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컬럼
호머 앳킨스는 ‘기초연구란 공중에 화살을 쏜 다음 떨어진 지점에 가서 과녁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했고,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했다. 불완전한 인간은 많은 현대의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며 끊임없는 위험에 처하고 있다. 위험이 없는 사회가 바람직하지만 우리주변에 사건사고는 항시 존재하고 사라지지 않기에 예방과 관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글｜포스코특수강 비상계획관(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학박사 이재웅

21세기의 시작에 가장 처참한 사고 중의 하나인 9.11 테러 발생 후 세계무역센터의 구조구급 및 복구요원(28,962명)을 대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유병률에 대해 약 2~3년간의 설문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관그룹에서 가장 낮게 발생하였고, 소방관과 위생시설근무자, 긴급의료진·의료·재난전문가, 건설·공학근무자 순으로 점차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특정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정부기관이나 자원봉사조직에 속해있는 개인들보다 PTSD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고, 경찰·소방관과 같은 재난안전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그룹에서는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미국정신의학저널, 2007).

지난 위기관리경영(7월호)의 “재난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방안”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아직 PTSD 피해자들에 대한 마땅한 치료책은 보급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시도별 심리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재난위기전문요원 대상 교육 및 소방서별 CISD 전문요원을 위촉하는 등 PTSD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소방·경찰공무원은 재난현장에서 실제로 치명적인 장면들을 목격하고 처리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직업 관련 스트레스가 높고 위협적인 상황이나 다양한 외상 사건에 자주 노출되는데 이러한 요원들이 PTSD에 노출되기 전에 위기관리를 해주는 위기상황 스트레스해소활동(CISD, 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의 활성화와 이것을 시스템화하여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CISD라는 용어는 원래 미국에서 사용되다가 CISM(critical incident stress management)로 발전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초기의 CISD란 용어로 그대로 사용을 하고 있다.

 CISD는 사전적(proactive) 및 사후적(reactive) 체제를 통한 전방향식 접근에 이용되는 One-Team 개념으로, 사전적(proactive) 관점에서는 스트레스 반응 증후군과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을 요원들에게 교육하며 심리적 스트레스장애로 발전되는 것을 예방하고 사후적(reactive) 관점으로는 치명적 사고발생 후 감정치료 및 다양한 사건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문제점 및 개선사항을 환류하는 개념으로 CISD Team을 운영한다. 그런데 언제 CIS Debriefing을 행해야 하는가하는 시점을 살펴보면 하나의 사고가 치명적사고(critical incident)로 식별될 때 즉, 대량의 미성년자 사고나 예측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사고 등이 메스컴에 사회적 주요이슈로 부각될 때 Debriefing 요구를 가능한 빨리 해야 한다.

심적 외상 받은 사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상
CIS(critical incident stress) 증상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심신 양면에 걸쳐 호흡이나 심박수의 증가 등 신체적인 반응과 정신적 악몽, 정서적 불안·공포 등이 나타나고 행동적으로는 집중곤란, 과음 및 과다약물복용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이것은 심적 외상을 받은 사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상이며 이를 감출 경우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충격적인 상황을 겪거나 그 상황을 목격하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세월이 약(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심적 안정을 찾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를 인위적으로 막으려 해도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PTSD가 후유증으로 굳어버리기 전에 조기 대처하여 치료한다면, 수많은 정신과적 질환들 가운데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CISD의 장점으로 업무스트레스 해소, 직장내 사고/실수 최소화, 재해비용 및 업무기본비용 절감, 직원 만족도 및 복지 향상, 위기상황 조기 안정화 등을 가져온다고 한다. 소방서 책임자 및 관계자들은 Debriefing을 위해 주요사고들을 식별하고 인지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위험에 노출된 개인이 식별될 때 가능한 빨리 다른 요원으로 대체하고, 노출된 사람을 사고발생충격이 작은 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구조·구급요원들이 재해(災害)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자신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가 치료법이 있는데  첫째로 운동(조깅, 수영 등),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휴식·수면, 편안한 대화, 심리·감정치유(EFT 등)기법 등이 있고, 둘째로는 동료상담(peer counselling), 셋째는 완화(defusing)방법으로 스트레스의 발산·해소를 목표로 응급처치적인 초기대응을 하는 것으로 이는 재해(災害)를 당한 후 몇 시간 내에 이행하며, 넷째로는 PTSD의 예방적 의미를 가지고 실행하는 CISD방법으로, 이는 치명적인 재해를 경험한 요원을 그룹단위로 묶어서 Debriefing의 전문가 및 리더 주관 하에 실시하는 체험보고회이다.

