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방재백서>를 간행했다. 이 백서는 지난 6월15일 제174회 국회에 보고한 ‘방재에 관한 조치의 개황’ 및 ‘2010년 방재에 관한 계획’을 정리해 백서로 간행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재해대책기본법’ 제9조에 따라 매년 <방재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백서를 통해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한 재난관리시스템 강화를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방재백서>를 간행한 일본 내각부(방재담당)은 올해 백서의 특집으로 ‘새로운 공공의 힘을 빌린 방재능력 향상’을 실었다. 이를 통해 일본 각지에서 활동하는 재난안전 자원봉사단체 중심의 민간 위주 또는 민관 협력 방재활동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고 있다. 올해 백서 가운데 특집은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지진)을 통해 인식된 ‘새로운 공공’의 중요성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민간 주체 방재활동 확대 △지역을 둘러싸는 상황 △각 지역에서 퍼지고 있는 ‘새로운 공공’의 힘을 살린 방재활동 △‘새로운 공공’의 활동에 관한 국민의식 △과제 및 앞으로의 기대로 구성됐다. 특집 외에 3부로 이뤄진 <방재백서>는 방재 시책에 관한 현상과 과제(1부), 재해의 상황과 대책(2부), 2008년 방재에 관한 조치의 개황 및 올해 방재에 관한 계획(3부)을 다루고 있다.

방재대신…“민간 방재활동 역량강화 추진”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내각부특명(방재)담당대신은 7월 간행된 <방재백서>에 대해 ‘새로운 공공’의 힘을 살린 방재능력의 향상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하며 주민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방재백서>에서 재난에 강한 나라·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행정뿐 아니라 반드시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자원봉사단체, 기업, 학교 등에서 실시하는 방재활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고령화, 과소화 등 지역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하는 가운데 지역의 방재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여러 주체에 의한 방재활동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앞으로 자치단체나 주민 여러분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올해 초 발생해 20만명 이상이 희생된 아이티 지진 등을 예로 들며 “국내외를 불문하고 재난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또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2월 칠레 중부 연안을 진원으로 한 강진이 발생해 칠레 현지는 물론 지진 발생 다음날에는 일본에도 지진해일이 도달해 양식시설 등에 큰 피해를 주었다고 나카이는 설명했다.

일본의 방재대책을 책임진 그는 또 “방재는 행정의 여러 가지 분야와 연결된 주제다. 재해 열도라고 하는 일본의 방재 담당자로서 정치적 리더십 아래 재해 예방, 응급 대책, 복구·부흥의 각 단계마다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번 백서를 통해 재난에 대한 자조, 공조의 실천을 부탁한다”면서 “정부도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안심을 확보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 방재대책 전반에 대해 온힘을 기울이겠다”고 일본 국민에게 약속했다.

고베지진…‘새로운 공공’의 중요성 일깨워
올해 <방재백서>에서 특집으로 다룬 ‘새로운 공공의 힘을 빌린 방재능력 향상’에 따르면, 일본 방재분야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공공’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1995년 1월17일 효고현(兵庫縣)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다. 우리나라에선 고베지진이라 부르는 이 지진으로 6437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발생 15주년으로, 지난 1월17일 효고현 안팎에서는 15년 전 지진과 관련된 많은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일본 재난대책의 전환점이 됐다. 지진 이후 일본은 재난관리행정과 관련된 제도와 체제 등을 재검토해 많은 부분에 메스를 들이댔다. 게다가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방재활동에 대해 행정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 자원봉사, 기업, 학교 등 여러 주체가 서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케 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일본에서 여러 주체가 서로 돕는 힘 즉, ‘새로운 공공’의 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재난인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최대의 피해를 낸 이 재난은 발생 직후, 현지 소방서 등 행정력만으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구출된 주민 가운데 약 80%는 가족이나 이웃들에 의해 구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게다가 진원에 가까워 진도 7을 기록한 아와지 섬에서는 많은 주민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 생매장될 위기에 처했지만, 소방대원을 포함한 현지 주민이 자발적으로 구조작업을 개시했다. 이들은 약 300명의 주민을 구출했는데, 지진 발생 당일 오후 5시까지 매몰된 주민 전원을 구조해 수색활동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뒤 일본 각지에서 130만명이 넘는 이들이 각종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해 ‘자원봉사 원년’으로 불리게 됐다. 기업들도 자사 사원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많은 이재민에게 식료나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고 자원봉사단을 편성해 재난현장에 보내는 등 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재난지역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이 지역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의식이 높아져 복구·재건과정에서도 지진 피해를 입은 유아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육기관에 기부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게다가 자원봉사 휴가·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대지진 이후…민간 주체 방재활동 크게 증가
한신·아와지 대지진 뒤에도 일본에선 매년 지진,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엔 자원봉사단체, 기업, 학교 등의 방재활동을 전국 각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대지진 이후 15년간 각 주체는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하며 충실한 활동을 위해 노력해왔다.

