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사고, 화산폭발 등 인류를 위협하는 대 재난이 계속 확대되면서 지구종말론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때마침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등급이 4월 12일 최악의 등급인 7등급으로 상향 조정이 되었고, 소련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보다 더 많은 악영향이 인류에게 다가올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잠잠했던 지구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글 | 유상원 기자

<재난포커스 - 유상원기자(goodservice@di-focus.com)>

“지구종말 주요 이유는 지진과 해일”

지구종말론에 대해 한국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지진이나 해일로 지구 종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3월 30일부터 이틀 동안 종말론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종말이 온다면 무엇 때문인가 라는 질문에 56%가 지진과 해일을 꼽았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과 무관치 않은 대답이다. 다른 요인으로는 전쟁, 혜성 충돌, 질병 등을 응답자들이 꼽았다. 응답자의 10.7%는 21세기 안에, 즉 2100년 이내에 지구 종말이 올 것으로, 이들 중 65.3%가 자연재해로 인해 지구 종말이 올 것이라고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구종말론은 과거에도 무수히 많았고, 앞으로 새로운 지구종말론이 수없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재난전문가들은 말한다. 큰 자연재난이나 인적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치치 못하고, 자연스레 지구종말론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구종말론 중 최근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설은 ‘2012년 지구종말론’이다. 이는 특히 마야의 달력과 직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마야의 달력에 나타난 2012년 지구종말론 내용은 이렇다. 마야 문명은 고대 어느 문명보다 천문학과 수학, 건축 같은 모든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마야의 달력은 기원전 3114년 8월13일을 원년으로 한다. 마야에서는 시간을 394년을 주기로 해서 계산한다. 이를 박툰이라고 부른다.

 마야족은 13을 공포의 숫자로 믿었고, 어느 수학자가 13번째 박툰을 계산해보니 마지막은 2012년 12월 21일이 된다는 것이다. 마야력이 끝나는 시점에서 지구종말이 온다는 얘기다. 마야 달력에 기록되어 있는 예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2012년에 지구가 망한다는 ‘2012’영화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트라다무스 그림에 나온 예언도 2012년 종말론을 예언하고 있다는 얘기다.

1982년 로마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서, 바티니시아 노스트라다미가 발견되었다. 종말론자들은 이 예언서에 나와 있는 암호 같은 그림 몇 장에 주목했다. 그림 속에 나와 있는 어린 양은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와 있는 희생양을 의미하고, 이는 지구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3개의 달과 1개의 태양은 각각 세 번의 월식과 한번의 일식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같은 월식과 일식이 모두 다 일어난 다음에, 2012년에 지구가 종말한다는 얘기다.

“지구가 성숙해지면 지축이 정립한다”

웹봇에 따른 2012년 종말론도 있다. 웹봇은 전세계 인터넷 상에 있는 모든 자료들을 모아서 핵심적인 단어를 조합하고, 주식시장의 변동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이다. 웹봇은 그동안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를 모두 다 예측해왔다는 얘기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건,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쓰나미) 사건 등을 예측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얘기다.

문제는 웹봇의 분석이 어느 특정 시점에서 멈추었는데, 그 시점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란 설명이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지진에 따른 지구종말론도 빠지지 않는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지구에서 가장 큰 태평양판과 다른 대륙판들이 충돌하면서 전세계 지진의 약 80%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50년 주기로 이 일대에서 대지진과 화산폭발이 일어난다는 게 종말론자들 주장이다.

특히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2010년 2월 칠레 대지진 등 100년에 한번 발생할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말론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대지진은 곧 다가올 지구종말을 알려주는 전조라는 얘기다. 소행성 충돌설도 빠지지 않는다. 니비루라는 행성이 2012년에 지구와 충돌한다는 내용이다. 니비루는 약6000년전 수메르인이 태양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행성이다.

2008년 2월 일본 고베대 연구팀이 명왕성 바깥에 태양계의 10번째 행성(플래닛 X)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뒤, 이 10번째 행성이 니비루이며 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설이 퍼졌다. 이 소행성이 2012년경 지구에 떨어지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만배에 해당하는 폭발력으로 대재앙을 가져오고, 이게 지구종말을 재촉한다는 얘기다. 주역으로 종말론을 얘기하는 종말론자들도 있다. 64괘를 가지고 점을 치는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한 그래프가 놀랍게도 인류사의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한다.

