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인한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추위에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의 에너지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라프지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올겨울 들어서만 에너지 수급 차질 경고가 두 번이나 발령됐다. 100년 만에 가장 심하다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난방용 에너지 수급 차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 에너지업체 내셔널그리드(NG) 측은 “가정용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장이나 공장, 발전소 등 기관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영국은 수백 개의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철도 및 항공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당분간 주요 공급원을 가스에서 석탄 등 대체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날인 4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원유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우려했던 에너지난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럽인들은 지난해 1월 있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가스 협상 결렬로 유럽 지역에 2주 가까이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올해 겨울에는 유례없는 강추위로 폴란드 동부에서 동사자 71명이 발생하고 강물이 불어 둑이 터지는 일이 생겼다. 스웨덴 일부 지방의 기온은 영하 44도 이하로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역시 에너지 품귀 현상으로 대책마련에 나섰다. 영하 20~30도에 이르는 기록적인 한파 속에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 인구 600만 이상의 항저우 지방 정부는 지난주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장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호텔, 사무실 빌딩, 쇼핑몰 등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축소했다.

특히 폭설로 인해 탄광으로부터의 석탄 수송이 어렵게 되면서 에너지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구 석유공사(CNPC)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하루 500만~600만CMB, 중국 북부 지역은 800만CMB의 LNG(액화천연가스) 공급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LNG 수입을 확대하고 나섰지만, 한파로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공급 부족은 즉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5일 미국 뉴욕상품시장에서 국제유가는 14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유럽 내 전기 가격도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