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수기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살아남았던 한 시민의 이야기다.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지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보스니아 출신 Benjamin씨로 미국 survivalblog 사이트에 소개한 경험담이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 기자(jjlee@di-focus.com)>

내전 기간 중 큰 걱정거리 총기류 압수
나는 유튜브의 수많은 생존 관련 동영상을 수년간 봐 왔지만 survivalblog사이트가 가장 현실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재난에 대해 많은 충고들을 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그 충고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 글은 나의 경험담을 기준으로 쓴 것이다. 어떤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도 있다. 이 이야기가 모든 상황에 적용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쟁의 끔찍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나는 보스니아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랐다. 다른 보스니아 동포가 survivalblog사이트에 글을 올린 것을 봤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 지역에 있던 사람이어서 나의 내용과 다르다. 나의 이야기는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내 이야기는 책 한 권이 될 만한 분량이라 여기에 몇 가지 요점만을 추려서 기고한다. 우선은 내전 기간 중 큰 걱정거리가 총기류 압수였다. 내전이 발발하자, 경찰은 내가 살던 지역의 모든 총기를 압수하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나쁜 점은 경찰들은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찰들은 이런 생각과 정부의 명령을 계속 전달했고, 시민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어떤 사람들은 지하실에 수 만발의 실탄을 쌓아두고 있었다. 이들은 내전 초기에 무기를 꼭꼭 숨겨두었던 사람들이다. 

주택징발(혹은 압류)역시 큰 걱정거리
이와 함께 주택 징발(혹은 압류)역시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이러한 약탈(글쓴이는 전쟁징발을 약탈로 보고 글을 쓰고 있다. 즉 공식적인 징발이 아니라 징발을 빌미로 한 약탈라 생각한다)이 일어나면 완전 무장한 군인 일개소대를 데리고 와 있으며 시민들은 집을 떠나야 했다. 대다수의 미국 주택은 발칸 반도의 집처럼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이 아니다. 그래서 화염병을 집안으로 던져 넣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보스니아는 다르다. 보스니아 시절, 우리 집에 화염병이 날아든 적이 있지만 벽돌 두겹으로 만들어진 집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보스니아는 추위 때문에 이렇게 집을 짓는데, 우리집은 박격포 여러발, RPG 두어발을 맞고도 멀쩡했다. 또한 보급품(물자)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사라예보는 완전히 포위되어 4년간 고립되어 있었다. 보급물자는 당신이 외국환을 많이 가진 부자들만 지하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개도 공급이 되지 않았다.정부나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려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당시 UN의 지원물자는 분명히 보스니아로 보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UN 소속의 군인들은 그 물자를 무상으로 배포하기는 커녕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외부의 물자에 의존하려 했던 사람들은 굶어죽었다. 마침내 사라예보의 부자였던 사람들도 굶어 죽기 시작했다. 유고슬라비아의 디나르화가 고인플레이션으로 치닫자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도덕성 유지하는 것
내전당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한 두 달 혹은 일년 정도 버티면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보스니아에서는 1% 미만의 사람들만 그런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이 사람들은 나라의 변방지대에 조금씩 모여 있어서 군인들이나 약탈자들이 그 존재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군인들은 지속적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만약 당신의 집이 도심이나 그 보다 더한 곳에 있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즉시 집을 떠나야 했다. 아울러 소수인종이면 역시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좋았다. 만약 당신이 도시근교에 살고 무슬림이나 카톨릭 신자라면 바로 첫번째로 죽을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발칸 전쟁에서는 수십만 명의 여자들이 강간을 당했다. 때문에 당시 많은 보스니아남자들은 어머니나 누이, 아이들을 버리고 탈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만약 할머니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그들을 돌볼 것인가? 가족들 중 누군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집을 지켰다.
피난은 많은 사람을 구했다. 교외나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피난을 생각한다. 많은 시민들은 처음에는 표적이 되었다. 그 이유는 주위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표적이 분산되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전쟁은 배고픔을 견디는 방법도 당신이 배워야 한다.

내가 보스니아 시골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들은 일주일에 160km를 걸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학살을 피해 도망을 치기위해서였다.나는 지금도 불규칙하게 하루 한 끼로 버티는 연습을 한다. 다양한 국적의 음식물로 2년 넘게 버틴적도 있다. 지금 나는 약 3일 정도는 음식물 없이 버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항상 모든 상황에서 침착을 유지해야 하며 상황이 힘들어질 때, 침착을 유지하라 강조하고 싶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보스니아내전은 발칸반도의 복잡한 민족구성과 역사가 원인이 되어 탈냉전 이후 보스니아 회교정부 및 크로아티아와 신유고연방의 지원을 받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사이에서 발발한 분쟁이다.구유고연방이 해체될 즈음인 1992년 3월 3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독립의 선포는 곧 분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독립을 주도한 세력은 회교도가 중심을 이룬 보스니아 이슬람 정부와 이들 세력에 협조하는 보스니아내 크로아티아인들이었다. 그러나 보스니아내 약 30%를 차지하는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유고연방에서 독립의 가부를 묻는 선거에 불참하면서 보스니아 독립선언 다음날인 3월 4일 독립을 선언하였다.

1992년 4월 6일 EU가 보스니아의 독립을 승인하자 보스니아는 본격적인 내전상태에 돌입하였다. 유고연방군의 지원을 받는 세르비아계는 내전 초기 보스니아 영토의 약 70%를 일거에 장악하는 기세를 올렸다. 보스니아 사태가 위험 수위를 넘자 UN은 동년 5월 신유고연방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조치, 항공봉쇄, 자산동결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재 조치를 취하였다. 신유고연방군은 곧 휴전에 합의하였지만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는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채 전쟁을 계속하여 갔다. 냉전이 종식된 후의 유럽에서 냉전 시에도 없었던 민족간의 유혈사태가 내전으로 발전했음에도 UN은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할 뿐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취하지 못했다.

그러나 보스니아 내전중 세르비아계는 소위 ‘인종청소’라 불리는 만행을 저지르자 여태껏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온 UN도 1992년 8월 군사개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3만 여명의 평화유지군이 보스니아에 파견되었으나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미미하기만 하였다. 내전은 휴전과 재확전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되풀이되었다. 이러한 상황아래 러시아는 1995년 3월 보스니아사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세르비아계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던 러시아는 세르비아공화국이 보스니아 회교정부와 크로아티아정부를 승인하는 대가로 세르비아에 대한 UN의 제재를 해제하자는 것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의 주도하에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내전 당사국들과 미국, EU, 러시아 등 중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1995년 11월 1일 미국의 데이턴에서 평화협상이 개최되었다. 난항을 거듭하던 평화협정은 1995년 12월 데이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보스니아에 평화가 정착되는 시금석을 마련하였다. 이로써 2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고 23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보스니아 내전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평화협정 체결후 미국과 독일이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에 대한 경제제재 및 무기금수해제 결의안을 24시간 내에 채택해 줄 것을 UN에 요청하였고, NATO도 6만 명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투입할 차비를 갖추었다.

다국적군중 미군은 최대 병력인 2만 4천명을 투입하게 되고 영국은 1만 3천명을 투입하였다. 또한 러시아도 2천명 이상의 병력이 투입되어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ㆍ러가 군사작전을 갖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러시아는 보스니아에서 평화유지를 위해 세르비아의 협조가 최우선이라 보고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을 적극 지원하였다. 한국도 OSCE 협력 동반자국으로서 1996년 9월 보스니아 선거시에 선거감시단으로 12명을 파견하였으며 1998년 9월에 실시되는 보스니아 선거에 감시단을 파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