예컨대, 방재 자원봉사 활동과 관련해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재난현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재난발생 초기 행정기관의 자원봉사 관리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아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경험이 풍부한 코디네이터가 거의 없었음은 물론, 대부분 경험이 없었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숙소나 식사 제공에 혼선을 빚는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재난 발생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희망자 접수, 재난현장의 지원 요구 조정 등을 실시하는 ‘재해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고 있다. 지난해 7월의 ‘큐슈 북부 집중호우’나 8월 제9호 태풍 ‘아타우(ETAU)’ 피해 때 현지 사회복지 협의회 등의 협력 아래, 재해자원봉사센터가 각 자치단체에 설치돼 자원봉사 활동의 거점이 되고 코디네이터 기능을 발휘했다.

복구단계에서 재난현장의 요구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도 과제의 하나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예로 들면, 복구 초기 단계에서는 이재민의 생활을 재건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정비 등 마을 만들기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소자녀화·고령화가 심각해 이재민 지원이나 지진 후 재건된 상가 활성화 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활동도 자원봉사자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방재의식과 구체적인 활동도 15년간에 조금씩이지만 착실하게 개선됐다. 예를 들면, 대지진에 대비해 가구나 냉장고를 고정시켜 넘어짐을 방지하고 있는 가정의 비율은 19년 전 8.5%에서 대지진 뒤 12.7%로 늘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6.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 발생한 스루가 만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 뒤 조사에서 가구를 고정하지 않았던 가정에선 약 10%가 넘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고정했던 가정의 피해는 약 3%에 그쳤다. 가구를 고정하면 3배 이상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또, 방재활동이나 재난원조활동에 참가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도 12년 전 14.8%였음에 견줘 올해는 21.5%로 증가했다.

고령화·과소화…지역 방재환경의 변화
여러 민간 주체에 의한 방재활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방재환경은 악화 추세다. 소자녀화·고령화 등으로 지역사회가 바뀌는 가운데 지역의 방재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소방단원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2년 전 100만명이 넘었던 소방단원은 지난해 약 88만명으로 줄었으며, 동시에 단원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도시화에 따른 지역 커뮤니티의 정체성 상실도 문제다. 한때 일본 사회는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일을 하고, 학교에 다니고 쇼핑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역 커뮤니티와 생활권이 거의 일치한 것이다. 그러나 고도성장에 의한 도시화와 교통망 발달은 통근, 통학, 쇼핑 등의 생활권을 확대시켰다. 이와 함께 지연 중심의 지역 커뮤니티에 커다란 변화를 불렀다.

예컨대, 평일 낮 대도시에 대지진 발생을 가정했을 때 도심에서는 통근자나 쇼핑객 등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귀가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수도 직하 지진 피난 대책 등 전문조사회 보고’에 따르면, 도쿄만 북부를 진원으로 하는 진도 7.3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최대 650만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곧 주거지에 남겨진 주부, 아이, 노인 등을 중심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한다.

주민이 너무 적은 지역에선 다른 과제가 생기고 있다. 과소 지역은 도시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에 의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주민들이 서로 돕기가 곤란한 탓이다.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해 도로 등 교통망이 토막토막 끊겨 고립됐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게다가 일꾼 부족으로 농지와 산림의 유지 관리도 곤란해져 산사태와 같은 재난을 일으킬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 스스로 방재능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해왔다. 위에서처럼 전국의 소방단원수가 감소하고 있는 중에도 소방단원수가 증가하고 있는 시읍면도 있다. 사가현 카라츠시에서는 낮의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전직 소방단원과 소방대원을 지원단원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나라현 나라시에서는 여성 단원에 의한 홍보단을 설립하는 등 창의력을 발휘해 소방단원을 늘렸다. 또 고립 가능성이 있는 마을에 대해서도 피난시설(65.7%)이나 정보통신 수단(44.7%) 등의 정비를 진행중이다.

