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구제역 매몰지는 4632곳이다. 문제는 5월 들어 날씨가 풀리면서 전국 매몰지에서 각종 침출수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이 가속화되면, 부패된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어 식수 오염, 이 지하수를 사용해서 야기되는 농작물 오염 같은 심각한 위협이 계속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침출수가 우리 사회와 우리 건강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재난포커스 - 유상원기자(goodservice@di-focus.com)>

침출수는 매몰지 안에 묻혀져 있는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부패한 물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사체가 섞으면서 나오는 물과 피가 뒤섞여서 만들어진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은 몸무게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기에 사체에서 다량의 침출수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가축이 몸에 지닌 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포나, 혈액, 체액을 이루는 주요 구성성분이다.

문제는 동물,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부패 후에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식이지만 미생물이 살기에 좋고, 기체가 녹기 쉬운 물은, 즉 침출수는 병원균과 유독가스를 옮겨주는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된다.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현재 전문가나 농가, 구제역 매몰지 인근 거주자, 정부 당국, 국민 등이 가장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침출수 문제는 이미 과거에 우리가 경험한 역사이기도 하다.

실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가축 매몰지 1200여곳 중 23곳을 조사한 결과, 34.8%에 해당하는 8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었다. 의학적으로 보면, 가축 사체가 썩은 후에 세포나 혈관도 같이 썩게 된다. 그러면서 세포나 혈관에 있던 물이 바깥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 무게가 500kg인 소를 매몰했다면 몸무게의 70% 정도인 350리터의 침출수가 ‘무조건’만들어진다.

침출수가 땅 속으로 유출되지 않고 모두 해결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매몰지 바닥에 깐 이중비닐이 찢겨 지면 침출수는 그대로 땅 속으로 스며들 여지가 많아진다. 침출수는 찢긴 비닐 사이로 유출되어 주변 토양이나 공기, 지하수, 지표수 사람 등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가장 큰 침출수 영향은, 역시 지하수에 끼치는 영향이다. 부패한 동물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에는 대장균, 장 바이러스 등 미생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독화학물질이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심한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 같은 치명적인 병원균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오염된 지하수 마시면 발병 가능성 커질 수 밖에 없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땅 속으로 흘러들어간 침출수는 당장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소나 돼지의 장과 장 속 배설물(분변)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분변 1g 안에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미생물 중에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이 들어 있다. 잘 알다시피 대장균은 설사병이나 장염을 일으키고,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의 원인균 가운데 가장 많은 균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살모넬라균 식중독은 오염된 돼지고기, 튀김류, 김밥, 닭고기, 햄 등을 먹으면 일어나게 되고, 복통, 설사, 오한,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사체가 대량으로 더 빨리 썩어가면 해로운 미생물은 그만큼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동시에 침출수 악영향은 그만큼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 들어가서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이 지하수를 마신 사람들은 각종 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대장균 중에서도 사람에게 치명적인 O-157 대장균에 감염된 지하수를 마시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가축에게 설사병을 일으키는 K88 대장균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매몰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하수가 위험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하수에 관해서, 별도의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매몰지 주변 사람이 이 지하수를 마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과는 달리 침출수에 섞여 있는 유독가스는 악취만 나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는 대부분 매몰지에 설치된 가스유도관을 통해서, 지상으로 배출이 되고 침출수에 녹아 들어간 유독가스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바실루스균 규모가 외부 토양보다 ‘무려 27배’

