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수기
이 글은 생존자 사이트(http://shtfschool.com)에서 소개되었던 내용으로 당시 재난 상황에서 생존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저자는 셀코라는 필명으로 보스니아 내전(1992~95) 당시 생존한 사람들의 생존 경험담을 소개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포화 속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소개한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우나가 겪은 재난 이야기
보스니아 내전(1992~95) 당시 많은 생존자들이 살아가면서 여러 어려움을 느꼈다, 그중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는(셀코) 당시 내전에서 살아남은 여성을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전쟁당시 여성은 때로 남자와는 다른 감정과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내가 인터뷰 한 여성의 이름은 Una(우나)이며, 지금은 52세이다. 그녀는 내전 당시 30살이었다. 당시 그녀는 그녀의 가족 모두를 돌봐야만 했다. 우나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일어날 일들이었다. 그녀는 2명의 젖먹이를 데리고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황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수 킬로 밖에서 들리는 대포소리와, 강간, 살인 같은 폭력적인 이야기를 들었지만 동네 근처는 평화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처음,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그녀는 그녀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이 상황을 회피할 방법에 대해 논의를 했다.

곧 그녀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아이들을 안전한 지역(해외의 친지나 다른 지역)으로 보낼 것이냐 아니면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녀가 사는 곳을 떠나지 않았고, 그녀 남편과 함께 집에 머물기로 했었다. 그녀가 전쟁기간동안 가장 우울했던 점은 바로 배고픔이나 위험, 화재, 추위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불확실한 미래였다. 그녀는 당시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도움을 청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옳은 결정이었는지 알수가 없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 그녀가 아이들을 보내려고 했었던 그 장소 역시 생존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쨋든 그녀의 아이들은 살아남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적인 상처(mental trauma)를 가지고 있다.어떤 이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어떤 조직의 도움으로 해외로 보냈는데 아이들은 실종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엔 아이들이 원래 목적했던 곳과 전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었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와 완전히 연결이 끊어진 상황도 발생했다. 부모가 살아남아도 아이들은 전혀 낮선 아이들이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

사람들 평범한 것들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시가 천천히 망가져 가는 것을 봤고, 사람들도 점차 평범한 것들을 잊어 버려갔다고 말했다. 초기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함께 지내려 노력을 했고 이웃끼리 도우며 살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사람들도 ‘평범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점점 살인, 강간, 그리고 다른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점차 그들의 관계는 퇴색되고 나중엔 공포만이 남았다고 말했다.사람들과의 관계는 천천히 멀어져갔고, 그들과 우리라는 단어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인한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음식과 일상이 존재할 때였다.

그녀는 전쟁 전엔 교사였지만, 전쟁이후 다른 사람들처럼 일자리가 사라졌다. 원래대로 유지되던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아이들조차도 가르칠 수가 없었다. 생존 그 자체가 그녀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했다. 혼자였다면 생존했을까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가족들이 함께 했다. 만일 그녀가 혼자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가 정신이 나약한 여자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상황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의 부분에서 커다란 도움이 됐다.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서 득을 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는 생존의 가장 혹독한 부분인 식량과 자원을 찾고, 전투를 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남자들이 했다.

그녀는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 여자들은 다른 부분에 쓸모가 더 많았는데 아이들을 돌보거나 상처를 치료하는 것 같은 일이였다.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폭력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도 당시엔 있었다.생존을 위한 싸움은 사람들을 거의 동물로 만들었다. 어떤 경우엔 그들 혹은 우리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엔 본능적인 것들과 야만적인 것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 이후 그녀는 전처럼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대했나?
그녀는 여자라서 많은 부분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무슨 신사도 같은 이야기인가하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여자들은 그들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돌봐준다던지 요리를 한다던지, 청소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었다.그것으로 인해 여자들은 대우를 받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주변의 남자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해 사격을 해야 할 경우에도 내가 여자라서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을 잘해낸다면 그들은 대우를 받았다. 그녀는 그녀 가족 외에 6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 그리고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수개월치의 식량, 무기를 집에 가지고 있으며 그녀가 경험한 재난과 유사한 어떠한 징조가 보일경우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재난은 나의 삶을 전부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면 ?
그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예측과 뭐든 다를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 상상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고, 이로서 당신이 무얼 해야 한다고 예측해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나는 매우 강한 사람도 무너지고, 약한 사람이 강해지는 것을 봐왔다. 전쟁 전엔 정말로 강하던 사람이 맨 처음 무너지게 된다. 나 역시 부서지고 깨진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의존을 하는 부분이 있었고 나는 내 역할을 해야만 했었다.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유지했지만 내 맘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셀코는 그녀와의 인터뷰 중, 그 같은 상황에서 강인함을 발휘하고 문제없이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어떻게 처신을 했는지 ?
위생문제라든가, 여성의 신체적 청결문제 같은 것은 없었나? 물부족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켰나?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녀는 전쟁 기간 동안 위생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것들, 즉 아이들을 뭘 먹일 것인지, 어떻게 식사를 만들 것인지 이런 마음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장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별한 방법은 단지 눈을 감고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식의 모든 생각과 걱정거리를 버리는 것이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 남편이 모든 것이 끝장날 것처럼 걱정을 하거나 혹은 거기서 어떻게 견뎌 나갈지를 생각했을 때, 그녀는 전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 가장 큰 걱정은 식사를 어떻게 만들지, 아이들을 어떻게 보온을 유지할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은 남자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작은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그녀를 미치지 않게 해주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팬케익을 먹고 싶다고 하면 하루 종일 팬 케익을 어떻게 만들까 궁리를 했으며 팬케익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이건 특별한 팬케익이란다” 하고 아이에게 말을 해주는 미션으로 자신의 하루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당신이 기대하던 대로 이루어진 일이 있는가?
그녀는 생존당시 뭘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완전히 막다른 골목인 것이다. 그녀는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와 그녀 가족은 생존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음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전쟁기간동안 믿음을 잃고 되찾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럴 때 그녀에게 의지와 힘을 주고 평범함을 잃지 않도록 해준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누군가 돌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모든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shtfscho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