등에 활용하는 체계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이번 계획에 그 부분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승진 씨 또한 “재난안전교육을 평상시 유치원생, 초·중·고등학생를 대상으로 1주일마다 실시해 재난안전에 대한 인식을 함양하고 시·군·구청마다 안전학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1. 정미진 녹색어머니중앙회장 사진2. 최훈 남원시청 부사장 사진3. 허억 안실련 사무처장 사진4. 구자행 자원봉사관리협회 사무국장 사진5. 정용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 사진6.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7. 나주시청 양승진 씨

“대통령 기관의 서포트가 필요”
김근영 교수는 “항상 재난관련 업무는 많은 부처와 관련되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사항”이라며 “어떤 기관이 상호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중심적으로 할건지, 한 기관이 독자적로 할건지에 대해 그런 부분에서는 미국, 유럽이 제일 많이 고민했고 우리나라도 고민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잘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근영 교수는 또 “비판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임정부에서는 사이버 테러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협조 형태인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었다”며 “청와대 내의 기능을 행정안전부가 이어받았지만 시스템 구현이 안 돼 있고 (재난관련조직은) 대통령급 기관의 서포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