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세이프 한국총판인 상원티앤에스의 심인섭 대표(왼쪽)와 돈 허바드 워크세이프 대표(가운데), 조셉 맥페트리지 워크세이프 한국ㆍ일본ㆍ대만지부 판매담당자

우리나라는 경험이 많은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재난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응책들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지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평이 많다. 풍수해는 매년 우리나라에 피해를 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우리나라에 지진규모 2~4 정도의 지진이 빈번히 발생해 대응책 마련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IT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충격에 약하고 예민한 IT설비의 보호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선행돼야 할 문제다. 면진플랫폼 ‘아이에스오-베이스(ISO-BASE)’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IT설비를 지진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워크세이프(Worksafe)의 돈 허바드(Don Hubbard)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워크세이프는 ‘ISO-BASE’로 세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정부, 기업들의 IT설비 구축현장(Site)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SO-BASE를 이용해 지진을 대비하고 있는 곳은 어떤 기업들이 있고 또 어떤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가? 
나사(NASA), 시스코(CISCO), 아이비엠(IBM), 인텔(INTEL), 스타벅스(STARBUCKS) 등 중요기관과 다국적기업의 2000여 사이트 장비들을 보호하고 있다. 일단 정부기관, 군, 금융, 국가의 라이프-라인(Life-Line)과 관련된 기관 또는 기업,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기업·기관, 병원 등 국가안위 및 대국민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분야 중 전산·통신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다른 분야도 중요하지만 경험상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분야다.

IT설비의 내진설계에 꼭 필요한 원칙이 있다면?
먼저 건물보다 훨씬 강한 지진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건물은 멀쩡한데 설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산·통신 설비에 대한 면진을 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강력한 지진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일본의 큐슈 지진, 미국의 오하이오 지진 등 많은 지진들이 안전하다고 인식된 곳에서 수백 년 동안 나지 않다가 갑자기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첨단 IT설비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건물내진 기준보다 훨씬 강한 기준, 주변국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 또는 상위의 기준을 전제로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진 빈발국의 모델을 도입하고 시험방법을 최대한 현장과 일치시켜야 한다. 또 지금까지 발생한 강력한 지진들의 파형(Waveform)을 분석해 이 파형을 적용한 시험이 이뤄져야 한다.

“시험방법을 최대한 현장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현장과 일치하는 시험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면진장비는 랙(Rack)의 설치열을 기준으로 모두 연결되도록 설치한다. 하지만 이를 현장과 다르게 한개 랙만 올려놓는 시험기준을 적용해 시험하고 안전이 입증된 설비라고 홍보하는 몇몇 기업이 있다. 이는 정말 무모한 기준과 시험이다. 실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연결된 바들의 연결방법의 문제와 구조물의 문제, 콘의 각도, 콘이나 볼 구조물의 홈, 시간에 따른 각 구조물의 변형에 의해 연결되는 바의 이탈, 플레이트의 분리에 의한 랙 전복 등 수평·수직 지진파의 복합적 작용으로 많은 변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대한 현장과 일치하는 시험을 해야한다. 우리 제품은 수마트라(지진규모9.3), 고베(지진규모7.2), 후쿠오카(지진규모6.8) 등 강력한 지진에 대한 수많은 실 검증을 거쳤고 세계적인 시험기관에서 시험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고객의 장비를 예외 없이 확실히 지켜냈다.

워크세이프의 ISO-BASE는 기존의 앵커고정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전 세계적으로 IT설비에 대한 랙부분은 앵커고정방식이 아닌 면진으로 가야한다는 추세이고 엔지니어링 회사에서도 이론적으로 이를 증명하는 데이터를 내놓고 있다. 앵커고정 방식은 면진에 취약해 실제로 지진발생 현장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 나타나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과 정부가 앵커고정방식 대신에 면진방식인 ISO-BASE로 교체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을 보이고 있는 IT설비의 예민성과 충격에 약한 데이터설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이 앵커방식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ISO-BASE는 볼(Ball)과 콘(Cone)의 미끄럼 작용에 의해 X,Y,Z 축 지진 모두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앵커고정방식과 다른 점이다. 세계적인 특허를 보유한 BNC(Ball & Cone)방식의 특징은 급격한 지진충격시 매끈한 볼과 콘의 자연스러운 저감작용으로 장비에 최소의 충격만이 전달되므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도 IT설비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볼이나 콘에 흠집을 내어 진동시 흔들림을 급감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지진 발생시 오히려 장비에 불필요한 충격을 야기해 설비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통상적인 방법상 권하지도 않으며 또한 의미가 없다. 자연스러운 미끄럼으로 서서히 저감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ISO-BASE를 사용해 지진으로부터 벗어난 대표적인 사건이 있는가? 
한국의 옆에 있는 일본의 최근 몇 년 사이의 사례를 들어보면 2005년 3월 후쿠오카 지진으로 불리는 6.8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큐슈섬에는 지난 500년간 큰 지진이 없어 안전하고 물이 좋아서 많은 기업들이 상주했다. 특히 반도체 회사가 많은 이 지역은 안전하다고 생각해 지진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는데, 갑자기 6.8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후쿠오카의 몇몇 반도체 회사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때 15층 규모의 건물 9층에 엔티티(NTT) 통신사는 ISO-BASE를 적용한 45개 랙(Rack)을 가지고 있었고 8층에 다른 회사는 타 회사 면진장치를 이용한 4개 랙이 있었다.

NTT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다른 회사의 랙은 전복되는 상황이 발생해 해당사에서 2주 후 ISO-BASE로 교체한 경우가 있다. 또 2004년 10월 7.2규모의 니가타현 지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지진은 신간센 열차 전복 등 대단한 피해를 입힌 지진으로 3층(일반빌딩 약7층 높이) 건물의 반도체 회사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 회사는 지진에 대응하고자 랙을 앵커볼트로 고정해 대응했지만 1층의 반도체 장비가 상당부분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때 3층에는 ISO-BASE를 적용한 랙이 있었는데 이 랙만 정상적인 보호가 됐다.

장비도입을 미루다 지진을 겪고 서둘러 도입한 기업사례도 있는가?
미국의 보잉(Boeing)사가 대표적이다. 예산관계로 보잉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한곳은 ISO-BASE를 설치하고 다른 IDC는 앵커로 보호했다. 이후 지진이 왔을 때 ISO-BASE를 설치한 사이트는 모두 안전했지만 앵커볼트를 적용한 한 IDC는 파괴됐다. 이로 인해 비행기 납품이 지연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난 후 바로 보잉사는 모두 ISO-BASE를 설치했다. 그 후 지진이 다시 왔을 때 모든 장비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아마 한국의 경우도 지진이 오기 전까지는 도입에 미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재난은 언제든 올 수 있고 지진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도 주변국(특히, 중국과 일본)의 지진대처 상황을 보면 준비된 나라와 준비되지 않은 나라의 피해 차이를 여실히 느낄 것이다. 한국도 최근 지진규모 2~4 정도의 지진발생이 예년과 다르게 급증하고 한국정부도 이에 따른 신속한 법제정과 대응방안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진에 대한 안전지대는 이제 없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하다고 하는 곳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밀집된 시설, 강력한 IT시설을 보유한 나라에서는 대규모 지진발생시 더욱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은 상대국의 지진발생시 구호지원은 있으나 경쟁기업은 상대기업이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시장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은 국가, 기업, 국민들은 막대한 손상과 손실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된다. 부디, 재난에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 한국이 지속적 발전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