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BCP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지진, 해일이라는 자연재해에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사회적재해가 함께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태는 지금까지 사회와 기업이 알고 있던 안전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3월 11일을 경계로 어떠한 안전상식이 새롭게 형성되었는가. 그에 따라 사회와 기업활동의 안전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
<위기관리경영 - 이교진 기자(marketing@di-focus.com)>

자연재해·사회적재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육성
자연재해와 사회적재해 양쪽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방재와 위기관리의 프로그램를 육성해야 한다. 프로그램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교육의 장으로 일본에서 처음 탄생한 것이 칸사이대학 사회안전학부이다. 이 글은 사회안전학부 교수 아베 세이지가 동일본대지진을 교훈으로 기업이 자사에서 육성해야할 위기관리 전문가의 요건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위기관리 전문가의 요건으로써 2가지의 자질을 지적하고, 육성할 때 유의해야 할 5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회사들은 위기관리의 방법을 재고하고,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인재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진재해에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경험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재해가 겹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면, 토호쿠지방의 태평양쪽 연안부를 거대 해일이 덮쳐, 일순간에 큰 피해를 가져온 것 등을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또 지진 후에 수도권 교통이 대혼란을 겪은 사태에 대해서도 많은 기업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전력부족과 방사성물질의 확산이라는 사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체제와 경험으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체제를 재검토하고 상정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도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화된 분야 연결할 인재 필요
그러면 새롭게 어떤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가. 포인트 첫 번째는, 너무 분화된 것에 대한 반성이다. 근대 이후 학문은 분화돼 지식을 쌓고 발전해왔다. 특히 이공계는 그 경향이 두드러지고, 지금은 학부에서 4년동안 배우는 것만으로는 전문 분야의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기 어렵다.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전문 분야라는 우물에 갇혀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시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자신에게도 밀접한 분야인데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분야간의 「이음새」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현상이 자주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에도 그랬었고, 이번에도 그렇다.

예를 들면 통신회사의 통신시설 중에 기기과 설비는 지진으로 파손되지 않았는데도, 외부의 전원 등이 손상을 입어 통신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같은 설비의 주요한 부분은 지진발생을 생각하여 견고하게 만들어도 담당자 사이의 사각(死角)이 발생해 시스템의 「이음새」인 곳, 즉 주변부에서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파로마공업의 제품사고가 그랬다. 이는 2006년에 발각된 일로 파로마공업의 순간온수기의 일산화중독이 1985년부터 20년간 28건이나 일어나 2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고였다. 기계공학의 전문가인 오자와 마모루 교수(현재는 사회안전학부의 부학부장)에게 검정을 의뢰했는데 가스기구 자체의 구조와 설비에는 결함이 없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파로마에는 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서비스업자의 불법개조 때문에 사고가 잇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제품의 점검과 회수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공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어도 회사의 조직운영을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일본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2000년에 발표한 「안전학의 구축을 향해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간단한 공학적 접근만으로는 안전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존의 안전공학의 틀을 넘는 것 보다 폭넓은 입장에서 안전문제에 대처하는 학문, 즉 ‘안전학’의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알기 쉽게 말하면 ‘이과분야와 사회, 양쪽 모두 알고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일본의 학교교육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단계에서 학생을 이과계와 문과계 중 한쪽으로 나누어버린다. 그 때문에 양쪽 모두 알고있는 인재는 기르기 어렵다. 기업의 안전을 둘러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양쪽 모두 알고 있는 ‘리스크매니저’의 육성이 힘들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매니저의 일은 위기 시에 대표를 대신해 지휘를 맡는 것이 아니다. 위기 시에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간부이다.

리스크매니저는 현장에서 들어오는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적절한 정보를 경영진에게 전달해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면 좋은지를 어드바이스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좌역인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의 경우 사장은 짧으면 2년, 길면 10년이 지나기 전에 교체된다. 그 중에서 리스크매니저가 정보를 정리해서 대표에게 제공하는 체제가 정착되어 있는 기업은 위기관리를 어느 레벨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자질과 적성을 가진 인재를 리스크매니저로 등용하면 좋을까.

