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위기관리 2000년대 들어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족의 해체로 소외감이 늘어나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성장저하와 고용불안, 경쟁 심화가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LG경제연구소가 청년 실업, 높은 자살률, 저출산 국가위기상황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상실우울증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010년 기준 4.3조원, 자살에 따른 손실액도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미래에 다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어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관리경영 - 이정직 기자>
노동인력 공급 심각한 차질 LG 경제연구소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성장세가 뚜렷이 낮아지는 가운데 인적자본 축적 측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추세가 심화되면서 출산율이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조만간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노동인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청년 고실업이 고착되면서 청년들이 노동을 통해 근로능력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면서 우울증과 자살 인구가 늘어나고 안정추구 및 도전정신의 쇠퇴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LG 경제연구소는 성장률 저하와 함께 동반된 현상은 출산율의 하락과 청년실업의 확산이라고 지적하고 “197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구미 선진국들은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비율인 2.1명 아래로 낮아진 바 있다. 이후 정부의 다양한 출산제고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출산율은 평균 1.7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함께 청년실업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현재까지도 청년층 고실업이 고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고 말했다.
청년실업의 문제점 이같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급등했던 청년실업률이 이후 다소 진정되었지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5세~29세 평균 실업률은 1990~97년 평균 5.5%에서 2000년대 평균 7.3%로 높아졌다. 청년 실업률 수치 자체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은 편이지만 이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낮은 데 기인한다. 취업이 되지 못한 청년층이 실업자가 되기보다는 졸업 연기나 추가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비경제활동 인구가 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휴학을 하고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의 수는 2009년 말 기준 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업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
LG경제연구소는 “경제위기나 급격한 성장 둔화시기에 수요가 위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교육하여 필요한 인력으로 만들기보다는 교육이 필요 없는 중년층을 고용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며 “그러나 경제 전체의 측면으로 볼 때 청년층의 고실업은 미래 노동력 제공 기간이 더 긴 청년층들이 직업을 통해 훈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함으로써 인적자본의 축적을 저해하게 된다” 고 말했다. 또한 청년층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인적자본 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의 경험으로 기술과 숙련도가 떨어지고 또 실업기간이 해당 인력의 낮은 생산성을 반영한다는 인식 등에 의해 미래에도 실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취업 시에 받게 되는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인 낙인효과(scarring effect)도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 통계를 보면 2008년 대학졸업자들의 취업과 임금경로를 분석한 결과 대학졸업 후 2008년까지 실업상태였던 청년층은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에 비해 2010년의 임금이 월평균 43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취업자 평균 임금이 229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실업의 경험으로 임금이 약 20% 가량 낮아진 셈이다.
낙인효과 개인적인 측면 소득 상실 낙인효과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득의 상실이지만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면 숙련기회 상실에 따른 노동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만약 청년기의 모든 연령층에서 동일한 비율로 낙인효과에 따른 소득상실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69.3만명에 달하는 청년층 유사실업자 전체의 소득 상실 규모는 2011년 기준 2.8조원 규모에 달한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될 경우 근로의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예 취업 자체를 포기하게 되어버리는 청년층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 일자리를 가지지도 않고 교육을 받고 있지도 않은 청년층을 일컫는 말로 니트족(NEET)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영국에서 만들어낸 조어인 니트는 원래 취업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하지 못하는 16~18세 청소년층을 일컫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니트족의 범위는 15~34세 인구로 확대되었고 일하려는 의지가 없고 사회적 관계나 성공에 대한 무관심한 청년층을 대변되는 용어가 되었다. 일본의 니트족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약 1.5배 늘었으며 특히 25~34세 연령층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년층 연령의 후반대 니트족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결국 청년실업의 장기화가 근로의지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근래 들어 니트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니트수는 1995년 51만명에서 2010년에는 1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학력자의 니트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청년층 대부분이 고학력자가 되고 경제 성장세는 낮아지면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근로의욕을 잃고 구직을 포기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니트족의 활동상태를 살펴보면 ‘그냥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이 35%로 가장 다수를 차지해 인적자본 손실의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
| |
 |
|
이 같은 사회현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들어 우울증과 자살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인구 10만 명 당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0년에 475명에서 2010년에는 1,071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진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설사 우울증으로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사회적 편견과 낙인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전국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 인구의 1.1%에 불과한 반면, 일년 중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18~64세)의 3.0%로 추정되고 있다.
