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1일 사상 최악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일본 대지진으로 전 세계가 출렁거렸다. 사상자수는 1만명 넘었으며 연락 두절된 사람들도 수십 만여 명에 달하다는 등 수치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지진은 일본의 일부 자동차와 정유공장, 플래시 메모리공장 등이 일시 생산을 중단시켰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로 인근 주민 수십만 명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대지진으로 일본의 GDP가 5%가량 감소했으며 금융·산업기반이 붕괴, ‘경제 재앙’의 서막을 장식한 것으로 보고있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일본기업 이른바 ‘6중고’ 어려움
대지진 이후 일본기업은 이른바 ‘6중고’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진 발생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기업의 과중한 세부담, 무역자유화 지연, 노동 및 환경 규제, 엔고에 지진 이후 생겨난 전력난까지 가세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 ‘대지진 이후 1년-일본 경제·산업의 구조변화와 향후 전망’ 보고를 보면 지난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쓰나미를 동반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원전사고까지 겹치며 2010년 4.4%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11년에는 다시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었다. 일본경제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디플레이션과 내수시장 축소, 정부재정 악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일본경제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구조변화
삼성경제연구소는 향후 일본경제는 무역적자 고착화, 전력난에 따른 성장기반 훼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차원에서는 서플라이체인 복선화, 해외진출 확대 등 경쟁력 강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전력 공급능력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2012년에는 시설점검으로 모든 원전이 가동을 일시 중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력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 효과(-0.4%p), 화석연료 수입 증가 효과(-0.4%p),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0.2%p) 등은 2012년 일본경제 성장률을 1.0%p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핵심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업체가 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완성품 업체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재해복구비용 증가 등으로 재정 건전성도 악화됐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복구를 위해 3차례에 걸친 추경과 2012년 당초 예산까지 모두 약 17.5조 엔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였으며, 국가와 지방의 부채 규모도 2010년 180%에서 2012년에는 19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태국 홍수로 일본 기업 직격탄
이와 함께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동북지역의 주요 관광지가 폐허가 되었을 뿐 아니라 방사선 위험 우려로 해외 관광객 유입 규모가 급감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일본 내 유입 외국인 관광객 수가 월간 6~70만 명대에서 30만 명대로 급감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11년에 전년대비 27.8% 감소했다. 더 힘든 것은 일본기업의 해외진출기업마저도 자연 재난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10월 발생한 태국 홍수는 일본 기업들에게는 직격탄이었다. 일본 기업은 중국보다 자국에 우호적인 태국에 집중적으로 진출해 2000여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데, 상당수 업체가 이번 홍수로 침수피해를 당해 생산을 중단했다.

태국의 일본계 부품업체 의존도가 높은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침수피해를 본 공장에는 물에 취약한 정밀기기들이 많아 복구작업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결국 태국 내 일본 기업의 8%가량이 공장을 다른 국가로 이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콕 소재 일본상공회의소(JCCB)는 태국에 있는 일본 기업 36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가량이 태국 소재 공장을 다른 국가로 이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85%는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나머지 7%의 기업은 태국 내의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우치 세츠오 JCCB 경제조사위원회 의장은 “대홍수 당시 전자업체들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면서 “일부 기업들이 위험 분산 차원에서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치 의장은 “대홍수 피해를 본 기업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공장을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태국 정부는 홍수예방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같은 일본 경제의 위기가 오히려 일본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시평> ‘일본경제동향’ 보고서는 일본에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뿌리깊은 기업들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널려 있다며 이런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든 동일본 대지진이든 어떤 비바람이 쳐도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이 20년의 장기침체에도 일본경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진짜 원동력이라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경기침체로 빈곤층이 늘면서 사회 안전망에서 누락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일본의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