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철 되돌이운전(일명 역주행) 등으로 시민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서울시는 이같은 지하철 되돌이 운전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지하철 되돌이운전 4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철 직원과 기관사를 대상으로 별도 규정과 대응매뉴얼 교육을 통해 되돌이 운전을 금지해왔으나 이를 근본적으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스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근절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되돌이운전(일명 역주행) 안전불감증 전형
최근 들어 지하철 되돌이운전(일명 역주행)이 자주 일어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 2월 3일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역을 출발한 전동차가 다시 전역으로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었다. 당시 사고는 신도림역을 떠나 성수역으로 향하던 2476호 전동차가 뚝섬역에서 출발했다가 뒤로 160m가량 후진해 뚝섬역으로 되돌아간 일이었다.  당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출발 후에야 차장(車長)이 전역에서 전동차 문은 열렸지만 승강장 내 일부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아 승객이 내리지 못한 것을 알고 기관사에게 무전으로 알리고 뚝섬역으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측은 “뚝섬역이 지상역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날린 눈이 승강장으로 들어와 얼어붙으면서 스크린도어 센서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차량이 완전히 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역주행은 아니다” 라며 “운행 규정상 이번 사고는 출발 후 다시 돌아온 만큼 퇴행(退行)운전에 해당한다” 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출발 전 출입문과 스크린도어의 개폐 여부를 표시하는 화면에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았음이 표시됐지만 차장이 착각하고 기관사에게 출발 허가를 했기 때문에 운행상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11일에도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승객 항의에 못 이겨 하계역에서 중계역으로 되돌이운전(역주행)을 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뒤 차가 없어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되돌이운전(역주행)이 심심치 않게 서울지하철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역주행 시민 불안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운영)가 지난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3월 23일 지하철 5호선 군자역으로 들어가던 전동차가 멈춰야 하는 자리를 5m가량 지나 서는 바람에 슬며시 후진한 예가 있었다. 이 차량은 이어 다음 역인 장한평역에서도 승객들이 서 있는 자리를 40m나 지나 멈추는 바람에 황급히 후진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를 공식용어로 ‘역주행’이 아닌 ‘진과정차(進過停車)’로 분류하고 있다. ‘멈춰야 하는데 너무 많이 나갔다’는 뜻으로 차량 꼬리가 완전히 역 밖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역주행’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7월 15일에도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이처럼 차량이 설 곳을 지나쳤다가 되돌아오는 사고가 있었다.

서울메트로 운영 구간(지하철 1~4호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3월 15일 2호선 봉천역에서 신도림 방향으로 가던 차량이 신림역을 지나쳤고, 갑자기 안내방송도 없이 후진해 다시 신림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2010년 9월 14일에는 1호선 열차가 석계역을 떠나 신이문역으로 가던 중 신이문역을 지나치는 바람에 중간에 뒤로 퇴행(退行) 운전을 해 돌아갔다. 이같이 지하철 역주행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기관은 사고 실태 공개를 꺼리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진과정차로 인한 퇴행운전 등 수동 운전 관련 사고 건수를 사측에서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수동운전 강요가 원인
반면 ‘역주행’과는 별도로 아무 안내없이 역을 지나쳐버리는 ‘무정차 통과’도 적지 않았다. 스크린도어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타지 못했는데 출발해버리는 ‘출입문 미취급’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2010년 1월 8일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을 떠나 천호역으로 가던 전동차가 천호역을 지나쳤다. 당시 천호역에 내리려 했던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음 역에 내려 다시 반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철도공사가 사과·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승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일 지하철 7호선 남성역에서 이수역으로 가던 차량도 이수역을 지나쳐 내방역까지 직행해버렸다.

이같이 서울지하철에서는 최근 5년간 기기·설비 고장을 제외하고 부주의·실수로 발생한 인재(人災)성 사고(무정차·역주행·출입문 미취급 등)는 공식적인 것만 46건에 달했다. 2007년 3건이던 것이 2011년 16건으로 5배 이상 늘었고, 2010년 9건과 비교해도 2배가량 많았다. 도시철도공사 지도조사팀장은 “하루 기관사들이 한 번 운행을 나가면 평균 5만~6만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끔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사측에서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수동운전을 강요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며 “자동운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되돌이운전 4대 근절대책
이같이 지하철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시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지하철 되돌이 운전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지하철 되돌이운전 4대 근절대책’을 지난 2월 9일 발표했다. 단, 승강장 내에서 시민 승하차 편의를 위해 정차 위치를 조정하거나 선로공사, 안전사고, 전동차장애, 선로변경, 자연재해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엔 관제센터의 승인 하에 지하철 후진을 예외로 뒀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철 직원과 기관사를 대상으로 별도 규정과 대응매뉴얼 교육을 통해 되돌이운전을 금지해왔으나 이를 근본적으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스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근절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하계역(7호선)과 올해 1월 산성역(8호선), 2월 뚝섬역(2호선)에서 발생한 지하철 되돌이운전은 기관사의 운전 착오와 안전시스템 미흡, 운전규정 미준수 등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서울시가 마련한 ‘지하철 되돌이운전 4대 근절대책’은 ▲전동차 운행 시 ‘자동운전 원칙’ ▲무정차 통과를 원천적으로 막는 ‘자동감속정지시스템’ 구축 ▲되돌이운전을 중대사고로 규정하고 되돌이운전 시 최소 정직 이상 중징계 ▲무정차 운행 발생 시 대체교통비 보상 등이다.

