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광산에서 60명이 목숨을 잃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8일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서시베리아 케메레보주 라스파드스카야 광산에서 연쇄폭발 사고가 발생해 12일 현재 60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됐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 광산에선 30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11시50분께 폭발사고가 발생해 지하 갱도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매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시간 뒤에 2차 폭발이 일어나면서 매몰자 수색·구조를 위해 갱도에 들어간 구조대원 20명도 실종되고 말았다. 2차 폭발은 광산 인근 4층 건물을 붕괴시킬 정도로 위력이 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수습한 시신 60구 가운데 구조대원의 시신 19구를 포함해 32구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아직 30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12일 현재 부상자는 99명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당국은 추가 폭발 가능성을 우려해 구조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게다가 2차 폭발로 환기 시설이 모두 파손되면서 갱도 안으로 산소 공급이 안 되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세르게이 쇼이구 연방 비상대책부 장관은 “실종자를 찾으려면 갱도 안으로 311㎞를 진입해야 한다. 구조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실종자 구조작업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11일 사고 지역을 찾아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구조 작업 상황을 보고받았다.

러시아 대검찰청은 작업자들의 안전 수칙 위반 여부와 함께 사고 당시 갱도 내 메탄가스 측정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산 안전관리와 초기 구조작업에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옛 소련 시대 낡은 시설과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2004년 이후에만 24건의 광산 사고가 발생했다. 2007년 케메로보주 울랴노브스카야 광산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광부 110명이 사망하고, 2008년에도 키로브스크 인근 광산의 폭발 사고로 12명이 숨졌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