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방방재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그 어느 해보다 물놀이 안전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물놀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부주의 등에 의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영금지구역 등에서 인명피해가 줄어들지 않아 소방방재청에서 수영금지구역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물놀이 안전사고는 7월말~8월초 여름 휴가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올해에도 이 기간 인명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장기화됨에 따라 8월 중순까지 물놀이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물놀이 안전관리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소방방재청은 시설안전과를 중심으로 6월부터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수영금지구역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수영미숙 등으로 익사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문제라고 한다. 특히 유명 계곡 등 전국 물놀이 관리지역에 배치된 안전관리요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수심이 깊은 수영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익사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아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물놀이 사망자 62% 금지구역 위반
소방방재청(시설안전과)은 최근 4년간 물놀이 인명피해 514명 가운데 65%인 336명이 하천과 계곡에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8월11일 발표했다. 원인별로는 수영금지구역 위반 등 물놀이 안전수칙 불이행이 244명으로 48%를 차지했다고 한다. 올여름엔 수영금지구역 위반이 전체 물놀이 사망자의 62%를 차지한다는 게 소방방재청 쪽 설명이다.

소방방재청 발표에 따르면, 7월 말 경기 가평군에서 2명이 수영금지구역에서 숨진 것을 비롯해 충북 괴산군, 전남 곡성군 등에서 수영금지구역 위반에 따른 익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월28일 경기 가평군 목동유원지에서 물놀이 금지구역으로 출입금지 및 수영금지 경고표지판이 설치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8명이 물놀이를 하던 중 25세 김아무개씨가 숨졌다. 같은 날 가평군 조종천 상류에서도 물놀이 금지구역 표지판을 무시하고, 수영금지구역에 뛰어들었던 4명 중 20세 김아무개씨가 수영미숙으로 목숨을 잃었다.

8월 들어서도 3일 충북 괴산군 속리산 국립공원 내 화양계곡에서 중학교 동창생 7명이 안전선 부표를 침범해 수영금지구역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수영미숙으로 16세 이아무개·임아무개 학생 2명이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또 5일 전남 곡성군 사방댐에서도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은 21세 강아무개씨가 수영금지구역으로 출입금지 펜스가 설치된 것을 무시하고, 수심이 깊은 사방댐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하고 말았다.

연이은 다이빙사고에 기원제까지
충북 괴산군에서는 8월 중순 한 곳에서 사흘사이에 젊은 남성 2명이 물놀이 도중 사망하자 안전기원제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괴산군 청천면 용추폭포계곡에서 중·고등학교 동창 4명과 다이빙을 하던 24세 이아무개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틀 뒤인 18일 같은 곳에서 친구 6명과 다이빙을 하던 21세 윤아무개씨도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이어지자 급기야 청천면 기관단체에선 20일 물놀이 안전기원제를 지냈다.

두 사고에 대해 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 쪽은 며칠간 비가 많이 와서 물살이 빠르고 일부구간은 수영을 하기 부적절한 장소여서 수영금지 펼침막이 걸려 있었을 뿐 아니라 16일 첫 사고 뒤 물놀이 사망사고 발생표지판까지 설치했으나 18일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사고 뒤 괴산군은 용추폭포에서 다이빙과 물놀이를 할 수 없도록 폐쇄하고 전면 통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설안전과 쪽은 “8월 막바지 여름휴가철에도 불구하고 물놀이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방방재청과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말과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 및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몇몇 지자체에서 물놀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아쉬운 뜻을 내비쳤다. 또 8월초 청천면 속리산 국립공원 내 화양계곡에서 고등학생 2명이 수영미숙으로 사망한 사례를 예로 들며 “국립공원구역 내 물놀이 단속을 위한 순찰강화 등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철저한 통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과태료 부과 위해 여론 수렴
앞에서 소개한 사례는 모두 10~20대 젊은 남성들이 수영금지구역임을 무시하고 무모하게 물놀이를 하려다 발생한 사고들이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수영금지구역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대체로 수심이 깊어 사망사고 위험이 높으므로 가족과 친구들이 들어가는 것을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내년부터는 수영금지구역 관련 법령 등 세밀한 검토를 거쳐 물놀이 위험구역을 지정·공표하고 물놀이 안전선을 설치해 출입통제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영금지구역을 무시하고 물놀이를 하는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박하용 시설안전과 사무관은 “물놀이 안전관리요원의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수영금지구역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놀이 금지구역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방방재청은 지난 8월16~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했다. ‘물놀이 위험구역 위반 과태료 30만원 부과’에 대한 온라인 투표 및 국민의견 수렴을 실시한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7월말 현재 전국 물놀이 사망자 중 62%가 수영금지구역 표지판을 무시하고 물놀이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면서 이에 따라 물놀이 인명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위험이 상존하는 경우 물놀이 위험구역으로 지정·공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어서 “물놀이 위험구역 내에서 수영하는 경우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건토하고 있다”며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물었다.

소방방재청은 또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79조 규정상 위험구역에서 출입, 행위의 금지 등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같은 법 제82조 규정상 위험구역에서 퇴거, 대피명령을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간의 부주의가 평생 한으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오래 전 한 전자회사에 커다란 성공을 안겨준 광고 문구다. 전자제품을 잘 고르면 10년 동안 잘 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광고 문구는 국내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때 유행어처럼 널리 쓰였다.

수영금지구역 위반과 함께 부모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익사하는 사고도 잇따랐다. 어린 자녀가 물속에 들어간 사이 잠깐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고, 부모에겐 평생 벗을 수 없이 무거운 멍에를 씌우고 만다. ‘순간의 부주의’가 ‘평생의 한’이 되는 셈이다.

8월5일 소방방재청은 “어린이 물놀이 안전사고는 대부분 어른들의 부주의에서 발생한다. 최근 4년 물놀이 사망자 514명 중 10대 이하가 175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해 부모의 주의가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발생한 어린이 물놀이 익사사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7월27일 경북 의성군에서 어머니가 잠깐 쉬는 사이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 놀다가 열 살과 아홉 살짜리 형제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7월31일에는 경북 성주군에서 친척들이 함께 놀던 중 한 아이가 수심 1m 지점에서 갑자기 물에 가라앉았지만 어른들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 순진 사례도 있었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안전수칙
어린이 물놀이 사고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여름방학과 본격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강, 하천으로 물놀이를 떠나지만 한순간 부주의로 자녀를 잃는 큰 슬픔을 안은 채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은 물놀이를 떠나기 전에 수영복, 튜브 등 각종 장비를 챙기듯이 물놀이 안전수칙을 꼼꼼히 챙기는 게 중요하다며 “어린이 물놀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는 물론 보호자도 물놀이 안전수칙을 알아둬야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물놀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소방방재청이 제시한 물놀이 전 부모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안전수칙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고, 실제로 가까이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물놀이의 위험성을 가르치고, △혼자 멀리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녀를 항상 지켜봐야 한다. △신발 등이 떠내려가도 따라가서는 안 되며, △동생이 물에 빠졌다고 함부로 물속에 뛰어들지 말고, 큰소리로 어른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미리 숙지시켜야 한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최근 4년 여름철 물놀이 사망자 가운데 65%가 하천과 계곡에서 발생하고 있어,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