이러한 대책과 함께 도시지역 거주자 중 직장인, 학생 등 그 지역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실의 도시 생활에 입각한 방재 대책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소 지역에서는 도시 거주자와의 교류·제휴를 추진하는 등 스스로뿐 아니라 외부의 힘을 빌린 방재대책을 구축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정구역 등에 연연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 등의 활동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공공’의 힘을 살린 방재활동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새로운 공공’의 힘을 살려 일본 각 지역의 방재능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 활동 사례는 크게 자원봉사단체, 기업, 학교 등으로 구분된다. 자원봉사단체 가운데 ‘타카시마재해지원자원봉사네트워크’는 2001년에 현지 주민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 단체는 방재를 알기 쉽고 친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담, 퀴즈, 복화술, 대형 롤 그림 연극 등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주부들로 이뤄진 단원들은 대본부터 필요한 도구까지 스스로 만들어 쓰는데, 20종류가 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육 대상은 고령자와 어린이가 대부분이지만 기업의 사원 연수회에서도 의뢰가 있다고 한다. 현재 시가현을 중심으로 연간 50회 이상의 강연을 실시중이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에 가입한 편의점 10개 업체와 외식기업 1개 업체는 2005년 2월 간사이광역제휴협의회(2008년 7월 간사이광역기구로 개칭)와 ‘귀가곤란자지원협정’을 맺었다. 대규모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해 철도나 버스 등이 끊겨 귀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편의점 및 외식 체인점에서 수돗물, 화장실, 도로 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자치단체와 약속한 것이다. 이 협정에 동참한 점포들은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한국어로 쓰인 ‘재해시 귀가 지원 스테이션’이란 같은 스티커가 많은 사람의 눈에 뛰는 곳에 붙어 있다.

가연성 위험물을 취급하는 주유소도 방재활동에 동참한다. 주유소는 각종 법령에 근거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졌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도 주변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소실되는 것을 주유소가 막은 사례가 많았다. 2004년 10월23일 발생한 니가타현 나카고에 지진 때에도 주유소 피해는 경미했으며, 여러 주유소가 지역 주민을 위해 석유 등을 공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석유상업조합연합회 및 전국석유업공제협동조합연합회(전석연)는 전국 각지에 ‘재해대응형급유소’를 설치중이다. 재해대응형급유소는 발전설비나 급수설비를 갖추고 대규모 지진 등이 발생해 라이프라인이 멈췄을 경우에서도 급유나 물 공급이 가능한 재해에 강한 주유소다. 지난해 3월 현재 일본 전국에 재해대응형급유소 171개소가 설치된 상태다. 이 급유소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선 경찰·소방 등 긴급차량에 연료를 공급하고 주변 이재민을 위한 음료수 등의 집적지로서 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도쿄도의 JR신주쿠 에키니시구에 자리한 고가쿠인대학은 수도 직하 지진 등에 대비해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 ‘학교가 지역의 방재거점으로서 평상시부터 지역에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지역의 방재 맵 만들기나 학생 자원봉사자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학생 자원봉사자는 재해 시의 정보 수집, 구원·구호 활동 등에 참여해 지역의 방재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수나 훈련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목조주택이 많은 도쿄도 스미다구에서는 2006년 1월 스미다구가 목조주택 내진 개수 촉진 사업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지의 건축업자와 반상회·자치회 등이 모여 같은 해 6월에 ‘스미다구내진보강추진협의회’를 설립했다. 이 협의회는 스미다건설업협회, 도쿄토건 스미다지부, 스미다건설산업연합회, 재단법인 스미다마을만들기공사, 사단법인 도쿄도건축사사무소협회 스미다지부, 34개의 반상회와 자치회로 이뤄졌다. 회원들은 반상회나 자치회를 활용한 내진보강 진행방식 설명, 지역의 축제나 이벤트 참가, 무료 상담회 개최, 내진보강 포럼 개최 등을 통해 내진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방재능력에 대한 국민인식
일본 내각부는 지역 방재 분야에 대한 ‘새로운 공공’의 활동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2월27일부터 3월8일까지 전국의 20세 이상의 남녀 3000명에게 우편으로 조사지를 보내 1196명으로부터 회답을 얻은(회수율 39.9%) 결과는 앞으로 지역방재능력을 높이는 데에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조사 결과 ‘지역방재능력이 충분하다’는 38.1%, ‘충분하지 않다’는 36.8%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홋카이도에서는 충분하다가 59.4%, 충분하지 않다는 20.3%이었다. 그러나 큐슈·오키나와에서는 지역방재능력이 충분하다는 답이 25.4%인 반면, 충분하지 않다가 48.3%에 달하는 등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지역방재능력이 충분하다는 응답자 가운데 62.7%는 ‘지역의 연대감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고, ‘소방단이나 자율방재조직의 활동이 충실하다’가 46.5%로 뒤를 이었다. 충분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지역의 고령화’가 52.5%, ‘연대감이 없기 때문에’는 46.3%였다.