토양 오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토양오염과 연관된 탄저병 우려를 거론한다. 탄저병을 자주 얘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침출수가 탄저균을 비롯한 바실루스균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와 사실은 과거 토지 오염 조사에서도 뒷받침된다. 서울시립대 김계훈 교수팀이 환경부 의뢰를 받아서 2008년 조류인플루엔지(AI)로 닭 7만여 마리가 묻혀 있는 경기도 평택의 매몰지 토양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평택 매몰지 토양 안에 있는 바실루스균 규모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외부 토양보다 무려 27배나 더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탄저병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침출수에서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이 발견됐다는 해외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사례와는 무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신영 충북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는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탄저균으로 발병한 사례가 없어서 침출수로 인한 탄저병은 그리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침출수가 오염된 지하수, 오염된 토양을 거쳐, 2차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농작물과 토양을 오염시켜 제2, 제3의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사람에게 식중독이나 장염,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 침출수를 통해서 지하수에 섞여 들어가고, 다시 이 지하수를 활용해서 채소나 과일을 키우면 환경오염은 2차, 3차로 계속 번질 수 밖에 없다.

침출수로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이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제각각이다. 침출수에 들어 있는 유기물은 토양의 자정 능력을 분해되기에 작물을 씻어서 먹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병원성 미생물은 작물에 들어가면 이 작물을 끓여 먹어도 악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침출수 유출이 장기간에 걸쳐서 누적이 되면, 토양과 지하수 등에 대해서 장기간에 걸쳐서 영향을 준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최대 10년 이상, 침출수가 토양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법에 따르면, 매몰 뒤 3년이 지나면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침출수로 오염된 토양은 3년 뒤에도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실제 가축 사체가 매몰된 지역에서 5,6년 뒤에도 가축 사체가 모두 다 썩지않고 남아 있는 사례가 있다. 침출수 영향이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얘기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구제역 가축매몰지가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심각한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이유도 침출수의 이같은 장기적인 영향과 무관치 않다.

영국서, 수질오염사고 200여건 일어나기도

토양 오염에 대해서는 앞으로 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도 있다. 토양 속 가축 사체 병원균과 매몰지의 생석회, 가축 사체에서 썩으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등이 서로 어울려서 토양의 산성화에 미칠 영향을 아직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침출수 오염도는 일반 축산분뇨보다 5~6배 높아서 희석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침출수는 자연분해가 된다는 막연한 기대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동시에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등 병원성 미생물 때문에 토양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간 관측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되어 쥐나 다른 동물들이 병원균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이런 노출로 쥐나 다른 동물들이 중간매개를 해서 전이가 일어나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침출수에서, 청색증을 유발하는 질산성 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그리고 병원균과 식중독균이 나올 우려가 있기에 하는 지적이다. 그는 더 나아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될 경우 그 지하수 오염, 환경오염은 20년 이상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영국 보건부가 2001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침출수 영향 문제는 단순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가축 사체를 매몰하면 공공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연구보고서다. 참고로 영국은 2001년에 구제역으로 가축 620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 당시 영국은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자 가축을 골라서 소각하는 방식으로 구제역 처리 방식을 전환했다.

하지만 소각처리 방식은 연료의 연기와 냄새 같은 문제를 야기했고, 장기적으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 배출로 토양 오염이라는 2차 재난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 당시 영국은, 가축 매몰지에서 석회와 살균제 성분을 포함한 침출수가 새어나와 물고기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수질오염사고가 200여건이나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침출수는, 공기, 지하수, 지표수, 토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매몰지 주변에 사는 야생동물과 어류에도 영향을 끼치고, 주변 경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지하수 오염은 국내 전문가들도 이미 지적을 한 바 있는데, 이 보고서를 보면, 이미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몇 곳의 지하수를 오염시킨, 단기적인 영향 사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사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1년 이내에 발생하는 중기영향을 보면, 침출수가 계속 오염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1년 이상 장기영향을 보면,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현상이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표수 오염도 심각하다. 이 보고서를 보면, 영국은 매몰로 인해 212개 지역에서 오염이 발생했고, 14개 지역은 사체 슬러리(고체와 액체의 혼합물)로 인해 단기적으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나와 있다.

1년 이내에 발생하는 중기 영향을 보면, 매몰지의 침출수가 지표수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이 되어 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침출수가 토양 오염을 일으키는 점, 야생동물이나 어류에 끼치는 영향 등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