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철교의 내진 보강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진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9일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감사원의 감사결과, 한강철교의 교각과 교량받침 모두 내진보강이 필요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교량받침만 부분적으로 보강이 이뤄져 내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철교 A선(경인선 상행)의 경우 교량받침의 허용치(52.5t)가 지진 시 발생하는 하중 112.3t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한강철교 B선(경인선 하행) 교량받침은 지진이 발생하면 교각 축에 작용하는 하중이 120.9t인 반면 현 교량받침의 허용 하중은 52.5t으로 40% 수준에 그쳤다. B선 철교(23번 교각)의 인장응력(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저항력)도 ㎠당 7.4㎏으로 지진 시 허용 응력 ㎠당 19.2㎏에 많이 못미쳤다.

특히 1911년, 1900년 각각 건설된 한강철교는 교각 축 외측에 석축을 쌓고 호박돌과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조적교(組積橋)로 일반 철근 콘크리트 교각과는 달리 수평하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내진 보강 공사는 조금씩만 이뤄져 2009년에 철교 A선(예산 16억원)의 교량받침만 보강공사만 이뤄진 뒤 2010년에 철교 B선(10억원) 교량받침이 보강됐다. 교각의 경우도 올해 철교 A선(31억원)이 우선 보강된 뒤 내년에 철교 B선(30억원) 보강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이처럼 한강철교 내진 공사가 부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수십억원을 들여놓고도 정작 교각의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못해 지진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평가했다.

철도공단 시설운영본부 관계자는 “연간 2500억원 이상의 시설 보수 예산이 필요한데 확보되는 예산은 13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예산 확보 상황에 맞춰 우선 순위를 정해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포커스 - 이준석기자(junlee@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