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각 지역 재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태풍이 올 때 마다 각 지자체는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피해가 났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시군 및 지자체의 경우 자연재해에 대한 지역안전도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재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관리경영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농작물 피해액 등 실제 피해액 1조원 대에 달할 것
연달아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으로 우리나라에는 전에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됐다. 짧은 기간 동안 가족, 친구, 학교, 직장 등 대한민국 국민의 대화와 관심은 온통 ‘태풍대비’였다. 이 같은 태풍의 위협은 그 피해도 컸다. 지난 ‘볼라벤’과 ‘덴빈’ 등 릴레이 태풍으로 인한 전남지역 재산 피해액이 2002년 태풍 ‘루사’ 당시의 4127억원을 넘어선 4327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16호 태풍 산바로 인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한 전남지역 태풍 피해액은 국가재난관리시스템(MDMS)에 최종 입력된 결과 사유시설 2292억원과 공공시설 2035억원 등 총 4327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유시설은 주택 2746동 317억원, 비닐하우스 등 농림·축산시설 965억원, 양식시설 등 수산시설 623억원 등이다. 이재민도 2027가구 4002명이 발생했다. 도로, 항만, 학교 등 공공시설은 2482곳이 무너지거나 부서져 2035억원의 피해를 봤다. 시군별로는 수산 양식시설이 밀집된 완도가 792억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장흥 373억원, 진도 352억원, 신안 353억원, 해남 306억원 등 순이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 집계는 각종 시설물 피해에 국한돼, 낙과 등 농작물 피해와 양식어패류 등 수산물 피해를 더한 실제 피해액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컨대 전남도는 이번 태풍으로 넙치, 조피볼락, 돔류, 전복 등 수산 양식생물 5억마리가 폐사, 피해액이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작물 피해 역시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지만 규모는 엄청나다. 7566ha의 논과 밭이 침수됐으며, 백수(이삭마름) 및 염해 피해를 본 벼논도 5만8478ha나 됐다. 농작물 쓰러짐 피해도 벼 928ha, 고추 1731ha 등 7326ha에 달했고 낙과 피해 역시 배 3808ha, 단감 1919ha 등 7470ha나 됐다.전북도 경우 태풍 ‘볼라벤’, ‘덴빈’ 피해조사 결과 총 피해액은 1,052억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시군별 피해액은 고창 339억, 정읍 97억, 남원 96억, 부안93억, 완주 80억, 군산 86억, 김제 62억(이상 특별재난지역), 익산 59억, 장수 32억, 순창 32억(이상 국비지원대상지역), 전주 30억, 진안 19억, 임실 14억, 무주 9억원 이다.

태풍의 영향권에 자주 접하는 제주도의 경우도 피해액은 572억여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제주도는 9월 17일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대한 중앙합동 피해조사 결과 총 1958건572억34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공시설 피해가 203건 469억9500만원, 사유시설은 1755건 102억3900만원으로, 사유시설 146억1600만원, 공공시설 659억8000만원 등 당초 피해 집계액보다 233억6200만원이 감액됐다. 이는 보험 가입이나 지원제외대상 사유시설과 소상공인 피해금액 43억7700만원이 감액되고 항만 피해 등 피해물량 과다와 피해단가 착오계상 등으로 공공시설 피해액 189억 8500만원이 감액된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도 경남, 경북, 중부지방에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일부 시군 자연재해 지역안전도 낮은 등급
이같이 최근 들어 태풍과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에 따른 재난 피해가 급증하고, 태풍이 올 때마다 연례행사로 대규모 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지만 일부 시군의 경우 자연재해에 대한 지역안전도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난 대응책의 재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지난 9월 2일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1994년~2008년 동안 전국 시도별 재난 피해 발생 내역을 보면 강원도의 경우 7조2159억원, 경남 4조6410억원 등 많은 지역이 자연재해로 큰 재산피해를 입었다. 또한 전국적으로 총 176회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1524명, 재산피해가 25조 4132억원, 이재민이 31만4368명, 농경지 및 도시 침수가 65만6430ha, 건물침수가 40만5393동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4명으로 전년(6명)에 비해 배로 증가하고 최근 태풍 볼레벤과 덴빈의 여파 등으로 인해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자연재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기초 지자체의 도시기반시설인 하천, 하수도 등 방재시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지역안전도 진단 결과 통영시 등은 하위수준인 4등급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각종 재해·재난과 관련된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복구비 규모와 연구개발(R&D)예산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난 관련 R&D 투자계획은 지난 2011년 1492억원으로 2010년 대비 13% 증가했으나 정부 R&D 예산(14조9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미약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는 연평균 3조1000억원이 지원되어 피해 규모 대비 1.5배가 소요됐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지만 더 큰 재난으로 번지지 않도록 잘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도권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지방의 안전취약지역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위기대응능력 한계 보여”
한편 “예고된 태풍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복구과정에서도 늑장대응 등 한계를 보인 것은 국가 위기대응능력이 여전히 후진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황주홍 의원은 9월 5일 국회 농식품위 태풍피해 관련 현안질의를 통해 이번 태풍 대비 및 복구 과정에서 국가의 위기대응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황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제15호 태풍 볼라벤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접하면서, 재난대비 복구 능력이 아직 후진국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며 ‘선진국형’ 혹은 ‘글로벌 스텐다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요원하다”며 “지자체장의 열의와 노력에 따라 대응과 복구가 천차만별이어서는 안되는 만큼 국가차원의 ‘컨틴전시플랜(위기대응책)’이 제시되고, 실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연재해에 따른 2차 정전피해, 피해 조사 및 지원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황주홍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 태풍피해 과정에서 피해주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정전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복구과정에서 보여준 한전의 무책임한 태도에 피해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 지역구인 장흥과 강진, 영암의 경우도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3개 군 32개 읍면 전체에서 정전피해가 발생 3개군 전체 6만6천 가구의 70% 이상이 정전피해를 입었지만 적적한 대책은 미흡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 같은 점을 볼 때 정전피해 대응체계를 기반으로 정부의 자연재해 대응의지와 대응속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하며 특히 한전의 타성적 늑장대응과 지각투입문제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회안전학회 김진항 회장도 “태풍, 재난 등 국가 위기관리 상황에서 재난정보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관련 기관의 경우 재난정보제공에 대해 소극적인 것이 문제”라며 “각 지역의 공공기관의 재난관리 역할증대와 필요시 공동피해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