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컬럼
항공 재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공사 및 항공감독기관은 항공기사고대응매뉴얼은 물론 테러, 화재, 폭발, 정전 등과 연계된 복합 재난에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이 필요하다.
<재난포커스 -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학박사 이재웅>

새로운 재난발생에 대비 위기대응 매뉴얼 개선 및 구체화 필요
지난 3월 27일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철통같은 경호와 보안 속에 전 세계 53개국 정상들이 인천공항, 김포공항, 서울공항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입·출국하였고, 핵안보정상회 기간 동안 모든 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 회의 폐막 시 고농축우라늄(HEU)의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11개 항목의 서울코뮈니케(정상선언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번 서울회의의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북한 장거리 로켓발사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정상들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 행사의 중요한 성과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G-20 정상회의에 이어 국제안보분야의 세계 최대의 정상회의를 주관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외교적 역량을 업그레이드한 큰 성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이 항공선진국으로서 ICAO 권고안을 98.57% 까지 수용하여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인정을 받았다. 정부와 공항공사가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김포공항을 비롯한 나머지 14개 공항은 한국공항공사가 공항의 운영 및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국과 각 지방항공청에서 정책결정과 감독업무를 하고 있지만 항상 새로운 재난발생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의 최신화 및 구체화가 필요하다.우리가 예측 가능한 재난에는 ‘재난위기대응매뉴얼’을 작성·운영하여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면 되는데,  2010년 4월에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같이 예측하지 못한 고공의 화산재로 유럽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고, 항로를 변경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항공 대란으로 여러 형태의 직·간접 충격으로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작년 11월에 국립방재연구원에서도 국제화산방재세미나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백두산이 겨울에 폭발하면 화산재가 8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 12시간 뒤 일본에 상륙해 항공운항이 마비되고 동북아 지역에 항공대란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태양활동 극대기가 예상되고 태양 흑점 폭발 등 우주기상으로 인한 각종 재난의 위협이 증가되는 것을 감안하여, 기상청에서는 금년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우주기상 예·특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는 우주입자폭풍으로 인해 미국-인천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북극항로가 다수 변경되기도 하였다.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필요한 시점
이같이 예기치 않은 재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적 보험전문 금융업체 마시 앤드 맥레넌은 보고서를 통해 아이슬란드 화산재 사태 후 BCP를 보유한 기업이 그렇지 않았던 기업에 비해 효과적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정상 상태로 빠르게 복귀했다고 분석했다. 업무연속성계획(BCP)은 원래 경영의 개념인데 재난이나 위기 상황 시에도 국가나 기업의 업무활동이 중지되지 않고 핵심기능을 유지하면서 응급대응(emergency response)으로 정상적 업무를 진행하여 최단시간에 회복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재난·위기관리의 기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BCP의 절차를 살펴보면 재난이나 위기발생시 그 위험성(risk)을 평가(assessment)하고, 이것이 업무에 미치는 업무영향성분석(business impact analysis)을 하여, 핵심적인 업무기능이 지속되면서 신속히 정상 회복을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사전 교육·훈련을 통해 재난·위기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자연재난이나 인적원인에 의한 재난·위기 상황은 사전에 그 징후를 정확히 예·경고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재난 앞에서 아무 대책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다. 2000년대부터 우리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재난상황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신속히 수습 및 복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집행계획 수립 및 ‘재난위기대응매뉴얼’ 작성을 통하여 재난 대응 및 복구 업무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계속하여 왔다.

최근의 우면산 산사태발생시에도 관련단체와 구조구급기관이 왔음에도 지휘체계의 미흡으로 우왕좌왕하여 대응과 복구에 문제점이 노출된 점은 정부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간의 세부적인 토의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6년 11월에 한성항공 소속 항공기(ATR-72)가 제주국제공항 착륙중 앞바퀴 지지대가 부러진 사고가 있었는데, 항공기가 서서히 활주로에 바퀴를 내린 순간 갑자기 항공기 앞바퀴 지지대가 부러지면서 동체에서 불꽃이 튀면서 동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항공기는 100m정도 동체가 바닥에 끌리며 동서 활주로 2100m 지점 유도로 근체에 멈춰 섰다. 이날사고로 승객·승무원 6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했으며, 2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한지 3시간여만에 현장상황이 종료되어 공항은 정상으로 운항되었다. 이날 갑작스런 사고에도 관제탑을 비롯한 공항상주기관들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사고수습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항공기사고실무매뉴얼을 활용하여 항공기 사고에 대한 철저한 준비태세가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기사고실무 매뉴얼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는 사고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수습을 위한 절차서이다. 상황발생시 매뉴얼에 명시된 비상연락체계에 따라 비상소집, 대책본부 가동, 각담당부서별 임무 수행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도록 되어있는데, 한성항공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상황 발생시 사고발생 1분 만에 현장에 대책본부가 가동되고, 10여분 만에 사고현장 초동조치가 완료될 수 있었다.高신뢰도 시스템인 항공, 원자력, 철도 분야의 사고 및 원전정지 사례의 통계를 통해서도 현황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항공분야사고의 약 60%정도는 조종사의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정비와 관제 등의 관련 종사자의 인적 요인까지 포함한다면 사고원인은 거의 70~80%가 인적 요소와 관계가 있다.

항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항공관련 제반 법·규정·기준절차 및 안전활동을 포함한 국가항공안전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있으며, 항공사는 정부의 국가항공안전프로그램에 따라 수립하는 안전관리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에 의해 총괄적인 항공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요즘 선진국에서는 정보·보안안전관리시스템(SeMS, security management system)을 도입·운영하고 있는데 기존의 보안개념에서 업무연속성계획인 BCP절차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사고는 인적·물적인 직접적 피해는 물론, 국가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키는 중요한 국가위기로 간주된다.

항공기 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 절차 매뉴얼 정리 필요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최단시간에 상황을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항공기 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 절차를 매뉴얼로 정리하고 관련기관들의 평소 대비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 수립된 매뉴얼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완벽한 사고 대응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5월 12일부터 3개월간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엑스포 기간 중에 일시적으로 여수공항 국제 부정기편 운항이 증가될 것을 예상, 현재 국제선 항공기가 운항하는 공항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공항운영증명제도를 여수공항에도 시행키로 했다.

공항운영증명제도는 공항운영자가 공항을 안전하게 운영 할 수 있도록 인력, 시설, 장비 및 운영절차 등 안전운영체계를 갖추고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는 체계이다. 국내 및 세계각국의 관람객들의 안전보장과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많은 준비와 지원을 해왔다.

여수엑스포 개최로 생산유발 12.2조원, 고용창출 79,000명, 부가가치 유발 5조 7천억원의 효과와 국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는데, 국격을 높이고 방문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공사 및 항공감독기관은 항공기사고대응매뉴얼은 물론 테러, 화재, 폭발, 정전 등과 연계된 복합 재난에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을 다시 살펴보고 해당업체나 기관, 담당개개인의 세부적 행동계획(action plan)도 필요하다. 또한 실질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비상대응연습(emergency response exercise)이 되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