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가능성은 작지만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인한 업무중단은 그 심각성과 지속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몇 개의 특징적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아래 그림은 가상의 업무중단 프로필(Profile of a Disruption)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매출액, 생산량, 순익, 고객 서비스 내지는 여타의 척도를 활용해 어느 회사의 시계열(時系列)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충격의 본질과 회사의 대응은 다음의 8가지 단계로 특징 지울 수 있다.

	가상의 업무중단 프로필(Profile of a Disruption)

1. 준비(Preparation)
경우에 따라서, 기업은 충격을 예상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보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오클라호마에서 했었던 30분 토네이도 경보로부터 수개월에 걸친 미국 서부해안 항만 노사협상의 악화에 대한 관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른 경우에서는 911 테러나 필립스공장 화재와 같이 즉각적인 경보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2. 업무중단 발생(Disruptive Event)
이는 토네이도가 들이치고 사고가 발생하며 폭탄이 터지고 공급업체가 문을 닫거나 노조가 기습파업을 한다거나, 다른 이례적 큰 충격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3. 초기대응(First response)
일단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물리적 충격의 경우 첫 번째 기간은 최초 대응자의 소관이다. 경찰, 소방관, 구급인력 등 이들 최초 대응자들은 있을 수 있는 초기 피해를 수습해야 한다. 이 기간은 화재의 진화에 소요되는 시간으로부터 세계무역센터의 ‘그라운드 제로’의 정리에 걸린 수개월에 이를 수 있다.

필립스가 공장의 화재를 자체 진화하고 세계무역센터의 보안인력들이 911 테러로 사람들을 소개하는 데 참가한 것처럼 이 같은 초기대응에는 기업의 내부자원이 참가할 수도 있다. 노동행위나 IT 충격 등과 같은 형태의 충격에서는 초기대응의 목표는 물리적 피해와 인명피해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나 정보시스템이 없이도 공장이나 설비 내지는 인력에 대한 물리적 손상의 위협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4. 초기영향(Initial Impact)
어떤 충격의 경우 그 전체 영향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충격의 영향이 시간을 두고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이는 충격의 규모나 사전준비의 정도, 그리고 기업과 그 공급체인의 근본적 탄력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JIT(Just In Time) 재고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한 회사의 경우 통상적인 환경에서는 서부해안 항만폐쇄 후 수 시간 이내에 시스템이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실제로 사태에 대비해 부품재고를 최대한 확보해 둔 덕분에 그나마 4일 동안 추가로 조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처 예상치 못한 911 테러의 여파로 자동차 회사들은 수일 내에 국경에서의 수송지연과 항공수송의 정지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5. 전체 영향시간(Time of full impact)
일단 전체적 영향이 발생하면 실적은 급격히 떨어진다. 미국 서부지역 항만폐쇄 후 핵심부품의 재고가 바닥나자 기업들은 생산을 중단했다. 1999년 대만의 지진으로 메모리 칩의 공급차질이 발생하자 애플 컴퓨터는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출하하려 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통업체들은 흔히 공황구매에 따른 수요증가에 대비하고 있지 않다.

연료가 부족한 때에 가솔린에 대한 사재기, 폭풍우에 앞선 식량의 비축, 그리고 허리케인에 대비한 창문보호용 목재를 사는 것과 같은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어떤 경우에는 충격이 기업의 설비에 직접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전체 영향이 즉각 일어난다. 예를 들어 인도 보팔에서의 유니온 카바이드 공장은 사고 발생 후 즉각 폐쇄되었다. 미국 GM의 오클라호마 공장도 토네이도에 강타 당하자 즉각 조업이 중단되었으며, 월 스트리트의 증권사들도 911 테러가 발발하자 즉각 거래를 중단했다.

6. 회복준비(Preparation for recovery)
회복준비는 통상적으로 초기 대응과 동시 내지는 초기대응이 시작된 직후에 시작된다. 회복준비를 위해서는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2000년 필립스 공장 화재에서 했던 것처럼 다른 공급업체를 찾아내고 이들의 자원을 재조정할 수도 있다. 또 2002년 미국 서부해안의 항만폐쇄에서 일부 회사들이 부품을 직접 공수해서 썼던 것처럼 대체 운송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델 컴퓨터가 1999년 대만 지진에서 했던 것처럼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

7. 회복(Recovery)
생산을 재개하고 이를 유통시키며, 파괴된 인프라를 수리하고 또는 손상된 IT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일본 고베 지진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에서 전기, 가스와 수도공급의 부족 및 직원들의 결근(직원들 자신의 집도 크게 파괴됐기 때문에)으로 복구작업이 지연됐다. 고베항의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수리하는 데는 2년이나 걸렸다. 정상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많은 기업들은 잔업과 공급업체 및 고객의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정상수준 이상의 가동률을 통해 생산차질을 만회한다.

서부해안 항만폐쇄 후 빠른 대응을 한 유통회사는 1주일간의 조업중단을 만회하고 연말까지 사상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채권 트레이딩 회사인 캔터 피츠제랄드는 911 테러에서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수백 명의 직원들과 함께 회사의 시스템 전체를 잃었다. 그러나 2001년 9월17일 증권거래소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이 회사는 트레이딩을 재개했고 두 달 만에 911 테러 이전 수준의 채권 거래량을 기록했다.

8. 장기적 영향(Long-term impact)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만약 고객들과의 관계에까지 타격을 입었다면 이는 더욱더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게 되며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 고베의 중소 신발생산업체들은 한해 3400만 켤레의 구두를 제작하고 있었으나, 지진의 후유증으로 고객의 90%가 중국 공장으로 옮겨갔으며 이들 고객들 중 대부분은 두 번 다시 고베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또 다른 예로는 앞서의 필립스 화재의 여파로 에릭슨이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나, 구제역 여파로 영국 시골지역의 많은 호텔과 모텔들이 문을 닫은 것을 들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지연된 영향이 간접적인 경우도 있다. 911 이후 석 달에 걸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대신 도로를 이용했다. 그 결과 평상시 같은 기간에 비해 자동차 충돌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353명이나 많았다.

이러한 가상의 충격 프로필을 인지하고 BCP를 미리 도입,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이러한 업무중단사태 발생 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충격과 영향을 기대할 수 있는 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록 큰 충격과 업무중단 영향을 받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BC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