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위원회(공동위원장 한승수 국무총리,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8월4일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대비해 ‘시나리오 1’은 21%, ‘시나리오 2’는 27%, ‘시나리오 3’은 30%를 감축하는 것이다. 최근 이 3가지 시나리오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는 12월에 열리는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 15)’에서 ‘포스트(post)-2012 기후변화협약체제’가 결정될 예정이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13일 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중기(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 8월19일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고건)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긴급토론회’를 각각 개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8월10일 제21차 라디오 및 인터넷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과 산업계, 그리고 시민단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지구 온난화 해결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의 국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탄소무역장벽’이라는 암초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한승수 총리는 “국익과 기업들의 국가경쟁력과 수용능력을 고려하는 감축목표 설정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전문가그룹·대국민 여론조사,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녹생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는 또 지난 8월18일 이화여대 김영의 홀에서 열린 ‘이화여대 2009학년도 하계 전체교수회의’에 참석해 녹색성장의 필요성과 추진전략을 설명하고 학계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 재난포커스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저탄소 녹색성장 선포' 1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녹색성장체험관(EGG HALL, Experience of Green Growth)' 개관식에 참석해 체험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10일 라디오 및 인터넷 연설에서 ‘녹색기술보다 녹색생활’을 강조하며 “(녹색정책은) 국민과 기업에게 정책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빨리 변화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국익도 적극적으로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녹색연합 홈페이지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녹색생활을 주요 운동기조로 삼고 있는 녹색연합 사무처장으로써 매우 반가운 일이나 대통령의 연설과는 달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는 연설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해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면 오늘 대통령 연설이 입에 발린 내용일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승국 사무처장은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202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2005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주요 선진국의 목표인 2012년까지 1990년대비 5.2% 감축과는 거리가 엄청 멀다”며 “한국은 이미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늘어난 상태이고 이 상황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 사무처장은 또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에너지 효율향상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선진국 상황을 볼 때 어느 시점에 가면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로 돌아서고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BAU 대비 21%니, 30%니 하는 것은 수치놀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승국 사무처장은 3일 후(8월13일)에 열릴 ‘국가 중기(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공청회’가 ‘날림 공청회’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의 감축목표는 전혀 설득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망신거리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국제협상에 대응하는 전략 개념이 없는데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인지 선진국인지에 대한 정확한 포지셔닝의 논리가 없다면 일방적 개도국 적용 여부는 어렵다”며 “기술수단만 언급돼 있고 정책수단에 대한 언급이 없어 기술수단 및 정책이 패키지화돼야 시나리오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건 이사장은 또 “기술적 측면에 있어서도 실질적 기술혁신에 대한 계획이 부재하다”며 “기술혁신에 대한 연구개발(R&D) 전략과 분명한 투자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각 21%, 27%, 30% 감축목표
‘국가 중기(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8월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회의장에서 녹생성장위원회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는 산업계와 시민단체에 많은 부분을 지적받았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는 3가지 시나리오 2020년을 기준 온실가스 BAU에 대비 각 21%, 27%, 30%를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형국 녹생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비롯 산업계, 환경NGO, 학계, 일반인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흥진 녹색성장기획단 국장이 ‘국가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추진 방안’에 대해 유승직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가 ‘국가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나리오 도출 방안’을 발표했다. 패널토의에는 김건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분과위원장을 좌장으로 우기종 녹색성장기획단 단장, 이경훈 포스코 상무,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조유한 조소기업중앙회 본부장, 강성진 고려대 교수, 설재훈 교통연구원 부원장, 조흥식 교수 등 총 10명이 참여했다.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

