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는 지난해 초 우리나라의 국토를 3차원(3D)화된 전자지도로 만들어 공간정보의 기본이 되는 큰 틀을 만드는 사업인 ‘3차원 공간정보 구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2년까지 총 사업비 2500억원 가량을 계획해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 평가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현오석)에 의뢰한 ‘3차원 공간정보 구축사업 편익분석’에서 그 평가(편익비 0.4점)가 낮게 측정돼 국토부는 관련예산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측은 “이전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해 2010년 초 다시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국토부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2월1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배정예산 8000만원 규모의 ‘3차원 공간정보기반 신산업창출모델 연구’ 사업을 발주했다. 이 사업은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IT산업과 융·복합한 서비스로 신산업 창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유비쿼터스 및 사이버 국토시대에 필요한 국가 핵심기본공간정보인 3차원 공간정보 구축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또 각종 국토관련 행정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네비게이션·게임 등 신산업 창출을 위한 활용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8개월간 진행된다.

	지난해 진행된 3차원 국토공간정보 구축사업 중 춘천시 구축지역(40.6㎢)(좌), 서울특별시 구축지역(강남, 서초, 여의도 일원 104.7㎢)(우)

사재광 국토해양부 공간정보기획과장은 “이 사업으로 전 국토를 사이버 공간상에서 체계적·과학적으로 관리·서비스해 효율적인 정책수립과 신산업 창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3차원 공간정보를 매개로 전통 제조업과 첨단IT산업을 융합해 신산업 창출로 이끌어 공간정보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3차원 공간정보기반 신산업창출모델 연구사업에 입찰한 경쟁연구기관은 2개 컨소시엄으로 대한측량협회, 한국토지주택공사, 중앙항업, 한진정보통신, 범아엔지니어링, 새한항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제일항업, 새한지오텍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경쟁했다.

국토부는 대한측량협회를 주사업자로 한 컨소시엄을 선택했고 12월21일 현재 계약만을 남겨놓은 상태이다. 국토부는 이들 연구기관에게 국가 핵심기본공간정보 등의 인프라 구축에 관련한 국·내외 구축사례 및 활용실태 조사·분석과 국가, 지자체, 공공, 민간으로 구분한 3차원 공간정보 활용 시장조사를 맡겼다. 이들 연구기관은 3차원 공간정보 구축에 따른 비용편익을 전통적인 산업과 융·복합 신산업으로 나눠 분석·평가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 IT산업과 융·복합한 신산업 창출 모델에 대한 국·내외 사례 조사·분석과 차세대 공간정보산업을 위한 신산업 창출 모델도 제시해야 된다. 특히 3차원 공간정보 확산전략 수립을 위해 기존 2차원 공간정보에서 3차원 공간정보로 대체 가능분야 선정과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3차원 공간정보 구축의 국가 역할에 대해 정의하고 체계적 추진방안(제도정비, 기술개발, 유지관리 등)도 제시해야 된다.

3차원 공간정보 구축사업은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래성장동력 산업기반 조성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됐고, 지난해 4월 녹색뉴딜사업의 추진과제로 선정되는 등 사업의 필요성은 높게 평가 받았다. 하지만 경제성을 따지는 편익측면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3차원 공간정보기반 신산업창출모델 연구사업은 3차원 공간정보 분야와 여러 산업들이 만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려 국토부가 내놓은 복안이다.

특히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하게 될 국가공간정보인프라 구축의 근간인 ‘제4차 국가공간정보정책기본계획’과 공간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공간정보산업진흥기본계획’, 국가측량제도의 통합방향에 대한 기본 골격을 갖춘 ‘국가측량기본계획’ 등 세가지 기본계획이 오는 1월 발표되면 3차원 공간정보 구축사업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3차원 국토공간정보 사업은 국비 131억원을 사업비로 지원받아 활용도가 높은 서울특별시, 여수시, 춘천시, 광양시 같은 행정복합도시나 EXPO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도시를 우선으로 ‘3차원 국토공간정보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수도권을 우선으로 추진한 이유는 수도권지역은 토지의 고밀도 이용이 증가하고 복잡한 교통과 지상·지상시설물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3차원 공간정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구밀집 지역의 재난·재해 예측시스템 구축을 위해 3차원 공간정보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고, 공간정보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사업 추진시 시너지 효과가 큰 이유도 있다.

일본의 방재분야 3D GIS
3차원 공간정보 구축사업이 전부 완료돼 우리나라의 국토가 3차원화 된 큰 틀로 완성되면 그 위에 방재분야 뿐만 아니라 공공분야, 지자체업무분야, 민간분야, 군사분야, 생활분야, 과학분야 등 많은 정보들이 녹아들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방재분야 연결되면 의사결정과 재난관리업무에 엄청난 효율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면 3차원 GIS를 기반으로한 해외의 선례들을 살펴보자.

