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유난히 폭염이 잦았던 올 여름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운대해수욕장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2시10분께 해운대해수욕장 4번 망루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 26명이 갑자기 먼 바다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안류’(離岸流·rip current)가 발생한 것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이안류에 대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좁은 표면 해류.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높은 파도를 이루고,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라 정의했다. 기상청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해류”라고 설명한다. 종합하면, 해안으로 밀려온 파도가 바다로 되돌아갈 때 매우 빠른 속도로 흐르는 폭이 좁은 해류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안류는 기상, 지형 및 해상의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이안류가 발생 당시의 풍향과 해안가의 방향, 넓게 형성된 쇄파대가 주요인이다. 특히 파도가 해안에 거의 정면으로 유입하는 경우 이안류가 발생했는데, 경사가 완만하며 물결이 부서지는 구역이 넓은 일직선 해변을 따라 주로 발생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해운대해수욕장서 자주 발생
7월29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이안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해양경찰청, 119수상구조대 등이 신속하게 구조작업을 벌여 이안류에 휩쓸린 피서객들을 구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23일까지 국내에선 이안류가 4번 발생했다. 발생장소는 모두 해운대해수욕장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선 7월29일 4번 망루 앞에 이어 이튿날(30일) 3번 망루 앞에서 이안류가 발생해 피서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에 앞서 7월21일에도 이안류가 발생했고 최근엔 8월9일 2번과 9번 망루 앞에서 발생했다.

국내에서 이안류가 처음 발생한 곳도 해운대해수욕장이다. 소방방재청의 이안류 발생현황을 보면, 2007년 6월30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국내 최초의 이안류 발생 기록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2008년 8월15일에도 이안류가 발생했고, 지난해엔 8월13일과 15일 5번 망루 앞에서 2번 발생해 100여명이 구조됐다.
이처럼 해운대해수욕장은 국내에서 이안류 발생 명소(?)인 셈이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국내에선 이안류가 10번 발생했는데, 8번이 해운대해수욕장이었다. 나머지 2번은 지난해 8월6일과 9일 각각 신안 대광해수욕장과 완도 명사십리에서 발생했다.

왜 해운대해수욕장서 빈번한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이안류가 잦은 까닭이 궁금해진다. 국내에서 이안류는 해저굴곡이 심한 남해안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외해에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높은 파도가 형성돼 장파가 해안에 거의 정면으로 밀려들어오고, 물결이 부서지는 쇄파대가 넓게 형성된 곳에서 이안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해운대해수욕장은 해안가가 트인 방향에서 다른 해수욕장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운대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광안·송정해수욕장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안류가 없었는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이안류가 빈번한 까닭은 바로 해안가 트인 방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해운대해수욕장의 해안가는 남쪽을 향하고 있지만, 인접한 광안·송정해수욕장 경우는 남동쪽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잇달아 이안류가 발생했던 지난 7월29~30일 일기도를 보면, “남풍과 서풍이 지속됐으며 이로 인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장파가 해안선의 직각으로 밀려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또다른 이유로 기상청은 해운대해수욕장의 쇄파대가 넓다는 점을 꼽았다. 물결이 부서지는 쇄파대가 넓게 형성됐기 때문에 이안류 발생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심이 깊으면 파도가 일어도 에너지만 육지를 향해 이동하는 탓에 위상의 변화만 생긴다. 하지만 수심이 파고의 약 1.28배 보다 낮아지고, 수심과 파장의 비(파형경사, H/L)가 1/7보다 커지는 시점부터 파의 소멸단계인 쇄파가 발생해 질량 수송이 있게 된다. 이러한 질량 수송은 수심이 낮은 지점을 향해 쌓이는데, 이때 쌓인 물이 외해로 분출되면서 이안류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쇄파대의 면적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곳은 이안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 해운대해수욕장의 수심 분포는 쇄파대가 넓게 분포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방재청, 이안류사고 안전대책 추진
해운대해수욕장 8번 등 이안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10번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2007년과 2008년 1번씩만 발생했던 게 지난해와 올해는 4번씩으로 늘었고, 이안류에 휩쓸렸다 구조되는 피서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여름휴가철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유명해수욕장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미국인명구조협회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선 이안류로 해마다 1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시급히 이안류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해수욕장 이안류사고 안전대책’을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8월23일 소방방재청은 “최근 들어 이안류사고가 빈번해짐에 따라 ‘해수욕장 이안류사고 안전대책’을 마련해 막바지 피서철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해수욕장 이안류사고 안전대책은 △해저굴곡지형도 작성 및 위험지역표지판 설치 △이안류사고 대응 특수구조장비 개발·배치 △이안류 발생 시 안내방송 및 입욕통제 △이안류사고 대응매뉴얼 작성·보급 네 가지다.

소방방재청은 119수난구조대와 119시민수상구조대원이 이안류 발생 여부를 상시 감시하고, 이안류가 발생하면 피서객의 수영을 통제하도록 했다. 이안류가 발생했던 해운대해수욕장 등에는 수중영상탐지기를 활용해 해수욕장 해저지형도를 작성하는 한편, 사고발생 우려지역에는 119구조대원을 집중 배치하고 이안류 위험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특별 관리할 방침이다.

또, 이안류사고의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익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네발식 구명튜브와 해수욕장 입욕구역 표시 부표에 4~5개의 튜브를 설치한 해바라기식 부표 등 특수 구조장비를 배치한다. 마지막으로 이안류사고 대응 매뉴얼을 개발해 해수욕장에 배치된 119구조대원 및 119시민수상구조대원에게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피서객을 대상으로 이안류사고 시 조치요령 등을 홍보하기로 했다.

기상청, 감시·조기경보시스템 구축
기상청도 이안류 안전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이안류에 대처하기 위해 이안류 발생 원인을 밝히면서 이안류 감시 및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이안류 발생원인 연구에 대해 기상청은 “올 6월부터 ‘이안류 관측 및 발생구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1차년도인 올해는 “해저지형, 해류 및 기상 관측과 관련 수치모델 실험을 진행해 이안류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현재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파고계 1대, 유속계 3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1대, CCTV 2대를 설치해 이안류를 관측하고 있다. 이들 장비를 활용해 8월말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관측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고 수치모델 실험을 거쳐 이안류의 특성과 발생구조를 밝힐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안류의 빈번한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해운대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이안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해안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여름철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기상청은 특히 올해부터 내년까지 수행하는 연구를 통해 이안류 발생을 감시하고, 위험에 처한 피서객에게 조기 경보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안류는 파향과 파도 유입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며, 매우 짧은 시간에 돌발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탓에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내년까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이안류 감시 및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