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과 녹색성장’을 주제로 하는 ‘사회안전학회 창립기념 학술발표대회’가 지난 12월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상명대학교 밀레니엄관에서 개최됐다. 사회안전 서비스의 질적인 발전과 안전인프라 구축,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안전학회(회장 안문석)에서 주최하고 상명대학교(총장 이현청)가 주관하며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 한국비시피협회(회장 황효수), 삼성SDS(대표 김인), 유탑엔지니어링(대표 김명수), 재난포커스(발행인 한채옥) 등의 후원으로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회안전과 관련된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의 융·복합 학문의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돼 많은 호응을 얻었다. 대회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들은 “기존 자연과학 위주로 물리적 대응에 치중했던 국내 재난안전관리에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들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사회안전분야는 그 특성상 모든 전공분야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회는 많은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사회적 불안요인을 경감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학문과 연구들이 발표됐다.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은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기술적 접근보다는 사회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며 “그동안 재난안전문제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학회는 많았지만, 사회안전학회의 출범으로 사회적 측면에서 접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연과학분야와 사회과학분야의 구성원들 간의 공동연구들이 많이 활성화돼 우리나라의 재난안전관리 패러다임에는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위기관리·BCP, 소방, 방재안전, 기업·산업안전, 안전인프라서비스 5개 분과와 포스터 발표로 나뉘어 총 75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분과별로 총 20분간 학술발표 15분, 토론 5분으로 5군데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위기관리·BCP’ 분과에서는 국가안보, 비상대비, 민방위, 전염병확산, 경제위기, BCP&IPOCM, 재난관리표준·도시안전, 안전문화, 민간협력, 범죄과학 등의 논문들을 발표했고 ‘소방’ 분과는 방화관리, 도시화재, 초고층복합건축물재난, 구조구급, 응급의료, 위험물안전, 긴급대응 등의 내용을 다뤘다. 또 ‘방재안전’ 분과는 자연재해, 건설현장안전, 환경안전, 교통안전, 에너지안전, 제품·소비자안전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고 ‘기업·산업안전’ 분과는 산업안전, 기업안전, 안전산업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안전인프라서비스’ 분과는 국가 기반체계 마비, 시설물 안전관리, 안전서비스, 물류, 석유화학 콤비나트 등의 논문들을 발표했다.

핵심인프라시설에 대한 내진대책 부족해
먼저 정종수 사회안전학회 사무국장은 ‘운영연속성을 위한 핵심 정보통신장비의 지진경감대책 취약성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했다. 정종수 사무국장은 국내 지진경감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지진으로부터 운영연속성(BCP)의 핵심인프라시설인 전기·전자·통신 등의 시설물 피해를 경감하는 대책에는 미흡해 그 취약성 실태를 파악하고 선진사례 비교와 향후 개선점, 대안을 제시했다.

정 사무국장은 “조직 운영연속성의 두뇌인 핵심인프라시설의 지진에 대한 내진대책은 ‘지진재해대책법시행령’ 제4장 내진대책 제10조 28항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에 따른 설비’로 통신장비, 전원설비, 부대설비, 옥외설비 등에 포함되는 몇몇 장비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전산정보센터(IDC)에 대한 부분은 언급돼 있지 않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한 핵심인프라 면진대책이 필요하고, 지진시 핵심인프라를 담고 있는 랙함체, 프레임장치의 안전기준과 선진국 기준에 맞는 제품시험 기준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운영연속성 핵심인프라라인과 라이프라인(정부통합전산센터, 백업전용센터, 국가지휘정보망, 정보통신, 가스, 수도, 전기, 금융, 의료 등)이 지진발생시 면진시설이 없다면 국가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관련법, 제도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조직의 운영연속성을 위한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점진적으로 확산돼 전 산업의 발전과 운영연속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용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물리분석과 연구사는 ‘임진강 경보제어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 사례 분석’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임진강 방류 사고의 원인 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인명피해발생경위와 향후 동일사고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송재용 연구사는 “임진강 경보제어시스템(WLMS, Water Level Monitoring System)은 수자원공사, 연천군청, 한강홍수통제소 3개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수자원공사의 경보제어시스템에서 경보방송과 대피방송을 전담 관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임진강 필승교에 설치된 원격단말장치(RTU, Remote Terminal Unit)가 사고 발생기간 중 고장으로 인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불가능했고 경보·대피 방송이 가동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사는 또 “이런 시스템 오류는 경보제어시스템에 대해 운용주체인 수자원공사에서 사전 점검을 완벽히 수행하고, 유사한 시스템을 운용하는 한강홍수통제소와 연천군청 및 최초 발견 한 군 당국의 협조가 있었다면 인명피해는 발생치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 안전 유지 측면에서 보다 안정성 높은 시스템 구축과 효율적 운용, 근무자의 책임의식을 확고히 해야만 유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향후 유사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시스템운용에 대한 충분한 권한 부처와 처벌규정 강화, 유관기관간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물 안전관리에도 BCP 필요”
은민균 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는 ‘시설물 안전관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고찰’에 대해 논문을 발표했다. 시설물 안전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BCP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은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행 사회기반시설물의 안전·유지관리는 건설공사중 안전관리와 건설공사후 안전·유지관리체계로 나뉜다”며 “건설공사중에는 ‘건설기술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각각 안전관리계획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등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후에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서 안전·유지관리기본계획과 특정관리대상시설지정 관리지침을 통해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시설물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으로 통합적이지 못한 안전관리체계, 사전 안전성 평가의 부재, 건설공사의 생활사(Life Cycle) 인식결여, 시설물 안전·유지관리에 대한 인식부족 등을 꼽았다.

