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대안포럼은 지난 3월 6일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한편,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는 에너지대안포럼이 지난해 6월 창립 후 정부의 에너지계획 및 전력수급계획을 재검토하고 전력 수요관리와 원전 단계적 축소의 기술적, 경제적 가능성을 분석·검토한 결과를 담은 것이다.분석은 에너지 장기수급 모형인 LEAP(Long-range Energy Alternatives Planning system)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분석대상은 2030년까지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전력 수급체계, 온실가스 배출량, 투자비용, 고용효과 등이다. 시나리오 분석에 활용된 인구전망치, GDP 성장률 및 유가 전망 등은 모두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채택했다.
 <재난포커스 - 편집자 주>

전력수요 저감
(1) 전기요금 정상화
본 연구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매년 1% 인상하여 가정 부담을 완화하고, 전력 소비 비중이 큰 산업용 전력은 시급성을 감안하여, 전기요금을 차등적으로 매년 3%, 2%, 1%씩(2012-2015년: 3%, 2016-2020: 2%, 2021-2030: 1%)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전력요금(실질가격 기준) 정상화를 통해 원가를 회수하고, 2030년에 가정용 요금은 2009년 대비 21% 상승하고(2009년 OECD 수준), 산업용 요금은 2009년 대비 37% 상승(2009년 OECD 유럽 수준)하게 된다. 가격탄력성을 적용한 전력수요 전망은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표수요 전망과 거의 유사했고, 이 경우 전력 수요는 연평균 1.44% 증가한다.
반면에 정부 기준(Reference) 시나리오에서는 제5차 전력계획상의 기준 수요 전망을 2030년까지 연장하여 적용하였다. 실제로 독일은 2010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시장 266억 유로, 일자리 36.7만개를 기록하였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비해 단위전력(GWh) 생산 당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특히 매립가스발전과 태양광발전은 3~4배 더 많은 고용효과가 있다.

(2) OECD 평균 전력소비 수준 달성
이 시나리오는 전력요금 정상화뿐만 아니라 수요관리 정책 강화를 통해, 2030년까지 1인당 전력소비량이 OECD 회원국의 450ppm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준을 달성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 경우 전력 수요는 연평균 0.14% 감소한다. 대안 C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1인당 전력소비량을 OECD/유럽 회원국의 450ppm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저감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 경우 전력 수요는 연평균 1.51% 감소한다. 환경부(2004년)는 전력 수요관리 목표를 유럽의 현 1인당 전력소비 수준으로 제안한 바 있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전력공급
2030년까지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정부는 기저전력으로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확충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기준 시나리오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원 구성을 고려하여 작성하였다. 반면에, 대안 시나리오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추가 건설을 줄이면서, 재생가능 에너지와 가스복합화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2012년 현재 가동 중 또는 건설 완료된 원자력발전소는 23기이며, 5기를 건설중에 있으며, 2024년까지 추가로 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부지당 4기 이상의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신규 원전 후보 부지를 2곳 선정한 상태이다. 정부 기준 시나리오는 정부 계획을 반영하여 2030년까지 발전량의 59%를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반면에, 대안 시나리오는 기존 원자로의 수명까지 사용후 폐기하거나 건설중 원전까지만 허용하고 이후 더 추가하지 않는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에 필요한 전력은 다양한 재생가능 에너지원과 가스복합화력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2030년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운전 기간 동안)을 분석한 결과, 정부 기준 시나리오는 2018년까지 배출량이 증가하다가 원전이 확대되면서 배출량이 2009년 대비 약 10% 감소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치로 인한 토지이용면적의 증가와 시나리오별 온배수 배출량의 증가를 분석한 결과, 토지이용면적은 A1, A2, B2 시나리오에서 증가하고, B1, C 시나리오에서는 감소하였다. 온배수는 대형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의 감소로 인해 대안 시나리오들에서 정부 기준 시나리오보다 적게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용 효과
발전 부문 총 누적 비용(2010~2030년)은 정부 기준 시나리오와 비교하여, 비용은 기회비용이 아니라 물리적 비용을 분석하였으며, 연료비용, 설비에 대한 자본 비용, 운전유지비용,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반영되었다. 효율 개선비용, 원전 폐기 및 사후처리비용, 토지 임대비용, 백업 설비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비용 항목 중에서는 연료비용이 57~64%를 차지하면서 가장 비중이 높다. 누적 비용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에서도 정부 기준 시나리오보다 약 14% 정도 더 높은 수준인 점은 전력 수요 저감이 크게 기여하였으며, 화석에너지원의 가격 인상과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2030년에 1인당 소득이 4,188만원(비용은 모두 2005년 화폐가치 기준)로 2009년 2,014만원 대비 2.1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할 때, 정부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발전 부문 비용의 최대 14% 증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시나리오별 장단점 비교
재생에너지 발전량, 온실가스 감축, 총 비용, 고용 효과 등 각 에너지 대안의 기대 효과를 종합하여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긍정적 기대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에너지 대안 실현을 위한 정책 제안
우리는 ‘2030 에너지 대안’의 선택과 실현을 통해 한국이 임박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 온실가스 감축, 신성장동력 육성 및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행하리라 기대한다. ‘2030 에너지 대안’ 실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정책과 조치를 제안한다.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 수립
- 전기요금 결정시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사회적 비용을 적극 고려
IEA는 낮은 전기요금이 한국의 전력 소비를 조장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 개선 정책의 성공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전력시스템 확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 반영 등을 우선 고려하여 전기요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물가안정)와 지식경제부(산업경쟁력)로부터 독립적인 규제적 전기요금 결정체계가 필요하다.

