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1일 새벽 집중호우에 따른 하천범람으로 9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미국 아칸소주 ‘앨버트 파이크’ 캠프장.

“물이 1층 높이까지 차올라 물고기들이 들어오고,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말았어요.” 6월16일(현지시각) ‘물폭탄’이 떨어져 홍수가 발생한 프랑스 남부지역에 사는 한 주민의 경험담이다. 그의 말처럼 16일 프랑스 남부지역 주민들은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10년 만에 퍼부은 폭우 때문이었다. 이날 프랑스 남부지역에선 18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코트다쥐르 산간지대의 경우 12시간 동안 18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하천수위가 순식간에 수 m나 상승했다. 때문에 고지대로 대피할 시간이 없었던 많은 주민이 지붕 위로 피해야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구조인력 1000여명과 헬리콥터를 구조작업에 투입해 자동차나 지붕 위 등에 갇혔던 수백 명을 구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센 탓에 한 여성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남부지역에 앞서 미국 아칸소주에선 11일 강물이 한 야영장을 덮쳐 최소한 20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아칸소주 리틀록 서부 카도강과 리틀 미주리강에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져 강 수위가 6ｍ 이상 높아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야영객들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참사 현장인 아칸소주 서부 ‘앨버트 파이크’(Albert Pike) 캠프장에는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300여명의 가족단위 야영객들이 오두막집과 텐트·캠핑카 등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11일 새벽 2시가 돼서야 호우경보가 내려지는 바람에 많은 야영객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강물에 쓸려 내려가고 말았다. 이 지역주민 한 명은 “새벽에 비명소리가 들려서 나왔더니 급류가 야영장을 덮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칸소주 비상관리팀에 따르면, 11일 현재 73명이 실종됐다는 가족들의 신고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야영객들의 명단이 떠내려갔고, 신고 없이 강가에서 야영하던 이들도 있어 피해자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 비베 아칸소 주지사는 “순식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진데다 많은 야영객들은 잠든 새벽 2시에야 경보가 발령돼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고 뒤 아칸소주당국은 구조대를 편성해 강가를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과 사체 발굴 작업을 펼쳤다. 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구조를 위해 아칸소주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라고 재난관리청(FEMA)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FEMA는 미 연방정부의 국토안보부 산하 재난관리 전문기관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