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표현이 우리 사회에 회자되면서 노후대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을 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을 바라보면서 노후 대비에 있어 건강 못지않게 노후자금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공적 연금이 노후 자금 보장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적 연금이 노후 자금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 및 고령화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은 2040년대 들어 연금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을 전후해서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공적 연금이 보장해주는 노후 자금의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적 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 대비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연금재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모두 포함한 전반적인 연금제도 개혁이 요구된다. 공적 연금제도를 도입한 많은 국가들이 경제, 사회 변화에 맞추어 연금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적 연금제도의 개혁은 기본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 일부를 수정하거나, 연금제도의 기본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공적 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 국민들의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의 개혁이 불가피해지면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외국의 연금개혁 경험은 우리의 연금제도 개혁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먼저 공적 연금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노후 최저소득 수준을 보장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적 연금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들을 정비하여 국민연금 이외의 노후대비 수단을 확대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후준비가 유발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금융시장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정책과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당장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개혁이 가져올 사회적 갈등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실행방안을 마련하여 점진적으로 제도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노후대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에 노후대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가 안정적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높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았지만, 부모 봉양이나 자녀 교육에 힘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을 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을 바라보면서 노후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노후준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나이가 많아 소득활동을 할 수 없는 가입자들에게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노후에도 일정한 연금소득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 증가로 가정주부나 청년층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미리 노후에 대비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국민연금이 노후에 직면할 수 있는 장수위험(longevity risk : 예상보다 오래 생존해서 보유한 재산을 소진하고 노년기에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부각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개인들이 저축한 노후자금이 부족해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국민연금도 안정적 생활에 필요한 노후 생활비를 보장하지 못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국민연금 이외에 다른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에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정책적인 체계가 갖추어지지 못한 것에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노후대비를 위한 정책과 제도는 국민들의 노후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계기로 자발적인 노후대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고령화가 더 심해지기 이전에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후준비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노후대비 정책이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 채로 고령화가 심화되면 고령자의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족해진 국민연금을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연금적자에 따르는 세금부담 증가에 대한 불만으로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표출되면서 사회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제도 전반에 걸친 개혁이 지금부터 필요한 이유이다.

전국민의 노후준비 수단 국민연금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체 국민의 노후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목적으로 1988년 도입되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소득의 9%(사업장가입자는 본인과 사용자가 각각 4.5%씩 부담)를 보험료로 지급하고 노후에 연금을 받는다.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에도 가입자나 유족이 기본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연금을 지급받는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이 있는 국민은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된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1년 7월 기준 1,957만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취업자(2011년 9월 기준 2,432만명)의 80.5%가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2,508만명)의 78.0%, 20~59세 경제활동인구(2,175만명)의 90.0%에 달한다.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주된 노후준비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8세 이상 가구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청의 ‘2009년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의 75.3%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이 4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예금적금(21.0%), 사적연금(17.8%) 순서였다.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가구주의 절반 정도가 국민연금으로 노후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24.7%나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노후준비 방법이 활성화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고령자는 본인이 직접 근로소득을 벌거나 자녀에게 생활비를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

통계청의 ‘2009년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이나 배우자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3.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녀 또는 친척 지원이 31.4%, 연금 및 퇴직금 14.7% 등의 순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7년 조사에 비해 본인이나 배우자의 소득, 자녀나 친척의 지원 등에 생활비를 의존하는 노인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연금이나 퇴직금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비중은 늘었다. 정부나 사회단체 지원과 함께 연금이나 퇴직금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의 비중이 비교적 크게 증가했다. 이는 아직까지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이 가족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금 등을 이용하여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향이 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나 사회단체에 생활비를 의지하는 비중(2007년 4.5%→2009년 8.7%)이 높아진 것은 노인 빈곤이 심해진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후대비 수단으로 공적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의 생활비 중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의 비중이 낮은 편이며 연금 수급자도 많지 않다. 2011년 7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노령연금 기준)는 241만 명으로 60세 이상 노인(2006년 추계인구 기준 780만명)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 연금액은 79.4만원으로 2011년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90.7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수급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늘면서 개인별 연급지급액도 점차 커질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부모봉양 의식도 약해지고 있어 국민연금이 대표적인 노후대비 수단으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

연금제도 개혁의 필요성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 매월 일정한 연금을 받아 남은 생애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처럼 저성장이 지속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연금적자가 누적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유럽의 경우처럼 거시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개개인이 지급받는 연금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연금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금재정 안정화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고갈을 방지하는 한편 사적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연금제도 개혁이 준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국민연금은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수급액이 더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미래의 수입과 지출을 추정하여 재정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2008년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2044년에 수입(보험료수입+투자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2060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문제는 2008년 전망보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추계는 경제성장률, 기대수명, 출산율,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 등과 같이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에 대한 장기 전망에 기초를 두고 이루어진다. 2060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 2008년 장기추계의 인구통계적 가정은 2030년 이후 합계출산율 1.28명, 기대수명은 남자 82.9세, 여자 88.9세 등이다. 실물경제 변수로는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4.1%에서 장기적으로 2060년대 이후 0.7%로 둔화되고, 그밖에 장기 실질임금상승률 2%대 중반, 장기실질금리 2% 내외, 2020년 이후 물가상승률 2%, 2030년 이후 기금투자수익률 4%대 등을 기본가정으로 삼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시경제변수나 투자수익률 등에 대한 가정은 합리적인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는 출산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1% 이하(2050년 이후)로 하락한다고 가정했다. 잠재성장률을 3%대로 추정하고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는 다소 비관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동력인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경제전망전문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2011년 10월 전망에서 2031~204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을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1.7%보다 더 낮은 1.6%로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 급격한 고령화의 진행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의 진행이다. 2008년 국민연금재정 추계에서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라 2050년 이후 기대수명을 86세로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유엔은 2100년에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90세(남자 86.5세, 여자 92.8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 기간의 시차는 있지만 국민연금 추계의 가정보다 평균수명이 4년 정도 더 길다. 더불어, 유엔은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율(65세 인구/14~64세 인구)이 2009년 14.7%에서 2050년 62.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 다음으로 고령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된다.