CISD는 많은 완화방법들 중에 구조·구급 및 응급처치 종사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적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Debriefing을 실시할 때는 자유로운 분위기속에 자발적으로 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타인의 발언을 부정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야 하며 지휘고하를 강조하지 않는 평안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개인의 발언내용에 대해서 외부유출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 또한 충격적인 사고에 노출된 모든 사람은 의무적으로 Debriefing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과정이 종료될 때까지 함께 합류해야 한다. 그리고 Debriefing시에는 사고발생장소를 떠나 분위기가 조용하고 안정적인 학교나 공동주민센터 등을 이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CISD 진행방식 약 30분내지 1시간 정도가 적당
CISD 진행방식은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은 없으나 약 30분내지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일본 동경소방청의 자료에 의하면 Debriefing시 먼저 간단한 체조로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난후 재난현장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체험을 했는지 등의 사실 확인과, 또한 그 상황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사고의 내용을 알고, 그때 어떠한 느낌이 들었는지 등의 감정의 내용과, 사후 스트레스 영향 및 주의사항, 대처방법 등 전문가의 조언 청취, 간단한 긴장해소법과 호흡법을 실시한 후 Debriefing을 종료한다. 미국소방청 자료는 동료에게 자신을 간단히 알리는 소개단계(introductory phase), 사건사고 자체 및 사고동안 상담 활동과 참가자들에 대한 사건설명을 요구하는 사실단계(fact phase), 풍부한 정보제공으로 상담자와 참가자간의 상호 긍정·부정적 느낌 및 중요사항을 공유하는 느낌단계(feeling phase), 참가자 자신이 경험한 스트레스 반응증후를 얘기하고 가르치는 단계(teaching phase) 등이 있다.

‘스토리 편집(story editing)’ 활용 방안 도입
위기상황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Debriefing과는 다른 관점으로 최근 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스토리 편집(story editing)’을 활용하는 방안도 도입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처방’에서 기존의 CISD와는 전혀 다른 처방을 제시하는데, CISD의 방법으로는 고치지 못한 경찰관을 몇 주간 그대로 내버려두다가 며칠 밤에 걸쳐 당시 체험에 대한 가슴속 깊은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 이후 자신의 삶과의 연관성을 직접 글로 쓰게 하는 방법이다. 훈련의 진행자들의 도움도 없이 그냥 그 혼자 나흘밤 정도 글을 쓰게 하는 것이 이 방법의 전부인데, 윌슨은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페너베이커가 개척한 이 글쓰기 요법이 그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한다.

스토리 편집은 그냥 재미난 이야기를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내러티브, 곧 자신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글쓰기만이 스토리 편집요법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을 특정한 내러티브 경로로 유도함으로써 자기아집에 의한 사고(思考) 패턴에서 벗어나도록 변화의 단서를 제공하는 ‘개입’이 필요하고, 먼저 행동함으로써 사고의 전환을 유발하는 ‘선행동(先行動)’이 필요하다. 또한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허용된다면 스토리 편집요법을 Debriefing 방법과 병행·실시해보는 것도 좋겠다.

‘CISD 표준매뉴얼’ 제작·배포 시도별 시행해야
지금까지 재난 및 구조·구급전문요원에 대한 CISD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재 전국의 몇몇 소방서에서는 CISD 예방을 위해 운동치료실, 명상요가치료실, 소리·향기치료실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서울·경기·부산 등을 포함한 주요도시에서 전문 CISD요원들을 위촉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현장 재난/구조·구급전문요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재난/구조·구급전문요원의 안전 확보와 CISD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PTSD 예방을 위한 ‘CISD 표준매뉴얼’을 제작·배포하여 시도별로 시행하게 하고 감독·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시군구까지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협약하고, PTSD 치료 및 전국 재난/구조·구급전문요원의 현황파악, 상호 정보공유 및 구체적/선택적 치료방안 등을 제시해 주는 ‘PTSD/CISD 통합예방시스템’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