수동운전 폐지 ‘자동운전을 원칙’
먼저 서울시는 기관사가 임의 판단으로 되돌이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2008년 8월부터 에너지 절약 및 운전능력향상을 위해 시행해 왔던 수동운전을 폐지하고 ‘자동운전을 원칙’으로 운행한다. 자동운전은 2010년 이후 도입된 1~4호선 신형전동차 29편성과 5~9호선 236편성 전체 전동차에 대해 적용된다. 자동운전시스템을 이용하면 중앙관제시스템에 의해 각 전동차가 정해진 속도로 운행되므로 기관사 임의조작이 불가능하고 전진 운행만 가능해 되돌이운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앞으로 새로 도입되는 모든 전동차에 자동운전 시스템을 지속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는 자동운전시스템이 없어 수동운전만 가능한 1~4호선 171편성 전동차의 되돌이운전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오는 7월까지 ‘자동감속정지시스템’을 각 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자동감속정지시스템은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할 때 속도가 45km/h 이상이면 자동으로 감속정지시스템이 작동돼 열차가 승강장에 정차하는 안전장치다. 이렇게 되면 되돌이운전을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인 무정차 통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열차의 무정차를 막고 정위치 정차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 시내 1~8호선이 다니는 268개 모든 지하철역에 있는 열차정지위치 표지를 형광물체로 오는 4월까지 전면 교체해 기관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터널부 조명의 조도를 향상시키는 작업도 병행한다. 서울시는 열차의 후부가 승강장을 완전히 벗어나 기관사에 의해 임의로 터널구간에 멈춰 섰을 경우, 관제센터에 즉각 경보가 울려 관제사가 기관사에게 되돌이운전 금지를 지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경보시스템도 7월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되돌이운전’ 중대사고로 규정
이는 기관사가 터널에 정차해 임의판단으로 되돌이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선 서울시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되돌이운전’을 중대사고로 규정하고 기관사가 무정차 시에도 되돌아가겠다는 판단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지난 1월 5일(목) ‘안전과 무관한 승객의 요구에 의한 되돌이운전은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최근 일어난 되돌이운전 사례는 대부분 일부 시민의 요구 또는 기관사 임의 판단에 의해 일어난 경우로, 되돌이운전은 다수의 승객에게 불안을 주는 행위라고 판단해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서울시는 기관사 징계 수위와 교육 강화를 통해 되돌이운전을 막을 계획이다.

먼저 앞으로 안전과 무관한 상황에서 기관사 임의로 되돌이운전을 하거나 관제센터에서 임의로 되돌이운전을 지시한 경우에는 당사자를 승강장에 승객을 미하차시키는 것보다 더 엄중히 징계 조치할 예정이다. 되돌이운전을 한 기관사에겐 최소 정직 이상의 처벌 조치하고, 상습부주의자에 대해서는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다. 또, 기관사는 많은 시민의 안전과 교통 편의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열차 운행에 임할 수 있도록 되돌이운전에 대한 안전의식을 비롯한 기타 운전규정사항 교육을 일상화하고 승무적합성 점검을 강화한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생체리듬·아픈 곳, 가정사항, 휴식시간 등을 점검하고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기관사를 체계적으로 관리, 승무부적합자로 판단된 기관사는 대체인력으로 교체투입 할 방침이다. 2월 중으로 각종 돌발상황 대응 시뮬레이션 교육을 확대해 기존 되돌이운전 기관사를 대상으로 우선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전체 기관사로 확대한다.

재난매뉴얼 갖추어야 할 필요성 제기
이와 함께 서울시는 무사고 달성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지하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기관사들의 직무환경 개선을 위해 4월까지 기관실 내부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최적의 근무환경을 조성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동기를 부여할 예정이다. 반면 불가피하게 무정차 운행이 발생할 경우에 서울시는 운행약관에 정해진 대체교통비 지급 등 보상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승강장에서 열차 장애로 운행지연 발생 시 승객이 요금 환불을 요구할 경우 지연증명서를 발급하고 1회권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이번 대책 마련을 계기로 되돌이운전 근절뿐만 아니라 열차 운행 및 치안 등 각종 지하철 관련 불안요소를 차단하고, 철저히 관리·감독해 시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관련 전문가도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재난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매뉴얼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우리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체계를 통해 이를 세분화하고 국제 표준에 맞는 국제표준화 작업도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