우울증의 증가와 더불어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수) 역시 빠르게 높아져 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이후 다소 감소하다가 2000년도 이후 다시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기준 자살자수는 인구 10만 명 당 31.2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일 평균 42.6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더욱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자살률이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기변동과 자살의 밀접한 상관관계 자살은 2000년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8위에 해당했으나, 2010년에는 4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연령이 상승할수록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증가율은 20대, 60대 이상이 높았으며 연령별 사망 원인 순위를 보면 40대 이상은 사망원인 1위가 암인 반면, 10~30대는 자살이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수와 자살자수가 증가한 원인으로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족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될 수 있다. 특히 노인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노인 빈곤 문제를 야기하고 노인 자살률이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경제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바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스트레스와 우울 강도가 높아졌다. 1984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살자수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0.7로 나타나, 자살이 경기변동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살충동을 느끼게 된 원인으로 10대는 성적과 진학문제를, 60세 이상은 신체적 질환을 가장 많이 지목했으나 20대부터 50대까지는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크게 꼽았다. 특히 최근 들어 20대 후반 청년층의 자살률이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2000년대 장기화된 청년고실업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및 자살 인적자본 형성 저해 우울증의 증가는 국가의 의료비 부담을 초래할 뿐 아니라 생산성을 하락시켜 질적인 측면에서 인적자본을 감소시킨다. 또 우울증이 심각할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자살자수의 증가는 노동력을 감소시켜 양적인 측면에서도 인적자본 형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수는 2000년 22만 명에서 2010년 53만 명으로 늘었으며 관련 진료비도 5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거나 집계되지 않는 치료방법은 직접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므로 실제 의료비용 부담은 더 높을 것이다.
| |
 |
|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받는 비율이 37.7%(2011년 기준)로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의 빠른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개인의 의료비나 국민보험 재정에 점차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을 겪게 되면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휴업이 잦아져 생산력이 감소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우울증 환자의 평균 작업손실일수 등을 고려할 때 2010년 우울증으로 인한 작업손실 비용은 약 6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2000년의 2조 5천억 원, 2005년 5조 2천억 원에 비해 빠르게 높아진 수치이다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질 경우 개인 및 사회적 충격은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다. 1983년 자살자 수가 집계된 이후 누적 자살자수는 2010년 현재 약 20만 명에 달한다. 연령별 자살자수와 국민소득 통계를 이용하여 자살에 따른 국민총생산 감소분을 계산해보면 2010년 기준 약 5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10년 GDP의 0.4%에 달하는 수치이다. 우울증과 자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앞서 추산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자살자수의 10배로 알려져 있는 자살 기도자의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살이 또 다른 자살을 부른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살예방지침서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이 5~10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족 가운데 자살자가 있는 경우 자살 가능성이 4.2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민들의 우울증은 사회적 책임 우울증이나 자살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임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비율은 낮지만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드러나 있지 않은 우울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려움 없이 우울증을 치료받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신과를 통하지 않고도 직장이나 학교에서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우울증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우울증도 신체 질환과 같이 일반적인 병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홍보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살시도 경험자나 자살우려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실패 시 사회적 안전망 전무 LG경제연구소는 “안정추구 성향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며 “안정추구 성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정신이 줄어들고 새로운 부문을 개척해나가는 것들이 소홀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또 “경기가 침체되어 기회가 사라지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또한 실패 시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하고 다시 일어서기 힘든 사회에서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 말했다.
LG경제연구소는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고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새로운 부문, 혁신적인 부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 제도를 재정비하고 실패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파산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며 “안정적인 직장에 청년층이 몰림으로써 인적자원이 낭비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회 전반적인 지대를 축소시키는 방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