산업계 “과도해” VS NGO “낮아”
이경훈 포스코 상무는 패널 토의 자리에서 “감축 기준을 굳이 ‘2005년’으로 삼았는데 조금이라도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최근 연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안을 발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이경훈 상무는 또 “대만과 멕시코도 감축안을 먼저 발표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효과도 못 얻었고 인도는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의 불참을 최근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며 “감축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녹색성장 전략은 사업의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주고 있고 위기를 맞으며 기초체력이 떨어진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이라며 “기업의 업종과 규모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대표격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몇 해전 일본이 어설픈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아 국제사회에서 망신만 당했는데 우리나라의 이번 감축안 역시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며 “단기적으로는 봤을 때 기업들이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정부가 이번에 발표된 시나리오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수준 높은 감축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감축 목표는 환경과 기업의 이익 두가지 목표를 다 잡기 힘든 처음의 시작에서 적절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감축 목표를 위해 보이지 않는 손해가 많을 것을 예상해 좀 더 세밀하게 점검하고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기업 활동 제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설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재훈 교통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비행기와 선박의 경우 대체에너지로 교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일반 자가용과 LPG 차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며 “교통은 현재 온실가스 중에서 21%, 석유소비에서는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녹색성장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양관섭 건설기술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감축 목표치는 상업 및 서비스업 건물에 초첨이 맞춰져야 한다“며 “제로에너지 주택을 위해선 현재 건축비의 50∼100%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서민주택에 대해선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처럼 정부의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놓고 산업계와 환경 NGO의 의견이 상반됐다. 산업계는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을 고민하지 않은 과도한 목표”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환경 NGO는 “목표치가 지나치게 낮고 세계 추세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또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통, 건설 등 각계 지원책도 요구됐다.

환경 NGO, “개도국보다 높은 접점 찾아야”
공청회 패널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 발언권을 얻은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너무 낮은 개발도상국 수준의 감축 목표는 개도국보다는 높고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환경 NGO들의 의견을 대변했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 녹색연합, 녹색교통, 부안시민발전소,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나눔과평화, 청년환경센터,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정의, 환경연합 10개 환경 NGO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국가 중기(2002)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공청회 NGO 의견서’에 따르면 한국은 38개 국가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누적 배출량 22위로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기후변화에 대해 높은 책임과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990년 약 3억t에서 2006년 6억t로 101.1%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수단

또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곧 영국을 넘어 세계 8위로 올라설 전망이고 지난 8월10일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연구소(IWR)발표에 의하면 2008년 현재 6억6350만 톤으로 캐나타와 영국을 제치고 이미 세계 7위에 올라있다. 환경 NGO들은 이 같은 배출량 증가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역사적 책임과 다배출 국가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이고 개도국 보단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환경 NGO들은 정부가 BAU 전망이 과도하게 부풀려 높은 감축치를 달성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망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8억1300만 이산화탄소 톤 (CO2 t)으로 2005년 대비해 2.1%씩 증가한 수치다. 최근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상승과 별개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 증가량은 1% 내외로 완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망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하면서 BAU 전망에서 에너지 증가율 1.6% 적용한 바 있다. 이를 적용하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4500만 CO2 t이 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Internatioanl Energy Outlook 2009’라는 보고서에는 고성장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 Co2 배출량을 6억4900만 Co2 t, 저성장 국가의 경우 5억8700백만 Co2 t으로 예상하고 있어 각 1억6400만 Co2 t, 2억2600만 Co2 t 차이가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저성장 국가 기준치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위’ 만들어져야”
환경 NGO들은 “정부의 전략은 ‘자발적인 감축 의지’를 구제사회에 확인시켜 우리나라의 의무감축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모든 국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목표로 잡알을 경우 결국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편익만 취하고 실제 고통에 대한 부담을 치루지 않고자 하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전지구적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감축 목표 추진계획은 에너지 효율 제고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 수단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가격 합리화를 통한 산업·상업·가정의 에너지 소비 효율화, 탄소세 및 에너지세 도입, 총량제한배출권 거래제 등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전망(BAU)와 감축시나리오 비교 : 100만 Co2 t

