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처음으로 은행이 융자를 신청한 기업의 재난대응태세와 환경경영 실천 여부를 동시에 평가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등장했다. 또 BCP 관리·개선을 위한 업무연속성관리시스템(BCMS) 사용자 그룹이 설립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방재·환경평가융자제도 첫 시행
민간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은 도쿄도 오타구에 자리한 (주)디스코에 대해 환경평가융자 및 방재평가융자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실시했다고 지난 7월9일 발표했다.

‘환경평가’ 및 ‘방재평가’ 융자는 일본정책투자은행이 개발한 독자적인 평가시스템에 의해 기업의 환경경영과 방재대처능력을 평가한 뒤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평가 결과에 따라 융자 조건을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세계 최초의 융자제도다.

이 제도의 첫 수혜자로 선정된 디스코는 “고도의 자르고 깎고 닦는 기술‘을 추구하는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다. 반도체 또는 전자부품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절단·연삭·연마 장비와 정밀가공기계 분야에서 일본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업 이념인 디스코 가치(DISCO VALUES)를 축으로 한 조직경영을 실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실현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정책투자은행 쪽은 디스코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에 대해, 환경평가는 독자적인 설계·개발 지표인 ‘그린 제품 가이드라인’을 전제품에 적용했다고 한다. 평가 결과 △정밀가공장비는 모두 LCA(라이프사이클분석기법)를 실시해 구제품엥 견줘 10% 이상 이산화탄소(CO2) 삭감 효과가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사용단계에서 환경 부하를 고려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사에서 사용이 끝난 장치를 회수하는 구조를 구축해 회수장비의 100% 재자원화를 달성하기 위한 확대 생산자 책임을 이룬 점도 한몫을 했다. 또 △가공할 때 사용하는 물을 거의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장비인 ‘DWR1720’을 개발·판매해, 고객사도 환경을 고려하도록 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고 일본정책투자은행 쪽은 설명했다.

방재평가에서는 △업무연속성관리시스템(BCMS) 매뉴얼에 맞춰 전사적 대응계획을 세우고, △본사뿐 아니라 모든 공장에 면진장치를 도입한 점 △도쿄와 히로시마 두 거점에 있는 정보시스템의 상호 백업체제를 구축한 점 등이 고른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본정책투자은행 쪽은 고객에게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자사뿐만 아니라 고객의 업무연속성 체제에 대해서도 백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BCMS 사용자그룹 설립
업무연속성관리시스템(BCMS)에 관심을 가진 조직과 개인 등으로 이뤄진 BCMS 사용자그룹이 9월10일 일본에 설립된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쯤 정보교류를 위한 모임이나 세미나를 열고 BCMS 운용의 문제점이나 과제 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BCMS 사용자그룹 대표는 거대 손해보험사 MS&AD 인슈어런스 그룹의 자회사인 인터리스크총연 연구개발부 관계자가 맡을 예정이다.

BCMS란 기업 등의 조직이 지진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을 맞아도 핵심 업무를 계속하거나 만일 중단되더라도 조기에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BCP·BCM을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시스템이다. 2012년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포함시킨 국제표준규격(ISO 22301)이 제정될 전망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재단법인 일본정보처리개발협회(JIPDEC)가 올해 3월부터 BCMS 적합성평가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BCMS 사용자그룹은 BCMS에 관심이 있는 조직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방식으로 BCMS 보급을 추진해 일본 산업계 전체의 위기관리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식 운영 방안은 설립총회를 열고 확정할 예정이다.

설립총회는 9월10일 스미토모해상 스루가다이 빌딩 1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다. 설립총회와 함께 BCMS 국제표준과 업무연속성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 개최가 예정됐다. 이날 세미나에선 NTT 퍼실러티즈, 뉴턴 컨설팅 등 BCMS를 다루는 컨설팅기업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 제5회 오피스보안엑스포
사무용 보안용품 등을 전시하는 제5회 오피스보안엑스포(Security Expo 2010)가 지난 7월7~9일 3일간 도쿄국제전시장(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렸다. 이번 엑스포에선 감시카메라, 출입관리시스템 등 보안 제품뿐 아니라 오피스방재,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비밀문서 처리, 원격회의시스템 등 4개 주제의 특별전시가 마련됐다.

신종플루 대책 전시에서는 아사히와 듀퐁 등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발생 시 감염원 근처에서 일하는 이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방호복을 전시했으며, 팬더믹 대책용 고성능 마스크를 전시한 업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오피스 방재에서는 일본 식품회사가 다양한 재난대비용 비상식량을 소개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물을 따르기만 하면 취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5년 동안 장기보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백화점으로서 업무연속성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는 세이부는 백화점의 강점을 살려 대형지진 등 업무연속성을 위협하는 재난 대비를 위해 비축용 음료수부터 통신 상품까지 세이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BCP 지원 상품을 전시했다. 세이부 부스에서는 방재사 자격을 가진 직원 10명을 중심으로 200개 가까운 아이템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토교통성, 심층붕괴추정빈도맵 작성
일본 국토교통성은 최근 토석류, 산사태 등 심층 붕괴 재난에 대한 조사의 첫 단계로 과거의 발생 사례에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심층 붕괴의 추정 빈도에 관한 전국 지도를 작성했다. 앞으론 이 지도를 바탕으로 지역 단위, 작은 도심지역 평가를 위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성 하천국 사방부 사방계획과 지진·화산사방실에서 8월11일 발표한 심층붕괴추정빈도지도는 메이지기(1868년) 이후 발생한 심층 붕괴 사례를 분석해 일본 전국의 심층 붕괴 발생 빈도를 추정한 게 특징이다. 이 지도에 대해 국토교통성은 “간단하고 쉬운 조사에 의해 심층 붕괴의 상대적인 발생 빈도를 추정한 것이지, 각 지역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성은 이 지도를 근거삼아 심층 붕괴 빈도가 특히 높다고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한다면서 3년으로 예정된 조사를 진행하며 얻은 결과를 수시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심층 조사결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대해선 주변이나 하류 자치체와 함께 피난 대책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토교통성과 독립행정법인 토목연구소는 학술적으로 해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은 심층 붕괴에 대해 관련 학회 등과 제휴해 조사 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필요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