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비파라치제(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소방방재청은 3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별관 3층에서 ‘상반기 주요정책 성과 토론회’를 열고,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 가운데 하나로 다중이용시설 대상 비파라치제 운영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파라치제는 피난·방화시설 폐쇄·훼손·변경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도로, 비파라치란 비상구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다. 노래방·피시방·호텔·찜질방·아파트·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계단에 물건을 쌓아둔 경우, 이를 사진·동영상으로 찍어 소방서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게 이 제도의 뼈대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11월14일 일어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화재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파라치제 도입을 결정하고, 올 2월4일 ‘신고포상제 세부운영지침’을 전국 소방관서에 시달했다.

이 세부운영지침에 따른 신고대상은 △피난·방화시설 등의 폐쇄(잠금 포함)·훼손·변경행위 △피난·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적치 또는 장애물 설치행위 △피난·방화시설 등의 용도장애 또는 소방 활동 지장 초래 행위 등이다.

소방방재청 지시에 따라 경북도소방본부, 광주시소방본부 등은 1월 초 비파라치제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각 지자체별 상황을 고려해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중이다.

비파라치제 도입 취지는 인명피해를 유발한 자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 구현과 소방안전 확보다. 무엇보다 피난·방화시설 불법행위 단속에 투입할 소방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비파라치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주민에게 포상금을 주면 적은 예산으로도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비파라치의 신고로 과태료를 물 경우, 건물 소유주·방화 관리자·세입자 중 한 사람이 1차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2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신고자에겐 1건당 5만원, 1인당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포상금이 지급된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3월23일까지 비파라치제 운영 실적을 분석해보니 서울, 대구, 인천, 경남, 제주 등에서 모두 1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96건의 신고가 있었고, 이어서 경남(20), 서울(14) 인천(3), 제주(1)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이후 4월부터 비파라치제를 본격 시행한 강원, 경북 등에서도 상당수가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방방재청이 비파라치제 조례제정과 포상금 예산 확보 등을 지자체에 독려하면서, 하반기부터 신고접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은 비파라치제 확대를 위해 상반기 안에 전 시·도에 관련 조례를 제정토록 할 방침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3일 현재 서울을 뺀 15개 시·도가 조례제정을 끝냈다. 서울도 6월 안에 조례제정을 마칠 예정이다.

또 11개 지자체는 5월말까지 신고자에게 지급할 포상금 예산을 확보했고, 나머지 5개 시ㆍ도(서울ㆍ대전ㆍ울산ㆍ충남ㆍ경남)에 대해서도 조기 추진을 독려하기로 했다.

비파라치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선 제도에 대한 홍보와 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도 시행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속 현장에서 소방대원과 업주 간 시비 등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포상금을 목적으로 한 전문신고꾼들과 경쟁업소의 무분별한 신고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재난포커스 - 안재근 기자 ajg@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