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위기관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미역, 고등어, 장어 등 일부 수산물 품목에서 수입산의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일본산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산은 수입산보다 비싸지만 품질이 우수하다’라는 일본인들의 상식이 점차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관리경영 - 이교진 기자>

한국산 미역, 점유율을 두 배로 높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내 미역 생산의 80%를 차지하던 산리쿠(三陸) 지방은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해 한국산 미역의 수출이 급증했다. 이후 복구공사 등을 통해 예년의 70% 수준까지 생산량을 회복했지만 한국산 미역 판매에는 영향이 없으며 예년의 두 배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 도매회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산 미역의 경우 400~500엔/kg으로 일본산(2000엔/kg)에 비해 1/4에 불과하지만 품질이 뛰어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중 2009년까지 일본 내 수요(40만~50만 톤/년)의 60%를 차지하던 일본 국내산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산 설비와 재고 창고가 모두 큰 피해를 입었으며, 수입산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도매 가격 기준으로 수입산은 800~850엔/kg으로 일본산보다 100~300엔 비싸지만, 올해 4월까지 수입량은 벌써 작년 전체의 60% 수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장어 역시 수입산이 일본산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치어(稚魚)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장어시장 역시 중국·대만산 장어가 일본산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이번 가격역전현상 역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의 문제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라 품질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 ‘국내산’이라는 단어에 불안감
이 같은 원인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소비자들은 ‘국내산’이라는 단어에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세슘 분유, 쇠고기 사건이 터지면서 한때 패닉에 빠졌으며 최근 후쿠시마 현산 쇠고기를 산지 위조해 판매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다시 한번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여태껏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수입산 식품, 품질을 무기로 일본 공략 중으로 수입산 수산물은 점유율, 가격 모두 일본산을 뛰어넘는 품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이 일본의 생산설비 피해로 인한 단순 수입품 대체가 아닌 뛰어난 품질과 소비자 인식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수입산 식품의 일본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일본 지진이후 일본의 소비심리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현재 일본 식품시장은 일본산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