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일터
최근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게 잇따라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 5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역 참사와 아르바이트 학생 등 4명의 생명을 뺏은 이마트 탄현점 질식사고, 병원 간병인 노동자 에이즈 환자 주사바늘 찔림 사고 등 그 예들은 참 많다. 하지만 이들의 사고의 공통점은 모두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로, 원청 사업장의 안전실태를 잘 몰랐다는 점이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안전불감증이 부른 산업재해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9만 8,645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2,2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70명, 사망자는 6명 꼴로 일본, 미국, 유럽연합(EU)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산재 사망자수는 3~4년 전 연간 2,600명 수준에서 400여 명가량 줄었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액은 17조 원 이상으로 교통재해, 자연재해보다도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10만 명당 안전사고 사망자수는 67.5명으로 OECD 가입 25개국 중 24위이며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헝가리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1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잠정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집계해 재해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 현재 재해자는 7만 6,000여 명, 사망자는 1,731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재해자는 4,000여 명, 사망자는 90여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감소폭은 올해 목표 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이 최근 10년간 0.7%대에 머물러 있고 정부와 기업 등의 다양한 안전보건정책 및 활동이 있었음에도 줄어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안전보건활동이 정부 주도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현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 전문기술위원실장은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고 안전보건의 주도적 주체를 확대하는 한편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진국 수준인 0.3%대의 재해율 달성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재해율이 0.69%고 올해 좀 더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 자율에 의한 위험 발굴 및 관리 활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문화 확산이 최우선
이에따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안전을 실천하게 하는 인식과 안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안전을 유도하는 제도 등이 발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안전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정이나 유치원, 중고교, 대학 등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안전의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여기서 훈련된 안전의식이 우리의 다양한 생활에서 확산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업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안전문화 확산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보급도 필요하다.

사업장을 품고 있는 도시의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 등과 연계한 안전문화 확산운동 전개, 상생경영 측면에서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문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안전문화 운동의 체계적인 확산 및 전개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현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 전문기술위원실장은 “지역 내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지자체, 산업안전, 교통, 가스, 소방 등 지역 안전전문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역할을 분담해 안전문화 운동을 추진하면 추진성과 면에서도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한 순간에 가정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더 나가 사회적인 손실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예방의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방치되는 이유
또 하나의 문제는 이처럼 만연한 산업재해가 방치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노동자의 문제라는 왜곡된 시각도 있다. 현재 산재통계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된 산재건수가 기본이다. 그러나 각종 정부 용역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정부 통계의 12배에서 30배에 달하는 100만명에서 278만명의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 또한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각종 점검과 사업에 노조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관리업무를 보는 원청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사업장의 원하청 고용구조나 중소사업장의 현실은 외면한 채 자율안전만 부르짖는 각종 법과 제도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법제도가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1963년 제정된 산재보험법은 당시 7개의 발암물질을 규정한 이래 단 한번도 개정된 바 없다. 그러다 작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자체 조사와 문제제기가 있자 부랴부랴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발암물질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고, 사업장에서는 작업환경 측정이나 안전교육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각종 직업성 암이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지난해 46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수년간 잠복기를 거치는 직업성 암에 대해, 일했던 당시가 아니라 ‘이미 깨끗하게 준비된 현장’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노출수치가 안 나온다며 삼성 노동자 16명의 산재신청을 전원 불승인했다. 그 와중에 투병중이던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소규모 건설현장 산업재해 예방대책
이같이 산업안전의 중요성이 커지자 고용노동부(장관 이채필)도 “소규모 건설현장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였다. 고용노동부는 소규모 건설현장 특성을 고려하여 근로자 보호를 위한 현장감독과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교육과정을 내실화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3억 미만 건설현장 기술지원 대상을 확대(‘11년 2만 5천개소→3만개소), 공사금액 3~120억원 공사현장 기술지도를 산업안전지도사(건설분야)도 수행할 수 있도록 자격 완화하고, 소규모 현장 일용근로자에 대해 기초안전보건교육 실시, 교육이수자에게 그린카드(Green Card)를 발급한다.

또 건설분야 안전보건지킴이 수를 연차적으로 확대(11년 80명→13년 200명)하여 감시활동을 강화, 소규모 현장 점검을 감독으로 전환하여 법 위반사항 적발 즉시 사법처리 및 과태료 부과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시설 설치, 증·개축 공사시 붕괴 및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였다. 높이 4미터 이상 학교 건축물을 설계할 때 안전성이 우수한 시스템 동바리를 사용하도록 설계에 반영하고, 학교시설 공사현장에 대해 고용부와 교과부가 합동단속 실시하고,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시설공사 발주시 입찰 안내서 및 계약특수조건에 “사망재해 발생시 1년간 입찰제한”을 명기한다. 시·군 교육청 공사 담당자의 건설공사 안전관리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하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특별안전교육 실시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소규모 건설공사의 안전관리 대책을 자치단체별로 강화하여 추진토록 한다. 먼저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금액 3∼120억원(토목공사 150억원)의 공사는 착공 14일 이내에 기술지도 계약 체결여부를 확인하여 미 체결시에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20%를 환수조치하고,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공사발주를 전문으로 하는 지방 공기업, 지방공사에 대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토록 조치한다.지식경제부도 소규모 건설공사를 대량 발주하는 한국전력공사에 대해 건설재해예방 특별대책을 수립·시행토록 조치한다.

추락재해 방지를 위한 안전가시설물 설치계획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고, 공사를 발주할 때 입찰 안내서 및 계약특수조건에 “사망재해 발생업체에 대해 1년간 입찰제한”을 명기한다. 국토해양부는 발주기관, 시공사, 건축사의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LH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사발주기관에 대하여 건설재해예방특별대책을 수립·시행토록 조치, 입찰 안내서 및 특수계약조건에 “사망재해발생업체 1년간 입찰제한”을 명기한다. 또 소규모 건축공사 인허가·멸실·착공신고 등 기초자료를 관련부처와 공유하고, 자치단체에서 다세대 주택, 근린생활시설 공사착공 신고시 공사업체의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여부를 확인한다.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건축사법에 따라 실시하는 건축사 실무교육시 안전보건교육을 6시간 이상 실시한다. 민간기관인 대한건설협회와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소관별로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건설근로자 보호구 미착용 단속 및 기초안전보건교육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소규모 건설업체(시공능력평가 1000위 초과)를 대상으로 사업주 교육 및 건설현장 자체 안전점검을 독려하는 한편 협회에 등록된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건축사법에 따라 실시하는 건축사 실무교육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한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전체 건설재해의 70%가 발생하는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은 그 수가 워낙 많고 수시로 생성·소멸되기 때문에 재해예방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하고, “그러나 주로 저학력·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일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드는 일은 공생발전의 기본적인 요건으로서 관계부처·민간기관이 협업을 통해 반드시 사망재해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전한 일터 없이 행복한 삶은 없다
우리 대다수는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을 첫째로 꼽는다. 가구당 매월 21만원을 암 질환 관련 민간 생명보험료로 낼 정도다. 그러나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 사망 노동자의 80%가 직업성 암인데도 그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터의 발암물질에는 손도 못 대는 것이 현실이다.일터에서 생기는 사고나 직업병은 한 집안을 파탄시키는 폭탄과도 같다.

그 가족과 일가친척까지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산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최근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복지 논쟁은 참으로 허망한 말잔치에 그친다. 또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재해는 노동시장에서 경제적 손실 등 막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산업재해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도 고려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