-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 수립 및 전압별 요금체계, 탄력적 요금체계로의 조속한 전환
2030년까지 가정용 전기요금을 현재 OECD 평균 수준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재 OECD 유럽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인상한다(실질가격 기준). 원가 및 사회적 비용 반영,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고려하여 요금 정상화의 세부 수치는 조정될 수 있다. 보편적 에너지서비스 측면에서 저소득층 수용가에 대한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용도간 교차보조를 해소하고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을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한다. 단기적으로 연료비 연동제를 조기에 정착하여 원가 상승 요인을 요금에 신속히 반영하고 수요관리와 공급 비용을 고려하여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제를 각각 소규모 수용가와 소규모 사업용까지 확대 적용한다.

에너지 효율개선 
- 전기냉난방을 가스냉난방이나 유류로 바꾸는 연료대체 촉진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전력으로 유류나 가스를 대체한 사례가 급증했다. 겨울철 최대전력부하에서 난방용 전력의 비중이 2004년 18%에서 2010년 25%로 급증하였다. 전기요금 개편과 함께 규제와 지원을 통해 전기냉난방을 가스와 유류로 다시 대체하여 국가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특히 여름철 가스 잉여를 해소하고 냉방전력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가스냉방 보급을 확대한다.

- 가정·상업용 건물의 단열 기준 강화 및 효율 개선
EU는 에너지 효율 정책에서 건물의 단열 개선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가정, 상업, 공공 등 건물은 우리나라 에너지의 약 24%를 소비한다. 서울같이 산업 비중이 적은 도시에선 건물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를 훌쩍 넘는다. 건물에선 여러 용도로 에너지가 쓰이지만 대개 건물 에너지의 약 60%가 건물 에너지 효율과 직결된 냉난방과 조명에 사용된다. 에너지절약형 건축물 기준의 강화와 시행을 통해 건물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 최저소비효율제 및 보급 지원 강화를 통한 고효율기기(전동기, 인버터, 조명 등) 보급 확대
전동기, 인버터, 조명, 펌프/변압기 등 주요 전기용품을 고효율기기로 교체한다. 전동기처럼 최저소비효율제를 적용하고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시켜 나가면서 기존 기기 교체를 위한 보급 지원도 동시에 강화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선 삼상 유도전동기가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40%를 소비한다. 일반전동기를 최저소비효율제 등을 통해 효율이 4% 높은 고효율전동기로 70% 교체할 경우 약 4,639GWh, 현재 발전량의 1.17%(설비량으로는 1,208MW)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적·사회적 구조 형성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시행을 위해서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에 ‘공급의무자의 의무이행비용 보전’ 조항을 신설하고 2012년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RPS 이행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결국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볼 때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투자와 운영에 다수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재생에너지재단을 설립하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 중·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병행
미국을 중심으로 RPS가 시행되고 있지만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매우 성공적이고 인기있는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로 2010년 현재 61개국과 26개 주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2010년 영국이 RPS에서 FIT로 바꾸었고 2011년부터 중국, 일본도 FIT로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를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FIT하에서 2008년 전년에 비해 7배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276MW)가 설치된 적이 있다.