	일본의 동경대학 생산기술연구소 메구로 연구실에서 만든 ‘도쿄 23구 위험도(Hazard) 맵’ 중 방화방재지구 구분기능(왼)과 대상지역 피난루트 검색기능(오)

일본의 경우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다보니 방재분야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GIS분야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일본의 GIS기반 구축 계기는 1995년 1월에 발생한 고베 지진으로부터 활발하게 시작됐고 GIS가 방재분야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먼저 일본의 동경대학 생산기술연구소 메구로 연구실에서는 고정밀도 3차원 GIS를 플랫폼으로 한 지역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맵을 만들고 있다. 

메구로 연구실은 방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여러 가지 상황의 입장에서 이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대처능력이 낮은 것이라고 봤다. 이 능력의 향상을 위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준비해 자신이 위치한 거리나 건물, 방안에서 지진시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이름은 ‘도쿄 23구 위험도(Hazard) 맵’으로 도쿄 23구를 대상으로 3차원 GIS 플랫폼을 구축했다.

	일본 사람과방재미래센터에서 전시하고 있는 ‘하천 홍수 위험도 맵’(위), ‘해일 침수 위험도 맵’(아래)

주소를 선택하면 그 지역으로 이동해 높이를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는 조감도를 바탕으로 선택한 지점을 바라볼 수 있다. 이로써 가까운 피난 장소까지의 경로·거리를 나타내거나 각종의 위험도를 표시 할 수 있다. 또 메구로 연구실은 도시의 3차원 GIS 플랫폼에 고정밀도 재해 시뮬레이션(지진동, 건축물의 붕괴, 가구의 동적거동, 피난행동, 화재연소, 재해대응, 시책효과, 경제상황 등), 재해정보 DB 구축, 전자정보(e-Learning) 수법 등을 입혔다.

특히 건물붕괴, 화재, 피난의 3가지 위험도와 이것들을 기초로한 ‘종합위험도’를 표현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컴퓨터그래픽(CG)이나 가상현실(VR) 기술로 일반인들에게도 알기 쉽게 만들어 사람들의 방재의식을 효과적으로 높여가는 것이다. 또 메구로 연구실은 가구의 낙하나 전도에 의한 사상자의 문제는 지진방재를 생각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이를 위해 메구로 연구소는 ‘동적거동 모의실험장치(Simulator)’를 개발했다.

이 모의실험장치는 상황지진동, 입지 장소의 지반조건, 건물의 타입이나 계수, 방의 크기나 가구의 종류와 배치 등을 자유롭게 결정해 지진전달을 받은 가구의 동적거동을 모의실험 할 수 있게 만들어 이것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동적거동 모의실험장치를 이용하면 지진시 방안의 가구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가구배치의 차이에 의한 방안의 위험성 변화, 전도 방재 장치의 효과 등을 인식할 수 있다. 박영진 국립방재연구소 박사는 “일본에서는 이 지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주택이나 아파트 분양시 지진으로부터 좀 더 안전한 가구배치를 도와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면붕괴 지형분포 3D 지도
사면붕괴는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 일어나는 성질이 강한데, 이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지면슬라이딩을 원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사면붕괴 지형분포 3차원 맵’을 만들어 피해가 잦은 니이가타현 나카고 지역과 시즈오카현의 사면붕괴 데이터를 공개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의 사람과방재미래센터(전시관)에선 태풍으로 큰 피해가 낮던 효우고현 내의 마루야마천, 가고천, 이치카와 등 여섯 개 하천의 유역을 대상으로 하천의 범람·침수에 대한 위험도를 표현한 ‘하천 홍수 위험도 맵’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지진시의 가구의 동적 거동 모의 실험 장치

또 지진해일의 피해가 잦은 동남해와 남해에 초점을 맞춰 일본의 와카야마 4현 해일 침수 지역을 표현한 ‘해일 침수 위험도 맵’도 만들어 전시중이다. 이 두 위험도 맵은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을 사용해 침수 위험지역을 3차원 맵 위에 색별로 분류해 CG로 표현한다. 센터에서는 방문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Touch Screen) 방식으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의 시카지마 건설은 ‘건축 성능 비주얼(Visual)화 프로그램(VR-SPAP)’으로 건물의 화재안전성능을 계획단계로 평가하고 빌딩관리나 비상시의 피난·구조 활동에 도움이 되는 시뮬레이션을 알기 쉽게 시각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발화장소, 가연성물질의 양, 방재설비상황인 문이나 배연창의 개폐상황, 소화설비유무 등을 입력하는 것으로 연기의 흐름, 실내온도의 상승 등을 가상으로 표현한다. 또 빌딩 내 위험장소와 그 위험도를 색으로 표시해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코하마 시, ‘지진 맵’과 ‘액상화 맵’
요코하마 시에서는 지역 간에 지진의 정도가 심한 지역의 예측을 위해 지진기반이라고 불리는 지하심부의 단단한 암반층의 파악을 위해 관계전문가가 지하구조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결과를 근거로 시내에 지진으로 인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상정지진에 대해 지역 간의 정보를 GIS를 이용해 ‘지진 맵’으로 작성하고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진 맵’은 고밀도강진계네트워크로 관측된 지진데이터의 해석 결과와 시 전역의 기반이나 지하구조의 특징을 고려해 작성됐고 이 자료를 활용해 시민의 방재의식 고양과 목조주택의 개수촉진에 활용하고 있다. 또 요코하마 시 전역에 50m 메쉬(Mesh)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을 표시해 ‘액상화 지도’를 작성했다. 액상화지도는 지진지도와 같이 요코하마 시의 실시간 지진방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일본 국토지리원의 ‘지형정보시스템’도 있다.