또한 “시설물 안전관리 경우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때 피해를 입은 공공 인프라 및 민간기업 등의 조기 복구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재난관리표준으로 BCP를 수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종래의 안전관리계획 내용을 활용하면서 사업계속의 관점으로 방재 매뉴얼을 구축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재난 경험이나 노하우를 유효하게 활용할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규모 재난 발생시 시설물 안전관리의 중요업무는 인프라 복구공사의 신속한 대응”이라며 “건설회사는 복구활동의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까닭에 라이프라인을 다루는 회사와 똑같은 신속성이 사회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도선 한남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 저감을 위한 CPTED 기법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범죄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고 범죄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과 사회적 반응, 그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내재화된 심리적 반응”이라며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의 핵심은 환경이 인간의 행태에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범죄수준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저감시키기 위한 노력은 전통적으로 경찰을 비롯한 형사사법기관의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통해 이뤄져 왔다”며 “하지만 범죄의 발생에 있어 근본적인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다하기에는 물리적이고 환경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안으로서의 CPTED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 효과성이 인정돼 사회 전반에 걸친 영역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며 “국내에도 한국적 실정에 맞는 CPTED 도입방안을 검토했고, CPTED 국가표준인 KS A 8800이 이미 제정·고시 됐으며, 최근 전국 9개 혁신도시에 CPTED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1. 송재용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물리분석과 연구사 사진2. 최선화 국립방재연구소 박사 사진3. 은민균 우석대학교 건축ㆍ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사진4.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CCTV 이용한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고도화
박영진 국립방재연구소 박사는 ‘재난영상정보 방재분야 활용방안에 관한 기초연구’를 주제로 지난 5월부터 소방방재청이 추진 중인 ‘재난영상정보(CCTV) 통합·연계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박 박사는 이 사업을 시·군·구 사이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거나, CCTV제원이 서로 다른 기종으로 인해 상호연계 및 공동활용이 불가능했던 점을 개선하고 시·군·구, 시·도, 유관기관이 상호간 재난관리를 위해 목적별·용도별·사용자별로 CCTV영상을 재난관리용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인식기술이라는 첨단 알고리즘을 CCTV 영상에 응용함으로서 재난관리 기능과 기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과학적 시도를 추진했다”며 “기존의 단일화된 전자상황판에 CCTV 영상정보뿐만 아니라 각종방재시설정보, 자원정보, 관측정보, 피해상황정보, 응급조치정보 등을 실시간 제공해 신속한 상황판단과 효과적인 현장대응 지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이로써 재난현장의 생생한 영상정보를 공유해 신속·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해 효과적인 초동대응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상태와 위험지역의 주변상황을 즉시 파악해 주민대피, 시설물안전조치 등의 긴급 비상활동 수행 지원에도 효과적이다”라고 사업에 대한 기대효과를 밝혔다. 최선화 국립방재연구소 박사는 ‘과거 재해사례 공유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해 발표했다.

최 박사는 분산돼 있는 우리나라 과거 재해사례들을 통합해 재해사례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쉬운 접근방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해사례지도(Disaster Instance Map)를 설계·구축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재해사례지도는 자연과 인간사회가 상호조화하며 재난을 극복했던 우리 조상들의 재해극복 사례들을 통합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라며 “과거 재해사례정보를 쉽게 획득하고, 해당 지역의 과거 재해이력과 다양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정량적·정성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또 “과거 재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제공 뿐만 아니라, 향후 재난관리의 기능·목적별로 분산돼 운영되고 있는 다수의 정보시스템에서 생성되는 재난·재해정보를 단계적으로 통합·연계해 확장할 계획”이라며 “침수흔적도, 소하천 정비사업 관련 정보 등의 자연재해 관련 정보와 특정관리대상시설물, 물놀이, 유도선 사고와 같은 인적재난 관련 정보를 단계적으로 통합·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선화 박사는 특히 “향후 사용자·업무·상황 통합맞춤형 검색 프레임웍 개발, 재해정보에 대한 정성적 콘텐츠 연구 등을 지속해 사용자 질의를 확장하고 시맨틱(Semantic) 매칭을 수행한 의미검색 서비스로의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재난안전관리정책 뒷받침할 것”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은 이날 ‘국가안전관리의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을 밝혔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 증가, 사회·경제 변화로 인한 위험 증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욕구 증대 등을 고려해 마련한 것으로, 재난안전관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5개 목표를 살펴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기업과 시민사회단체가 서로 협력해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김 실장은 “기존에는 재난에 대한 대응·복구 중심의 정책을 펴왔지만, 앞으론 예방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며 “이를 위해선 어렵더라도 국민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을 당해 큰 피해를 입고난 뒤 복구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앞으론 다가올 재난을 예방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업의 안전관리 참여와 활동영역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게도 BCP(사업연속성계획)으로 대표되는 재난관리 시스템 마련을 독려하고 사회적 책임(CR) 차원에서 재난관리 활동을 늘릴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사회안전학회 창립기념 학술발표대회가 끝나고 이어진 사회안전학회의 창립총회에서 안문석 학회장(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은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학문적 융합을 통해 사회안전, 비상대비 등에 대한 학술연구와 기술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문석 회장은 또 “재난안전관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바람직한 재난관리 정책을 마련하는 데 사회안전학회가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안전학회(ISS, The INSTITUTE of Societal Security)는 각종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안전, 비상대비 등 학문과 기술연구를 목적으로 지난 7월30일 출범한 학회다. ISS에는 학계는 물론 국회, 언론계,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재난관리 전문가들도 함께한다. 특히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이 고문으로,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 김문겸 숭실대 교수, 정덕훈 동국대 교수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