의료기술 발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에는 2050년 이후의 급속한 기대수명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비율이 늘면서 수급자가 많아지면 연금수입이 줄어드는 동시에 보험료 지출이 증가해 수입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된다. 국민연금의 고갈은 결국 정부재정 악화로 연결된다. 2008년 국민연금 장기추계에 따르면 2044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기 시작한 이후 수지적자 규모가 2050년 99조원, 2060년 365조원, 2070년 534조원, 2078년 657조원 등으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고령화로 인해 적자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적자는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2012년 예산안 규모가 326조원이고, 앞으로 재정규모가 커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지원은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연금적자가 현실적인 문제로 불거지기 이전에 연금개혁에 착수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거시경제 정책을 통한 성장률 제고, 출산율 장려, 투자수익률 제고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2008년 재정추계에서는 출산율이 정부 목표대로 1.6명으로 증가되면 4년, 투자수익률을 1%p 높이면 9년 정도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여기에 더해 인구고령화와 경제성장률 둔화를 반영하면 오히려 2008년 전망보다 국민연금 고갈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도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 비해 낸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이다.

저소득층은 전체 보험료의 3~4배 수준, 고소득층은 1배 수준 정도를 돌려 받는다. 저소득층에 유리하기 때문에 주부, 학생 등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임의가입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득이 적은 가입자나 임의가입자의 증가는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준비 부족
이같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월평균소득의 40%(소득대체율=노령연금/월평균임금)를 받도록 설계되었다. 이와 같은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에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해야 받을 수 있다. 연금납입 상한 연령인 60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할 경우 20세부터 가입해야 평균소득의 40%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젊었을 때에는 대학교육, 군입대 등으로 사회진출이 늦다. 나이가 들어서는 정년퇴직 연령이 빨라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퇴직할 수밖에 없어 근로기간이 길지 못하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납부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신규 취업자의 평균 연령은 25.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LG Business Insight 2011년 6월 15일자, ‘캥거루 자녀 부모의 은퇴 준비기간 단축시킨다’ 참고). 민간기업의 통상적인 정년인 55세까지 근무할 경우 근로기간은 30년 정도이다. 2011년 8월 기준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89만원, 2011년 2분기 기준 월평균 가계소득은 371만원이다. 이와 같은 임금이나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3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받는 연금은 각각 75만원, 89만원으로 소득대체율(국민연금/월평균임금)은 26%, 24% 수준에 그친다. 부부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월평균 150여만원(2006년 LG경제연구원 추정 148만원, 2009년 국민연금연구원 국민노후소득보장패널조사 146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에서 가장 높은 소득구간인 월평균소득 375만원 이상이 되는 가입자가 30년 동안 가입하여 받는 국민연금은 88.9만원이다. 앞에서 추정된 필요한 노후생활비의 60% 수준이다. 국민연금을 통해 받는 노령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이외의 다른 소득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보완할 수 있는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 강화
연금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노후 최저 소득수준을 보장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민연금 이외의 노후대비 수단을 확대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사적연금의 활성화 정책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3층 연금구조 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3층 연금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사적연금의 활성화는 아직 부진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재정부담을 경감하고 국민들에게는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강화이다. 사적연금은 관련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 가에 따라 확대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퇴직연금의 경우,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개인연금의 경우에도 자발적인 가입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연금에 대해서는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되는데, 앞으로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각각 별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공제한도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연금납입액의 소득공제 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연금 납입액의 소득공제 확대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연금가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 변화로 인해 당장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고령자 빈곤에 따르는 재정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장수(長壽)’가 ‘위험’이라는 단어
‘장수(長壽)’가 ‘위험’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는 시대가 되었다. 100세 시대를 축복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다(2011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서베이). 물론, 100세 시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건강이다. 하지만 건강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노후 자금에 대한 걱정이다. 공적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100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 국민연금은 가장 안정적인 노후 수단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경제환경이 달라지고,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도입되었다. 그만큼 다른 나라들의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안정적인 구조와 제도를 가지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출산율과 더 빠른 고령화 사회 진입속도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당장은 아니지만,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고갈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이 앞으로 40~50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제도 개혁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는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연금개혁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오히려 연금개혁에 따른 충격이 적을 때에 국민들의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새로운 경제환경과 인구통계 변화를 감안하여 국민연금에 대한 수급상황과 고갈시점을 다시 추정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면서 연금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금개혁에는 상당한 갈등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경우 파업이나 시위와 같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면 개인들의 자발적 노후준비를 유도하고 연금개혁에 따른 충격을 장기간에 걸쳐 흡수하면서 계층이나 세대 간의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엘지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