5000년전 복희씨가 만들었다고 하는 주역을 갖고서 미국 과학자가 평균 확률과 빈도를 두고 그래프선을 만들어 지난 5000여년 인류 역사에 대입해보니 로마의 흥망, 독일제국 흥망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주역이 가리키는 마지막 시점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얘기다. 주역이 아닌 정역에 따른 종말론도 있다. 정역은 김일부 선생이 지은 책으로 주역이 다 밝히지 못한 우주 비밀을 풀이해놓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정역에 따르면 우주는 단순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비어 있는 현상, 차 있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2만 5000년을 주기로 지축이 기울었다 섰다를 반복하는데 이제 지축이 정립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경에 탄허 스님이 예언한 내용도 정역과 무관치 않다. 현재 지구는 미성숙한 처녀와 같아 기울어져 있는데 지구가 성숙해지면 지축이 정립한다는, 탄허의 얘기다. 지구가 바로 서면 전 지구 인구의 70% 이상이 사라지고 일본 열도는 90% 이상 바다 밑으로 잠기게 된다고 탄허는 예언했었다.

미국 NASA, 초강력 태양폭풍 이미 예고해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사는 소년 인디고 보리스카의 지축 정립 예언도 정역과 엇비슷하다. 인디고는 미국 정신과 의사인 리처드 시글이 인디언 부족을 연구하면서 신기(神技)를 타고 난 아이를 인디고라고 부른 데서 인디고라는 말이 유래했다. 전생에 화성인이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보리스카는 2012년에 무서운 대 재앙이 지구를 덮친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지축 정립이라는 얘기다. 보리스카는 러시아 프라우다 등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1996년 1월 11일생인 보리스카는 화성과 지구의 과거 문명을 정확하고 소상하게 설명을 하면서 앞으로 지구에서 일어날 모종의 대변화를 예지했다. 2010년 12월 5일자 프라우다지는, 보리스카가 2011년 한 대륙에서만 세 차례 재앙이 일어날 것이고, 2013년에는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때 일어날 대참사로 대부분의 지구인이 죽고 말 것이라는 게 만 15살 소년의 경고다. 초강력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해서 지구 종말을 불러온다는 설도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 5월경 초강력 태양폭풍을 이미 예고했다. 자기장을 동반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하면 그 위력은 수소폭탄 1억개의 파괴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종말론자들은 말한다. 사실 태양폭풍이 지구를 덮치면 전기와 전파에 의존해서 살고 있던 60억 인류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전하층과 자기장이 교란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나고 인공위성이나 은행시스템, 휴대폰, 전자장비, 항공통신 등이 모조리 마비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지구 장기장 역전 설에 따른 지구종말론도 있다. 옛날 지구 지구 연구를 통해서 지구의 자기가 역전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2012년에 태양흑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주고 지구 자기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구 자기 역전은 단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역전 설이 근거없다고 일축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자기장은 영구자석이라기 보다는 전자석에 가깝기 때문에, 지구 자기 역전이 일어날 때에, 자극 전체가 수백만년 동안 서서히 움직여서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동안 수많은 반전을 거듭하다가 최종적으로 역전한다는 얘기다. 지구 자기 역전 현상은 언제든지 우리 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종말론자들 얘기다.

LA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종말론 작가’

이외에도 지구종말론을 나타내는 설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종말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종말 신드롬 자체가 좋은 돈벌이 사업이란 얘기다. 실제 2012년 종말론을 갖고서, 영화‘2012’원작 소설을 지어내 많은 돈을 벌었던 작가 로렌스 조셉은 LA 한복판에 살고 있다.

종말론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전한 산 속이나 지하 벙커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실제 사는 모습과 지구 종말을 주장하는 종말론자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구종말론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아폴리나리오 칠레 픽스톤 같은 마야 인디언 부족 원로(마야 문명 권위자)는, 2012년 종말론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2012년 12월 21일날 지구가 멸망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해서, 그는 마야족은 그런 예언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서 말한다.

서구 언론들이 마야 문화와 기독교 종말론을 짬뽕식으로 섞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그는 진단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같은 견해를 편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야인이 만든 고대 달력과 니비루 행성에 대해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마야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날 끝나지 않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니비루도 마찬가지다.

만일 2012년에 지구와 니비루가 충돌한다면 니비루는 지금쯤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행성은 없다는 얘기다. 지구종말론은 바로 우리 옆에서 매일 생성되는 얘기지만, 지구종말론을 비판적인 시각없이 그대로 다 믿는 것은 분명히 위험한 일이라고 재난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