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지구촌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산림·환경·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기후변화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8월23~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 서울총회)’가 열렸다. 이번 세계산림과학대회는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회장 이돈구)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최완용)이 공동 주최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세계산림과학대회는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산림분야 학술행사다. 이번 서울총회는 ‘사회와 환경, 지구의 미래를 위한 산림의 역할(Forests for the Future: Sustaining Society and the Environment)’을 주제로 6일간 열렸다. 세계 110여개국의 산림·환경·경제 전문가 3000여명이 기후변화위기 대응을 위해 서울에 모였다. 최완용 세계산림과학대회 조직위원장은 이번 총회에 대해 “지구촌 최대 녹색축제라고 불릴 만한 이번 대회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하는 산림 및 임업의 중요성이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최 위원장은 23일 코엑스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회를 통해 결국 앞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환경문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가 많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 기후변화라든가 환경훼손 문제 등 감당해낼 숲의 역할이 강조되므로 이제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산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역대최대…산림전문가 3000명 참석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최완용 국립산림과학원장) 쪽은 “세계 110여개국 산림·환경·경제 전문가와 산림 관련 정부각료들이 참석하며 산림보존, 산림이용, 기후변화대응을 주제로 2000편이 넘는 학술논문이 발표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서울총회는 산림과학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발표되는 학술논문도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UN산림포럼 제인 맥앨핀(Jane McAlpine) 사무국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산림은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의 원동력이며, 산림 보존을 위해 국제산림연구기관 및 각국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어 “UN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내년을 ‘세계 산림의 해’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식에서 고은 시인은 ‘산림은 짧고 사막은 길다-숲이 주는 은전(恩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기조연설을 통해 고은 시인은 “이제 북극해의 얼음이 온대지방의 찬란한 도시들의 안전을 더 이상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아마존 정글의 남벌은 현지 주민의 생활을 해체하는 제한적인 참극이 아니라 지구 도처의 주민들의 산소공급을 중단시키는 무제한의 재앙이 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숲 체험의 삶을 제도화하자며 △각급 학교는 필수과목으로서 나무 이름 익히기, 나무 심기, 숲 속의 명상과 심신단련 등을 이수토록 할 것 △정부기구로서 산림청과 관련 기관을 중요부서로 승격 발전시킬 것 △중국 북부의 사막화를 방관하지 말고 나무심기 등을 통한 숲의 형제화를 실천할 것 등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산림…지구촌 공동체 공유자원”
24일에는 프란시즈 제이 세이모어(Frances J. Seymour) 세계임업연구센터(CIFOR) 원장이 ‘산림, 기후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진일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세이모어 원장은 산림파괴를 줄여 나무의 탄소저장을 늘리는 것이 기후변화 해결의 핵심 요소임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산림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가난한 농가와 토착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호세 호아킨 캄포(Jose Joaquin Campos) 열대농업연구 및 고등교육센터(CATIE) 원장은 25일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산림을 조성하기 위한 지역과 계층의 통합’을 주제로 산림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해선 농장단계, 경관차원,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의 통합된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7일에는 여성 최초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인디애나대 교수가 연단에 섰다. 이날 오스트롬 교수는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공동체의 역할’이란 기조연설을 통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공유자원인 산림을 보존하는 최고의 해법은 지구촌 공동체의 자율적인 협력과 지역별 자치의 활성화임을 제안했다.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교수인 오스트롬은 공유재(common pool resources)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도 공유재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서였다.

서울총회 폐막일인 28일에는 열대림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피터 쇼 에슈턴(Peter Shaw Ashton)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했다. 애슈턴 교수는 ‘열대림의 재난 기록 연구’를 주제로 열대림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자들의 비전과 토착민에 대한 온정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논문 2150편…산림과 기후변화 등 주제
이번 총회의 학술주제는 △산림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보존과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산림환경 서비스 △미래를 위한 아시아 산림 △녹색미래를 위한 임산물 생산 △산림부문 신기술 △산림과 수목의 건강 △산림, 지역사회 및 문화 △산림·인간건강·환경안보 등 9개다. 대회기간 이들 9개 주제와 30여개 분야별 논문 2150편이 발표되고 토론이 이어졌다. 학술발표 결과물들은 28일 폐막식에서 ‘서울선언문’을 통해 세계에 공표됐다.

IUFRO 이사회, 연구기관장 포럼, IUFRO 분과회의, 산림관련 제품과 연구물 등을 소개하는 ‘세계산림과학전시회’ 등이 총회와 함께 열렸다. 총회 개막에 앞서 주요 참석자들은 대회기념 식수인 정이품송 후계목 1본과 금강송 후계목 4본 등을 서울숲에 심었다.

총회 참가자들이 오대산 설악산 등 8개 산림코스를 둘러보는 ‘학술탐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26일 대관령 특수조림지, 국립수목원 등 8개 코스로 나눠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 신화의 현장인 대한민국 산림을 직접 체험하는 ‘산림학술여행’에도 나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박사급 산림전문가 40명을 모든 코스의 학술포인트 설명자로 투입했다. 이들은 해외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산림녹화운동 역사와 산림의 보존·이용 전략, 숲과 관련된 우리의 전통문화 등을 전해줬다.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산림전시회도 개최됐다. 서울총회 기간 중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산림과학전시회에서는 ‘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산하’ 사진전과 ‘우리 숲 큰나무’ 사진전, 신기술·신제품 전시회 등 시민들에게 산림의 역할을 홍보하는 각종 전시가 마련됐다. 대형산채비빔밥 퍼포먼스, 한지 및 목판화 제작 체험 이벤트 등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