지진과 화산폭발, 태풍, 홍수 등 다양한 재난위험도가 높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GPS관측 시스템, 항공사진, 위성영상을 활용한 재난예측 관련 지리정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주제도를 활용한 재해정보 지도화 그리고 토양현황지도, 화산토양현황지도 등을 활용한 3차원 정보, 지형형성과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형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자료들은 다양한 종류의 지도와 GIS프레임워크자료, 항공사진, 토양현황측정자료, 재해정보지도 등이다. 재해정보지도는 지형, 토양현황에 대한 정보와 대피소 및 사회기반시설의 위치 등을 기본 정보로 해 도시지형의 활성단층지도, 토양현황도, 연안 지역의 토양현황도, 화산의 토양현황도 등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동경도’가 있다. 동경도의 화재위험도는 지진에 의한 화재발생 가능성과 그것에 의한 연소 확대의 가능성을 측정해 위험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연소위험성은 출화된 불이 확대되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검토해 연소되는 건물의 면적을 근거로 산출하게 된다. 목조건물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출화가능성이 있는 기구의 출화방지대책이 요구되고,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해 시민 방재조직을 이용한 초기소화력을 강화하며, 목조건물의 재건축에 의해 불연화 및 연소 확대 방지용 도로·공원 정비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방재분야 3D GIS
미국은 공공의 목적으로 GIS를 추진해왔다. 활용한 역사가 긴 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 사례들이 존재하며 특히 재난대응과 관련해 GIS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먼저 ‘연방재난관리국(FEMA) GIS’가 있다.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Andrew)’이후 GIS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FEMA는 1993년부터 중서부지방을 강타한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GIS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MAC(Mapping and Analysis Center)에서는 재난대응활동을 위해 다양한 방재관련 GIS데이터를 제공하며 침수위 분석을 포함한 모델링의 지원과 피해산정자료를 포함하는 등 다양한 용도의 관련자료를 제공한다. 주요 GIS 수치지도 형태는 재난 발생부터 진행과정까지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개략적인 정보에서부터 세부적인 정보까지 제공하는 계층구조의 수치지도를 제작해서 공급한다.

또 ‘국가비상관리정보시스템(NEMIS)’은 GIS인 EIS(Emergency Information System)/Maps는 표준 USGS Quadrangle(지형도폭)체계에 따라 미국 전역을 커버한다. 지도의 축적에 따라 상세도는 다르지만 비상관리 전문가들에 필요한 국토현황, 기간 시설물, 지형자료, 수심자료, 표지물 등의 위치를 전자지도상에 표시한다. 미국 저고도항공사진정보업체 픽토메트리(Pictometry)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지털지도 서비스 ‘버추얼어스(Virtual Earth)’에 사진을 공급하는 업체로 ‘EFS(Electronic Field Study)’를 만들었다. EFS는 GPS를 탑재하고 항공촬영을 통해 한번에 5방향 영상을 볼 수 있는 경사·수직 영상 뷰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뷰잉 기능 외에도 위치측정, 거리측정, 면적측정, 높이측정, 각도측정, 경로검색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고 수치지도 등의 벡터자료를 띄울 수 있어서 재난관리 분야에도 많이 사용된다. 픽토메트리와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중앙항업의 김상봉 수석연구원은 “EFS는 고해상영상을 이용해 확대·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이·거리 측정 같은 관측이 용이하다”며 “이로써 접근가능지점 등을 미리 분석할 수 있어 사고 장소를 신속히 파악하고 접근로를 다양하게 검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3차원 GIS는 공간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공간분석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등 첨단 청보통신기술과 융합돼 그 활용범위가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고, 방재정보시스템도 더욱 고도화 돼 방재분야와 3차원 GIS의 만남은 앞으로 재난·재해에 무궁무진한 경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망의 기본 틀이 될 3차원공간정보구축사업이 더디게 나아간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들은 ‘거북이 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