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컬럼
2012 여수엑스포가 국내외 관람객 800만명이 넘은 가운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고, 런던올림픽(세계5위)으로 인해 우리 국가의 위상도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한층 더 높아진 시기에, 우리 서울도심의 한복판인 국립현대미술관신축공사장에서는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위기관리경영 - 포스코특수강 비상계획관(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학박사 이재웅>

안전은 위험을 볼 수 있는 만큼 확보된다
우리는 ‘안전은 안심의 확보이고 위험을 볼 수 있는 만큼 안전이 확보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안전(安全)의 한자적 의미로 보면 ‘여인이 갓을 쓰고 걷듯이 조심스럽고 임금이 출입하듯이 튼튼해야 한다.’ 는 뜻이 담겨있다. 화재원인은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시설의 부족과 비상시 안전장치의 부실부분 등을 볼 때 안전불감증 및 안전관리소홀 등의 책임회피는 어려울 것 같이 보인다. 감독기관은 작업자가 항상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도록 안전공정관리지침에 의거 철저한 감독과 통제를 해야 하는데, 자칫 공사기간에 쫓기어 서둘러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우선순위가 뒤바뀌거나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유사한 사고로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여 40명의 희생을 가져온 대형참사가 있었다. 사고원인은 우레탄 가스가 가득 차 있던 밀폐 창고공간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불똥이 튀면서 대형화재로 번진 것이다. 우레탄 발포와 용접작업을 수행할 때는 시간과 장소를 엄격히 분리해서 작업해야 하는데, 공사현장의 안전문화 즉 안전의식이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형사고가 발생될 때마다 많은 비난을 행정부처나 시공사에 쏟아내고, 담당부처는 그 비난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일시적인 정책들을 양산해 낸다.

그러다가 여론이 잠잠해 지면 그 정책들은 이내 사라지거나 흐지부지하는 것을 수시로 보아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위험(Risk)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거나 일상적인 업무로 간주하지 않고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간주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또한 위기관리에 대한 법령, 조직과 인원·장비, 그리고 관리체계가 미흡한데서 기인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들 수 있겠다.

항공감독 검사관들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안전문화 확산 필요
현재 항공분야의 안전 및 위기관리는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구, 항공안전본부)이 주도하고 있다. 항공분야의 위기관리체계는 항공법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과 권고,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상응하는 국제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년간 많은 노력을 통해 항공안전분야의 제도, 법령, 교육 등 투자를 통해 국제수준에 도달하여, 2011년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안전수준이 세계1위를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여전히 항공기 사고·준사고를 접하는 항공운송산업 종사자와 일반인, 관련 정부부처에서의 인식은 사고의 원인을 조직문화 또는 국가문화에 접근하기에는 축적된 지식이 아직은 조금 부족한 상태이다.

또한 위기에 대한 예지는 정보수집량과 수집범위에 좌우된다. 정부는 항공안전의 증진을 위하여 끊임없이 법·제도 개선, 주요항공안전관련 내용을 항공기 운영자나 소유자에게 신속하게 고지 및 전파하고, 공항안전 검사요원들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공항에서의 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에 의하면 지난 7월 항공기 사고 등 안전사고에 대한 정보와 이와 관련한 비강제적인 권고 사항인 항공안전주의보(Korea Aviation Safety Alert)제도를 웹에 도입 후 국내 한 항공사가 동종항공기에 대해 점검한 결과 동일결함들이 발견되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 1년간 ‘Aviation Brief’라는 정보지를 국내 항공사 및 업체에 고지하여 안전개선효과 및 안전업무 홍보를 하는 등 항공감독기관으로서 안전에 세심한 배려도 기울이고 있다. 항공분야가 과거의 관행에 의한 실적주의를 지양하고 실질적 위험관리 차원에서 정부부처, 공항공사 및 항공사 등 검사관들의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안전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공항내 화재 및 테러 발생할 수 있는 취약지역 선정
공항운영과 관련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요구사항은 공항의 운영부분에 대한 제도 및 인력의 전문화로 특정　지울 수 있다. 특히 구조·구급 및 소방부문은 숙련된 전문가에 의한 운영 및 인력관리를 요구하고 있다.공항내 화재 및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지역을 선정하여 정밀감시 및 소방시설 정상작동 여부와 비상상황발생시 행동요령 등 재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태세를 항시 유지해야 한다. 소방위기관리분야는 외부업체와 같은 비전문적 기구로 운영하기보다는 내부 조직화를 통하여 평상시 위기관리를 효율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안전 점검관의 체크리스트는 가급적 점검의 내용이 충실히 설명되어 있어야 하며 분야별로 세분화 및 입력정보의 자동분석화가 필요하고 점검관의 점검행위 또한 처벌은 지양하고 행정지도 측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의도적인 관리소홀에 대해서는 과감한 규제가 있어야겠지만 전체적인 위기관리측면의 고려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위기관리체계 평상시 항공안전에 대한 위험 예방하고 대비해야
항공안전에 대한 위기관리체계는 평상시 항공안전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대비해야 하며, 대형사고가 발생된 후에는 원활한 수습 및 복구를 통해 인명 손실이나 재산 피해를 감소시키는데 주력한다. 작년 7월에 발생한 아시아나 화물기 사고조사 중간결과가 지난 7월말에 발표되었다. 최종보고서가 나오기까지 향후 2년여가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여 재발방지에 주력했으면 좋겠다. 사고전후의 항공기 상태를 알려주는 블랙박스 장비를 수거하지 못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애로가 있는데, 동일한 기능을 가진 FDR(Fight Data Recorder)을 추가로 항공기에 장착하여 하나는 현재 위치에 부착하고 다른 하나는 자동 사출되거나 수동으로 사출(Ejection)시킬 수 있도록 해서 전투기 조종사가 낙하산 탈출을 하듯이 사출을 시키면 사고 발생 시 위치파악이 용이하여 사후 원인규명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본다.

