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남사당놀이의 본거지 안성에서 남사당 전통문화와 꼭두새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전통문화축제가 열린다. 9월7일(화)부터 12일(일)까지 개최되는 ‘2010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안성남사당패를 비롯한 국내 전통문화공연단과 해외 5개국 민속 공연단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축제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남사당바우덕이축제가 열리는 안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연예집단인 남사당의 발상지이자 총본산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문 공연예술가 40~50명으로 이뤄진 남사당은 조선 숙종 때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사당은 꼭두쇠를 중심으로 전국의 장터와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풍물놀이, 줄타기, 탈놀음, 창, 인형극, 곡예 등을 공연했다.

안성시는 남사당의 발상지인 점을 활용해 21세기 시작과 함께 남사당바우덕이축제를 주최하고 있다. 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지난해를 빼고 2001년부터 매년 9~10월 개최돼 올해로 열 돌을 맞는다. 지난해에도 9월22~27일 축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 우려에 따라 시민과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바우덕이’…불멸의 여성 꼭두쇠
남사당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가 열다섯 어린 나이에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가 돼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바우덕이’다. 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는 다섯 살 때 안성남사당에 들어가 선소리, 줄타기, 풍물, 무동, 등 모든 남사당 공연예술을 배웠다. 그는 1863년 안성남사당 꼭두쇠에 추대되며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 꼭두쇠로 활약한다. 꼭두쇠 추대와 관련해 남사당 꼭두쇠가 나이가 들어 새로운 꼭두쇠를 선출하게 되자 어린 남사당패에선 나이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바우덕이를 선출했다고 전한다.

바우덕이는 1865년(고종 2년) 경복궁을 중건하던 흥선대원군 앞에서 안성남사당패를 이끌고 공연해 정3품 당상관 벼슬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받았다. 바우덕이의 안성남사당패가 신명나는 공연으로 경복궁 공사장 노동자들을 기쁘게 해 경복궁 중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후 안성남사당은 ‘바우덕이’로 불리게 되고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했다. 안성남사당을 전국 최고 예술집단으로 끌어 올린 꼭두쇠 바우덕이는 힘든 유랑 생활 속에서 폐병을 얻어 1870년 스물두 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바우덕이가 묻힌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에선 해마다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 개최 하루 전날 남사당 발상지이자 본산이었던 불당골 바우덕이 사당과 바우덕이 묘에서 그의 전통예술정신을 기리는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추모제는 남사당 예법에 따라 고사굿으로 진행된다. 청룡마을 주민과 남사당패가 함께 추모제를 준비하며, 방문객도 참여할 수 있다. 추모제를 마친 뒤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눈다고 한다.

남사당·해외공연팀…공연프로그램 풍성
올해 축제는 개막에 앞서 6일 오전 10시부터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에서 열리는 ‘바우덕이 추모제’와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안성시내 바우덕이 큰마당에서 열리는 곰뱅이트기로 시작된다. 곰뱅이는 남사당패 은어로 ‘허가(許可)’를 뜻한다. 남사당패 대표는 마을에 들어가 공연을 하기 전에 예법에 따라 마을의 가장 높은 이를 찾아가 장기를 소개하며 한 판 놀아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승낙을 받은 대표는 ‘곰뱅이 텄다’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밖으로 달려 나간다. 남사당패는 동네 어귀에 머물러 있다가 이 소리를 들은 뒤 풍악과 함께 온갖 재주를 부리며 동네 안으로 들어온다. 6일 밤 곰뱅이트기는 안성시민으로부터 축제를 열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는 축제의 전야제인 셈이다.

7일부터 엿새 동안 안성천 강변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0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남사당공연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축제기간 계속되는 남사당공연에선 줄타기, 풍물놀이, 살판, 덧뵈, 안성 박첨지놀음, 버나놀이 등 남사당패 여섯 마당을 모두 볼 수 있다. 대만, 멕시코, 필리핀, 사이프러스, 우크라이나 등 국제민속축전기구 해외 5개국 공연단이 참가하는 해외팀 민속공연도 축제기간 내내 계속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축제기간 매일 저녁 바우덕이 큰마당에선 남사당 여섯 마당을 종합한 공연과 관객들이 참여하는 뒤풀이 등 남사당놀이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바우덕이마당’이 펼쳐진다. 7일 밤에는 남사당패와 해외공연단, 안성시민 등 40여 단체 5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바우덕이 길놀이’이가 안성시 중앙로에서 열린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특별공연으로 남사당과 해외공연팀이 함께 세계민속춤합동공연(작은문화올림픽)을 펼칠 예정이다.

그밖에 전국 각지의 풍물 고수들이 참가하는 ‘바우덕이 전국 풍물경연대회’가 풍물경연장에서 9~12일 진행되며, 10일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서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콘텐츠의 지역발전 활용방안을 주제로 ‘2010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학술회의’가 개최된다. 이날 회의는 남사당 및 바우덕이 문화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안성지역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