의욕과 결단력이 있는 인재를 등용한다
등용할 때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사원에게 리스크매니지먼트에 적합한 “의욕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불상사가 일어난 다른 회사의 기자회견을 보고 “왜 저런 기자회견밖에 할 수 없었는가. 자신의 회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질이 있다고 본다. 그런 사원은 기업의 내부에서의 시점뿐만아니라 사회 측면에서 어떻게 비춰지는가 하는 시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직은 일상적으로 “사회에서 보면 어떨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라고 신입사원들에게 질문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생기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상정외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즉시 결정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리스크매니지먼트는 평상시에 상정외 사태와의 싸움이다. BCP(사업연속성계획)를 책정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준비해두어도, 반드시 그에 포함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때 냉정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최적의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만 한다. 즉, 정밀하게 매뉴얼을 만들면서도 그 매뉴얼에 묶이지 않는 유연성을 겸비해야 한다. 탁상공론을 좋아하고 매뉴얼의 조문해석을 고집하는 인물은 현실 대응이 어렵고 적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리스크매니저를 키우는데는 사내의 환경정비가 중요하다.

유의해야 할 5가지 점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대표자의 리스크에 대한 의식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 기업의 ‘안전문화’는 대표자의 안전에 대한 생각에 따라 정해진다. 고객명부 유출사건에 대해 50일간 통신판매 프로그램 자숙을 실시한 쟈파넷 다카타의 다카다 아키라 사장과 석유온풍기의 결함에 따른 사망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전량회수를 지시한 마츠시타전기산업의 나카무라 쿠니오 사장(당시)의 자세가 모델로써 참고가 될 것이다.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오늘내일 매상과 직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기업에 대해 사회에서 기대하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평가를 높이는 것이다. 대표는 항상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리스크매니저는 하나의 직무가 아니라 모든 업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실수 중 하나는 매스컴대응을 하는 홍보과와 관리부분의 총무과에 리스크 관리의 직무를 두는 것이다. 작업 로테이션의 일환으로 그 시기에 그 직무를 맡은 사원에게 리스크관리를 시킨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조직체제에서는 리스크관리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적성에 관해서 말한 것처럼 리스크매니저에는 무엇보다도 ‘의욕’이 필요하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원이 10~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처 연구를 쌓는 것으로 간신히 리스크 감각이 뛰어난 리스크매니저로 자란다. 또 리스크관리를 홍보와 총무의 일로 결정해버리면 시야가 좁아진다. 영업, 인사, 기획, 재무 등 회사내의 어느 부서에도 각각 고유의 리스크요인이 있다. 리스크매니저는 여러 부서에 배치하여, 각 부서의 리스크를 밝혀내 문제해결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BCP의 작성에 종사한 멤버를 중심으로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대기업이 이미 BCP를 작성하고 있다. 자사의 리스크의 파악하던 사원들은 일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핵심 멤버로서 좀더 멤버를 확대해 기업 전체의 리스크매니지먼트를 생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네 번째, 회사 밖의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사내에 앞장서서 일을 추진할 사람이 없으면 3개월부터 반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불러 리스크매니저 제도의 구축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섯 번째, 개인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직장 상사는 리스크매니저가 업무시간 중에 위기관리세미나 등에 스스럼 없이 참석하고, 개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 유료 세미나를 듣고 싶다고 한다면 참가비용과 여비 정도를 회사측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의지가 있는 사원을 백업하자
칸사이 대학에서 리스크매니저 제도를 신설했을 때, 리더가 되는 직원에게 월에 얼마간의 금액을 지불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와 말해보면 “그럴 필요는 없다. 수만엔 정도의 수당이라면 자신의 일이 그정도 가치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오히려 의욕이 사라져 버린다”라고 하여 그만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로 리스크매니지먼트에 의욕을 가진 사원이 있으면 조직은 아낌없이 그것을 백업해야 한다. 인원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도 좋다. 2000명의 기업에서 이런 리스크 감각을 가진 사원이 10~20명 정도 있으면 그 기업의 위기관리는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탈선사고를 일으킨 JR서일본에서도 사내에서 “이런 체계로는 안된다”라는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한 중견사원들이 있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사원의 뜻을 조직이 살릴 것인지 버릴 것인지이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는 기업은 사라져간다. 기업의 외부환경이란, 소비자의 요구를 의미한다. 제조업이라면 물건만들기, 소매업이라면 다양한 상품과 제안력, 서비스업이라면 원하는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은 외부환경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현재는 이를 비롯해, 유사시에 고객에게 회사가 어떠한 설명을 할 것이고, 이해와 납득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만약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도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기업은 리스크매니지먼트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그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안된다.  

출처 : 닛케이 비즈니스
글 : 아베 세이지(칸사이대학 사회안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