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야기
지난 2006년 지진으로 인한 일본열도 침몰을 그린 영화가 제작돼 화제가 됐다.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였다. ‘지진강박증’을 앓고 있는 일본 내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방대한 스케일과 그래픽효과는 지진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는 데에는 성공했다. 2012년 일본은 지금, 영화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재난포커스 - 편집자 주>

일본 후지산 붕괴와 일본
지난 5월 10일 일본 후지산(富土山: 3776ｍ)이 지진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일본열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이 10일 보도에서 일본 후지산이 지진으로 인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후지산이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활성단층 위에 위치, 지진이 발생하면 산 자체가 붕괴하는 거대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지난 3년간 일본 문부과학성이 후지산의 지하 지층을 조사한 결과 동쪽 기슭의 고텐바시 부근 지하에 숨어있는 단층을 발견했다며 도쿄대 지진 연구소의 사토 히로시 교수가 이끄는 조사팀은 이 단층이 수십만 년 전 이후 화산 분출물로 형성된 지층을 움직인 흔적이 있어 활성단층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길이 약 30㎞의 역단층인 이 활성단층은 하단이 후지산 바로 밑, 깊이 10여㎞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단층이 규모 7급 이상의 지진을 일으킬 경우 충격으로 후지산의 동쪽 사면이 붕괴되고 대량의 토사와 진흙이 산사태로 흘러내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산 자체가 붕괴하는 경우 분화를 동반하면 사전에 알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붕괴되면 주변 주민이 피난할 여유가 없어 방재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이 일본은 침몰의 공포라는 단어 앞에 전 국민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침몰’이란 영화와 일본 현실
앞서 언급한 ‘일본 침몰’이란 영화 역시 이런 침몰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일본 스루가만에서 강도 10을 넘는 엄청난 파괴력의 대지진 발생을 시작으로 도쿄, 큐슈 등 전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전역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미국은 일본의 지진에 대해 일본의 지각 아래 있는 태평양 플레이트가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 면에 급속하게 끼어들어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열도가 40년 안에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지구과학박사 타도코로(토요카와 에츠시)는 이러한 미국의 가설에 의구심을 갖고 독자적으로 조사를 벌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다량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성, 그것이 윤활유 작용을 통해 태평양 플레이트의 움직임을 가속화시켜 정확히 338일 후 일본이 침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각료들은 국민을 외면한 채 해외로 도망가기 바쁘고,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 역시 하늘로 바다로 피난로를 찾아 떠나느라 전국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러는 사이 해일과 분화에 더욱 강해진 지진으로 희생자는 시시각각 늘어나고 타도코로는 일본을 구할 최후의 카드를 내놓는다. 바로 일본열도와 플레이트 사이에 가공할 위력을 지닌 ‘N2’폭약을 투여, 열도와 플레이트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작전을 수행하던 중 대원과 함께 ‘N2’폭약을 잃게 된다. 더욱이 후지산의 대분화로 1억 2천만 일본국민을 위협하는 가운데, 잠수정 파일럿인 오노데라(쿠사나기 츠요시)는 목숨을 걸고 일본을 구하기 위해 깊은 심해 속으로 들어가 작전을 성공시키지만 결국 오노데라는 목숨을 잃는다.

‘지진강박증’ 일본의 현실 여실이 나타나
영화 ‘일본 침몰’은 1973년 발표된 코마츠 사쿄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대규모 지진이나 화산폭발에 대한 공포감을 현실화시켜 일본 전역이 바다 속으로 침몰해가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초대형 재난 영화다. 사실 일본이 자신들의 땅이 지진재해로 인해 침몰한다는 다소 비극적인 내용을 담은 이런 영화를 스스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그 용기가 ‘대단하다’ 해주고 싶었다.
더욱이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결말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는 영웅적인 주인공 한사람의 희생으로 일본을 침몰에서 구하며 끝난다. 무조건적인 일본의 침몰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이 영화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일본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단순히 주인공의 희생으로 나라가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기존의 재난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 때문에 일본 스스로 ‘지진으로 인한 침몰’이라는 소재의 신선함은 영웅주의를 표방한 재난영화아래서 빛이 바래졌다. 만약 비극적 결말이었다면, 영화로 인한 감탄이나 감동 그리고 재난의 무서움을 인식하는데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현실과 영화는 공포가 다르다
재난영화는 스케일이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화산이 폭발하거나 허리케인 몇 개가 날아오는 정도로는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일단 스케일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8천만명이 죽고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물에 잠기게 된다. 특수효과도 헐리웃 영화에 비하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의 미흡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영화 내내 지진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는 것이 전부다. 재난영화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스릴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단순반복적인 화면과 여유와 평화마저 느껴지는 내용들은 재난영화의 긴박함을 느끼기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지진피해를 입고 상황 하나하나가 심각하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짠’하고 등장하는 여주인공과의 멜로 분위기는 영화의 긴박감을 떨어트리는데 일조했다. 스토리가 너무 분리된 느낌이 들어 관객이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침몰’ 희망의 일본 
‘일본 침몰’은 슬픈 영화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지진 때문에 무너져가는 일본의 상황을 영화화 할 정도로 지진강박증을 앓고 있는 일본이 안타깝고, 아무리 영화라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관객들 때문에 우울하다. 그래도 일본은 꿋꿋하다. 영화에서도 일본은 침몰되지 않았으며, 실제로도 건재하다. 더욱이 ‘일본이외 전부침몰’이라는 기막힌 제목의 영화까지 제작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