시민과 조합이 참여하는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려면 FIT가 존속되어야 한다. RPS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면 FIT를 RPS와 병행하는데 큰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없을 것이다. FIT의 병행 실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원자력으로부터 출구 전략
- 원자력 출구 전략 수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전략 기구 구성
일본은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고 54기 원전의 수명을 40년으로 제한하여 2050년이 되면 모든 원전이 폐쇄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을 줄여가면서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대체하기 위한 ‘혁신적인 에너지 환경 전략’을 수립 중이다. 이미 독일(17기 중 8기 폐쇄하여 9기), 벨기에(7기), 스위스(5기) 등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원전 폐쇄 전략을 결정하고 이행 중이다. 원전 탈피가 새로운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닌 정책임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는 최종 결정 이전이라도 원전의 추가건설 계획 백지화, 수명 후 원전의 폐기에 초점을 맞춘 원자력 대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원자력 안전규제 및 비상 대책 강화
일본의 원전 추진론자들은 “일본 기술자들은 우수하고 일본 원전은 미국형이나 러시아형과 달라 안전하다”는 주장을 반복하여 ‘일본 원전만은 안전’하다는 근거없는 신화를 퍼뜨리다가 후쿠시마 사고를 겪게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비상대책과 피난대책이 느슨하고 허술하여 피해를 더욱 키웠다. 국내 원자력계의 태도와 원자력 안전 수준도 일본과 다를 바 없다. 국내 원자력 안전규제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에 우호적인 인사 중심의 현행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전면 개편하고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 원자력 정보의 투명한 공개
후쿠시마 사고 수습과정에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주요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하여 물의를 빚은 바가 있다. 원자력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원자력에 대한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통제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범정부기구인 에너지환경회의 산하에 ‘비용 등 검증위원회’를 설치하여 원자력 비용을 분석·공개한 바 있다. 원전의 발전단가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 관심을 고려한 활동이었다. 국내에서도 원전 비용뿐만 아니라 베일에 가려진 핵연료사이클의 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홍보와 교육을 수행하는 원자력문화재단은 폐지해야 한다.

 에너지, 기후변화를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정부 부처
- 에너지기후변화부 혹은 환경에너지부 신설
동자부가 상공부에 흡수된 이후 에너지 정책이 산업 발전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에너지 체제는 점점 더 취약해졌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지경부의 이전투구도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수급과 재생에너지 업무 등 에너지 업무를 산업부서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여기에 영국과 호주처럼 환경부의 기후변화업무, 국토해양부의 건물 및 교통의 에너지 효율 규제, 외교부의 기후변화협상 업무 등을 통합하여 (가칭)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한다. 정부 조직 개편의 여건과 방향에 따라서 에너지 행정을 환경행정과 통합하면서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가칭)환경에너지부가 총괄하는 개편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자들의 참여를 통해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에너지전환을 위해 요구되는 정책수단들을 구체적으로 개발하여 이행하도록 한다.          

 출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