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란 각종 재난이나 폭력 등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말한다. 이 질병은 주로 천재지변, 전쟁, 신체적 폭행 등에 의한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데, 주요 증상은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 마비 등이 있다. 글｜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학박사 이재웅

탈북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30% 달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재난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1.6%가 PTSD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 중 절반이 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현재 PTSD 피해자들에 대한 마땅한 치료책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자가 1만여 명에 접어들고 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사람이 약 3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었다. 또한 외국 사례로 미 국방부의 분석에는 현역 미군의 자살자가 2012년 6월 3일 현재 154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자살자(130명) 대비 약 18% 증가됐다고 한다.

거듭되는 전선 파견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PTSD)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자살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2009년말에는 ‘전투스트레스통제팀’ 소속의 한 정신과의사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총기난사사건도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자가진단으로도 판단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네 가지 기준 영역은 첫째, 환자는 강력한 두려움, 공포, 무력감의 반응을 일으킬 만한 외상을 경험해야 한다. 이것은 죽음의 위협이나 심각한 신체손상 등의 경험을 실제로 겪거나 또는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 둘째로는 기억의 단서가 되는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회상(영상이나 생각, 지각을 포함), 악몽, 환각의 재현 또는 심리적인 고통과 같은 증상을 재 경험하는 것이다. 셋째, 환자는 외상과 관련되는 생각과 대화를 피하고, 외상이 회상되는 행동, 장소,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또한 감정적으로는 환자자신의 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지나친 각성상태가 되어 자극에 과민하거나 화를 잘 내고, 수면장애를 보인다. 이러한 증상은 최소한 1개월간 지속되고, 환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길게는 6개월 이상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방해받게 된다.

PTSD 환자의 80%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
국내외상성 스트레스연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PTSD 환자의 80%가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한다고 한다. 이러한 PTSD를 가진 환자들에게 발견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은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중독 등을 동반하고, 사회부적응,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정신질환들은 PTSD와 동시에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인 스트레스 세계 1위,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세계 1위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있는 현실이다. 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2020년 질병부담 보고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관련있는 교통사고 3위, 전쟁 8위, 폭력 12위로 발표돼 앞으로 PTSD 유병률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PTSD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PTSD의 진단과 치료는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다양한 증상과 복잡한 정신생물학적인 특징들이 치료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우선 PTSD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지지’인데, 외상사건을 토의하도록 격려해주고, ‘이완’과 같은 대처전략들에 대해 교육을 시켜주어야 한다. 정신치료와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주고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꾸준히 심어줘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외상직후 심리적 응급 처치가 중요한데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와 동료 집단지지 팀에서 사건 발생 즉시 응급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내용은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신과 기본적인 필요 공급(물, 음식, 휴식처 등), 공감과 경청, 인정을 제공하여야 한다. 약물적 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불안을 감소시키고 수면을 개선시키는 벤조다이아제핀 등이 있고, 심리적 치료법으로는 인지 행동 치료가 있는데 외상과 관련 있는 자극이나 불안 반응 매개체에 대해서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인지 재구조화 과정, 노출, 불안 반응관리 등의 치료적 요소가 사용된다.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춘계학술지(2011)에 따르면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정신적 외상으로 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호르몬 작용이 함께 일어나고, 이에 따라 사건 초기에 약물적으로 개입을 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같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경우 ‘행복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티솔의 분비를 억제하는 등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든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특히 노출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외상과 연관된 사건에 대한 상상을 통한 노출과 실제 노출이 모두 사용되며, 분노 조절법이나 이완 훈련 같은 추가적인 기법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감정치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심리학(energy psychology) 중 하나로 인간의 몸과 마음의 문제를 에너지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Gary Craig(2011)는 에너지 심리학의 기본개념을 ‘모든 부정적 감정들의 원인은 인체의 에너지시스템의 혼란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신체의 에너지장과 연결된 생각들이 부정적 감정들과 관련이 있으며, 경락상의 경혈들을 가볍게 두드림으로써 이 에너지장을 변화시켜서 ‘심리역전(psychological reversal)’이 되는 부정적 감정들을 쉽고 빠르게 해방시킨다는 개념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Craig(2011)의 「감정자유기법(EFT for PTSD)」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이겨내기’의 완전한 기본 레시피는 준비작업(set up), 순서두드리기(sequence), 중저두드리기(gemut procedure), 순서두드리기(sequence)를 반복함으로써 PTSD를 치유하는 것이다. 이 기법의 특징은 동양의학의 경락체계를 두드린다는 것과 서양심리요법들의 상상과 말하기(확언, affirmation)을 통합해서 활용하는 것이며, 누구나 짧은 시간에 배우기 쉽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TSD치료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관리 필요
지금까지 PTSD의 증상과 치료방법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PTSD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재난대응전문요원(소방공무원, 경찰, 軍 등)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교육, 치료 및 완화방안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0년 6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66조 4항의 재난피해자 심리상담 지원규정 신설로 시도별 재난심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방공무원을 포함한 구조·구급요원들에 대한 PTSD 예방, 치료 및 완화방안은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제 본격적인 재난철로 접어들고 있는데, 각종 대형재난 발생 대비 재난대응공무원, 軍 및 경찰의 경우에 PTSD 관련 교육은 아직까지 미흡한 현실이다. 그나마 소방공무원의 경우에는 이론위주의 교육 등 PTSD 완화 및 치료 관련 이론적 교육프로그램이 있는 정도이나, 정부는 재난현장 실제구급·구조의 핵심역할을 하는 재난관련요원들에 대한 PTSD 치료·완화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재난전문요원들에 대한 실용적 교육을 시행하고, 안전과 안심이 보장된 수요자 중심의 참교육과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재난전문요원들이 평시 PTSD 예방, 자가진단 및 EFT 등 간단한 치료법을 인지·숙달하여 PTSD로부터 자유롭도록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두려움 없이 재난현장에서 구급·구조작업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파병장병들의 현지 사전적응교육이나, 탈북자의 사회적응전문기관에서도 PTSD 치료·완화 방안을 같은 맥락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다.추가하여, 올해 도입될 재난관리 국제표준인 ISO22300‘Societal Security(재난안전)’의 국내도입으로 우리의 사회안전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를 중심으로 PTSD전문기관 및 전문가들도 모든 형태와 다양한 규모의 적용 가능한 ‘PTSD치료를 위한 통합시스템’을 구축·관리함으로써 재난발생 대비 재난대응전문요원의 건강위험부담 최소화 및 피해자의 효율적인 PTSD 치료와 완화를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