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비율인 산업재해율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산업재해 최저치에 대해  ‘안심일터 만들기’를 내세워 정부 각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고 기업들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재해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정부의 말대로 산업재해율이 떨어졌을까? 산업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수치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산업재해율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비율인 산업재해율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 현황 집계결과 재해자수는 9만3292명으로 전년 대비 5353명, 사망자는 2114명으로 86명 각각 감소하는 등 모든 지표가 감소세를 보였다고 15일 발표했다. 특히 산업재해율은 전체 근로자 1430만명 대비 0.65%로 197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산업재해율은 1970년대 3%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8년 0.68%(재해자 5만1514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1인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산업재해보험이 적용되고 산재요양신청이 늘어나면서 재해자가 9만명대, 재해율은 0.8~0.9%대로 다소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고용부가 ‘안심일터 만들기’를 내세워 정부 각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고 기업들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재해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산업재해의 35%(3만2294명)가 제조업에서 발생했고, 이어 서비스업 32%(2만9736명), 건설업 24%(2만2782명) 등의 순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전체 재해자의 82.4%인 7만6885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재해 유형으로는 전도(넘어짐) 21%(1만9664명), 협착(감김·끼임) 17%(1만6046명), 추락 15%(1만3745명) 등 3대 다발재해가 전체의 53%를 차지했다.고용부는 산재 감소 기조가 계속 이어지도록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신규산업장에 대해 예방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재해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볼 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2010년의 경우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9만 8645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22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70명, 사망자는 6명 꼴로 일본, 미국, 유럽연합(EU)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산재 사망자수는 3~4년 전 연간 2600명 수준에서 400여 명가량 줄었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액은 17조 원 이상으로 교통재해, 자연재해보다도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우리나라 10만 명당 안전사고 사망자수는 67.5명으로 OECD 가입 25개국 중 24위이며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헝가리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1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신현화 전문기술위원실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잠정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집계해 재해예방에 활용을 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재해자는 7만 6000여 명, 사망자는 1731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재해자는 4000여 명, 사망자는 90여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감소폭은 올해 목표 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이 최근 10년간 0.7%대에 머물러 있고 정부와 기업 등의 다양한 안전보건정책 및 활동이 있었음에도 줄어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안전보건활동이 정부 주도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 지적했다.신 실장은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고 안전보건의 주도적 주체를 확대하는 한편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도지 않으면 선진국 수준인 0.3%대의 재해율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며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 자율에 의한 위험 발굴 및 관리 활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말했다.

이밖에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안전을 실천하게 하는 인식과 안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안전을 유도하는 제도 등이 발을 맞춰야 한다. 우선 안전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정이나 유치원, 중고교, 대학 등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안전의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훈련된 안전의식이 우리의 다양한 생활에서 확산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업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안전문화 확산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보급도 필요하다. 사업장을 품고 있는 도시의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 등과 연계한 안전문화 확산운동 전개, 상생경영 측면에서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문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안전문화 운동의 체계적인 확산 및 전개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 실장은 “지역 내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지자체, 산업안전, 교통, 가스, 소방 등 지역 안전전문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역할을 분담해 안전문화 운동을 추진하면 추진성과 면에서도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며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한 순간에 가정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더 나가 사회적인 손실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예방의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

산업재해 부르는 저가낙찰제 개선되야
이와 함께 산업재해 부르는 저가낙찰제의 개선도 필요하다. 2005년 치명적 산업재해는 한국의 경우 10만명당 28.6명으로 미국의 2.6배，영국의 7.7배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사망만을 포함하나 다른 나라는 사망 이외의 치명적 중상도 포함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건설업 사망자는 2009년 전체 사망자 2181명 중 606명으로 27.8%를 차지했고，2010년에는 전체 사망자 2200명 중 611명으로 역시 27.8%다. 건설업 취업자 수 비중이 7%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1년 365일 내내 하루 평균 1.67명이 건설현장에서 사망한다. 그 원인을 건설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원인 중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은 저가 낙찰이다. 건설업은 제조업과 달리 먼저 수주한 뒤 생산이 시작되는 수주생산 방식을 따른다. 건설업체는 생산 기회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수주 경쟁에 나선다.

특히 최저가낙찰제 하에서는 무모할 정도로 ‘제 살 깎기’를 감행한다. 2004~2008년 최저가로 발주된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65.0%다. 턴키 대안 방식의 90.7%와 적격심사 방식의 84.8%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공공공사는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므로 차액이 클수록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저가 낙찰이 그 대가로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다는 데 있다. 저가 수주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주로 노무비를 삭감한다. 거기에 투입 인원을 줄이고 공기를 단축한다. 10명이 적정한 작업 팀을 7~8명으로 축소하고，작업팀 간 성과급 경쟁을 유도해 작업 속도를 높인다. 고임금 고숙련자보다는 저임금 저숙련자를 투입한다. 높은 노동 강도와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기에는 외국인력 특히，불법 체류자가 오히려 제격이다. 숙련도가 낮아지고 의사소통은 더뎌지는데 노동 강도가 커지면 산재 위험은 당연히 높아진다.

재난·재해관련 전문가 확충 필요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09년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낮은 낙찰률과 높은 재해율의 연관성을 짐작하게 한다. 100인 이상 건설현장 중 재해율 상위 10%의 산재 다발 사업장의 재해율은 3.15%로 건설공사의 규모별 평균 재해율인 0.08~0.2%에 비해 매우 높다. 산재 다발 사업장에 포함된 공공공사 21건 중 19건이 최저가로 발주된 공사다. 최저가 공사는 2008년에 발주된 공공공사 건수 중 12.7%에 불과하지만 재해율 상위 10%에 포함된 건수 중에서는 90.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과도한 예산 절감의 대가로 생명을 내걸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며 국격을 운운하기 이전에 국가 운영의 수단인 예산 절감과 근로자의 소중한 생명 간의 뒤바뀐 우선순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같이 산업재해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전반에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서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감소시켜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중소 규모 공장과 주택, 상가 등의 소규모 건설현장이 밀집된 검단산업단지와 논현주택단지 등을 대상으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 및 합동점검 등을 통하여 재해 감소예방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발맞춰 중소규모 건설업체 사업주와 현장 근로자들도 안전의식 고취와 적극적인 안전 활동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또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재해관련 전문가의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