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시작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치달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는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금과 벌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될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가 온갖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 4월20일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소유한 멕시코만 심해 유정에서 일어난 시추시설 폭발사고와 함께 시작된 원유 유출은, 2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제작업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의 장기화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겼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한 데서 드러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저녁 8시부터 18분간 TV에 중계된 연설에서 “절대 실수하지 않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이번 사태에 총력 대응할 뜻임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가 너무나 크고 어려워서 대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번 사태를 일으킨 BP가 모든 피해를 보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미국 국민에게 약속했다. 또 “6개월간 심해 시추를 금지하겠다”고도 말했다.

백악관 연설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14~15일 이틀간 피해를 입은 멕시코만 연안을 찾아 방제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했다. 원유 유출 사태가 일어난 이후 네 번째 현장 방문이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은 오바마 대통령한테만 위기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거대 다국적 석유기업 BP에겐 생존의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BP의 최고경영자(CEO)는 14일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국 상원의원 54명으로부터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배상금과 방제비용으로 200억 달러 예치를 요구하는 편지를 받았다.

게다가 BP는 미국 환경법에 따라 벌금 140억 달러도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340억 달러를 지출하게 생겼다. 34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41조344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물론 BP 입장에선 이 돈을 다 낼 뜻이 없어 보인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이나 재판을 통해 최대한 깎겠다는 게 BP의 전략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