위험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고 조사와 수습을 원활히 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항공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항공정책실을 주축으로 항공안전 위기관리체계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되지 않도록 반복 훈련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또한 항공관련 자료(Data)와 정보는 거의 대부분이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변환이 되었지만, 전문화된 Checklists 중 중요부분의 암묵지(Tacit Knowledge)에 대해서도 후속 종사자 및 연구 인력들이 자유롭게 형식지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보로 변환도하고 지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면에서 형식지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항공·제조업 등 특수산업에서는 업무의 형식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옛날 도공이 대대로 한 개인에게만 전수하여 주던 고려청자 굽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유출되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여 관리하면 된다. 안전관리업무는 완벽한 것보다는 차근차근 진행하여 행동화 할 수 있는 안전관리가 더 효율적이다. 우리가 사고 조사를 수행할 때 한 사람의 희생양을 찾는데 주력한다면 항공안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으며, 또 다른 주요재앙을 예방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공군의 항공기 사고조사를 보면 안전조사위원회(SIB, Safety Investigation Board)에서 사고조사를 하는데, 조사 중에 형사상 문제점이 발견될 시는 곧장 사고조사위원회(AIB, Accident Investigation Board)에서 조사를 전담하게 된다. 특히 高신뢰도체계인 항공분야의 안전은 관계자의 어느 한 부분만으로는 안전을 향상 시킬 수 없으며 항공사, 제작사, 운항승무원, 정비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사, 규제당국, 군(軍), 학계, 보험사, 정부당국 등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항공재난 효과적 대응 위기상황예측 되어야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한 발표에 따르면 재난 및 사고로 인해 기업의 주요 IT시스템이 파괴될 경우 금융업의 경우 2일, 유통업은 3.3일 제조업은 5일 이상 시스템의 복구가 지연된다면 그 중 25%는 즉시 파산하며, 40%는 2년 내에 파산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기업에게 있어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 생산이나 영업 등과 같은 경영 프로세스를 지속하는 데 장애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계획 및 준비를 하는 사업 복구 및 재개 계획’이다. 항공산업의 재난, 재해 및 각종 사고에 대한 국내외적 대응방식은 지금까지는 예방보다 주로 사후적인 복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현재 다양한 기후변화나 태양흑점 폭발, 예기치 못할 여러 가지 재난과 사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당국과 항공사는 위기상황예측에 따라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주요 피해를 최소화하여 위기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는 체계적 프로세스인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대한 추가·보완사항이 없는지 심층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항공재난에 대비한 BCP의 궁극적 목적은 분명하다.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각종 재해 등과 같은 잠재적 위험과 그 수준을 파악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설정함으로써,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업의 계속성을 확보하여 기업의 주요자산과 수익창출능력을 보호하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고객과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유지·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위기상황에 대해 동일한 BCP가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항공산업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BCP의 대상 설정, 직간접 효과의 분석, 기업 전략과의 일관성 및 아웃소싱, 전사적인 공유와 참여, 반복적인 훈련과 환류, 대외홍보 및 Media Communications 전략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실 BCP의 도입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CEO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는 것인데,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진(지진해일), 화재, 테러 등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인적·물적 피해는 물론 국격 및 기업이미지손상에도 아주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용과 낮은 사용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Top Management로 하여금 BCP의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