이미 확정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만 반영해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 ‘시나리오1’에 대해서는 원자력발전의 확대는 기후변화 대안이 될 수 없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기에 국제사회에서도 특히 교토의정서 상 청정개발체제(CDM) 방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업계에 대한 고효율·신기술 강제 보급 방안과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을 확대보급을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2~3’에 대해서는 CCS는 10년 내에 상용화가 어려워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환경 NGO들은 또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모두에게 공평한 부담이 돌아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설정위원회(가칭)’을 구성해 국가 목표 설정을 위한 논의 틀을 만들고 공론화의 방식과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며 “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관련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NGO를 주요 이해당사자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지난 8월18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긴급토론회’에는 토론자로 참석해 “바람직한 공론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농민, 소비자의 참가가 반드시 보장하는 사회 합의기구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설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 감축목표 반대하는 ‘긴급’ 토론회
지난 8월18일 기후변화센터는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대표 김창섭, ISCaP)과 공동으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흥진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이 ‘정부의 국가감축목표 설정 추진방안’을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이 ‘온실가스 감축노력 배분을 위한 원칙 제안’을 발표했다.

토론에는 박두재 한국전력공사 부장,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팀장, 정순희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참석해 각계 입장을 대변하고 감축목표의 의미,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 등에 대해 토론했다.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감축목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 원칙과 기준, 책임 배분,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 생산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긴급토론회를 통한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해 나아가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삽질’ 멈춰야”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가능성을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포괄적 형평성을 고려한 노력배분(Effort Sharing) 방안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며 정부 감축목표 시나리오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저감 잠재성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에 기초한 것으로 국내 여건에 맞춰 형평성 요인을 추가 고려한 노력배분방안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감축안이 또 하나의 ‘서류상의 계획’이 되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감축정책 수단을 강구하든지 감축 시나리오 자체를 재검토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전자를 택하려면 재원확보를 위해 ‘4대강 삽질’은 멈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탁 교수는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내용보다 홍보에 치중하고 있는 점을 들어 “중기 목표 발표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얼리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협상 부담에서 다소 벗어나 우리 여건에 맞는 자발적 감축 목표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녹색정책 추진프로세스

“소비자들, 절대적으로 불리해”
정순희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산업계와 ‘동등’한 감축 의무 부담의 주체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금시초문인 것이 현실”이라며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산업계는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감축목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소비자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감축책임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순희 교수는 또 “부문간 감축량 책임 분배를 위한 산업계와 소비자간 대화가 필수적이며 특히 가정 상업 수송 부문의 감축 책임은 직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적정한 정책수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환경가치와 소비자 이익은 상충되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기존 시민단체들은 이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을 적극적으로 담아낼 독자적인 세력이 필요하며 기존 소비자운동도 이 같은 요구에 맞춰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경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의 절대적 필요성이 큰 나라지만 이에 대한 인식 수준과 실천 의지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과감한 국가 체질 개혁이 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Ability), 사회적 수용성(Acceptability), 적극적 실천(Act)이 필요한데 사회적 공론화가 이 세 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성장 추진 인프라 마련됐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9일 한국을 방문한 아킴 슈타이너 UNEP(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올해 처리해야 할 중요과제는 ▲녹색성장기본법 조기 제정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등이 꼽힌다. 녹생성장위원회는 감축목표 확정을 위해 지난 8월4일부터 오는 9월1일까지 전문가 여론조사를 지난 8월15일부터 오는 9월14일까지 일반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하고 최소한 올해 내에 발표할 예정이고 대국민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발표 시기를 결정한다.

향후 녹색성장위원회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효율적인 감축 전략 수립·추진 ▲주기적·체계적 분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래의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 녹색성장」선언 1주년 주요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년간 산업계·과학기술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 녹색성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법·제도 및 추진조직 등 녹색성장 추진 인프라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녹색성장 5개년계획을 추진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8월4일 1년만에 겨우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3가지 시나리오를 산업계와 환경 NGO 등이 적극 비판하고 있고 각계의 의견마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녹생성장 5개년 계획에 ‘첫걸음’에 불과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녹색성장기본법조차 국회에 통과되지 않아 각계 전문가들은 녹색정책의 ‘난항’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