이 결과를 지역별 경향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홋카이도에선 지역의 연대감이 높다는 응답이 85.4%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지역방재능력에 대한 인식에서 반대 결과가 나왔던 홋카이도와 큐슈·오키나와 모두 지역별 자율방재조직의 활동에 대해선 전국 평균에 견줘 현저하게 낮았다. 이는 명확한 지역별 경향을 읽어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전국 62개 방재 관련 자원봉사단체를 대상으로 지역방재능력에 대한 인식을 물었는데, 조사에 응한 19개 단체 가운데 지역 방재능력이 충분하다는 5개인 반면 14개 단체는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일반 국민보다 방재활동을 벌이는 자원봉사단체가 지역방재능력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전과 비교해 ‘지역방재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응답과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17.1%와 17.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변화 없음’은 30.0%, ‘모른다’는 35.5%로 조사됐다. 지역방재능력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소방단이나 자율방재 조직 등의 방재활동이 활발하다’가 55.9%, 낮아지고 있는 이유로는 ‘지역의 고령화가 진행돼 젊은이가 줄고 있다’가 79.4%로 가장 높았다.

지역방재능력 향상을 위한 과제
자연재난이 잦은 일본이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공공단체의 ‘공조’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자각에 의한 ‘자조’ 정신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국민 개개인이 방재의식을 바탕으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가구 및 비품 고정, 식료품 및 식수 비축 등 방재대책을 착실하게 실시하는 것은 재난을 맞았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커뮤니티 등의 방재능력 향상과 관련해선, 소자녀화·고령화 또는 과소화 등에 의한 지역사회 구조 변화를 보이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엔 행정구역에 구애받지 않는 경제·사회 활동에 기반을 둔 새로운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봉사자, 기업, 학교 등의 방재활동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 의식조사에서도 이러한 방재활동에 대한 높은 기대가 확인됐다. 그러나 각 지역의 활동 사례와 국민 및 자원봉사단체를 대상으로 의식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활동에 대해 몇 가지 과제가 도출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현재 방재활동에 참여한 여러 주체가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각 주체간의 제휴나 현지 자치단체와 주민과 제휴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방재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고 있으나, 자원봉사단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행정과 자원봉사센터 사이에 정보 공유가 충분치 않다든가, 지역 주민이 자원봉사 활동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도쿄 신주쿠역 주변과 같이 행정, 기업, 학교 등이 제휴해 방재훈련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각 주체가 제휴를 통해 지역 방재능력을 높여 나가는 게 기대된다.

이러한 방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제도 중요하다. 대규모 재난 직후에는 국민의 방재의식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격언처럼 당분간 재난이 일어나지 않으면 점차 방재의식은 낮아지고 만다. 따라서 ‘재난은 잊었을 무렵에 온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평소에도 긴장감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재난안전 교육을 충실히 하면서, 게임을 통해 즐기면서 방재활동을 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가능케 하기 위한 노력(연구)가 기대된다.

방재활동이 형식적이지 않고 실제로 적용되도록 하는 것도 과제의 하나다. 어떤 방재훈련을 매뉴얼에 따라서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각 주체의 지금까지 활동 경험과 교훈을 감안해 지역 실정에 맞춘 현실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방재 리더를 육성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방재 리더의 역할은 지역에서 방재활동을 실시하는 여러 주체에 대한 조정과 함께, 지역 주민의 방재의식을 높여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역 주민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재활동을 이끄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원봉사자, 기업, 학교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한 방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가 제휴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고 각각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서 효과적인 방재대책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