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을 시작으로 여러차례 폭발을 거듭한 인도네시아 메라피 화산이 11월 4일 밤 또다시 폭발했다. 무려 24시간 넘게 화산 물질을 분출한 이번 폭발로 78명이 사망해 누적 사망자 수는 122명에 달했다. 7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 대부분이 심한 화상을 입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870년대 이후 최악의 폭발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재난관리당국은 이날 메라피 화산 재폭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출입금지 구역을 기존 15㎞에서 20㎞로 확대해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재민만 10만명을 넘어섰다. 목격자들과 자카르타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하는 화산피해 현장은 참담하다. 이미 젠돌 강으로부터 15㎞ 떨어진 아르고물요의 브로강수루 마을은 통째로 사라졌다. 현지 주민들은 강을 따라 높이 3m, 두께 2m의 콘크리트 둑을 쌓고 살았으나 둑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용암류를 피하지 못해 화를 입었다.

마을 10채의 집이 모두 잿더미가 됐고 이 가운데 5채 아래에서 시신 30구가 발견됐다. 또 주민들은 입고 있던 옷, 담요, 매트리스 등이 750도에 달하는 뜨거운 가스 구름에 녹아 살갗에 눌어붙으면서 심한 화상을 입는 등 부상 정도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라피 화산 주변의 기름진 산비탈을 터전으로 하는 주민들 가운데 7만5000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고, 대피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가축이나 농토를 남기고 떠나기를 거부했고 일부는 화산 활동이 약해진 틈을 타 마을로 돌아가는 등 화산 인근의 마을 주민들이 모두 완벽하게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AP통신은 전했다. 3만명이 화산에서 25㎞ 떨어진 경기장에 모여 있는 등 대피소 사정도 열악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화산 주변 지역은 모래비처럼 내리는 화산재 때문에 대낮에도 가시거리가 1m도 안될 만큼 어두운 상황이다.

화산지질연구소의 수로노 소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화산이 어떻게 (추가) 폭발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라피 화산은 1930년 폭발해 1300명이 숨졌고 94년과 2006년에도 폭발해 각각 69명과 2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