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컬럼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연휴 하루 전날(9월 27일) 구미 국가4공단에 위치한 휴브글로벌에서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불산가스가 누출되어 5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하였다.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미국산업안전보건원(NIOSH, National Institute of Occupational Safety & Health)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불산(불화수소산, 강한 자극성)은 19.51℃ 이상의 온도에서는 기체로 존재하며, 불산의 인체노출 영향은 액체상태의 불화수소가 피부에 닿는 경우와 기체상태의 불화수소 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거나 눈, 피부 등을 통해 접촉되면 신체에 장해를 일으키게 된다. 용액이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공기 중의 불화수소에 노출되면 눈과 호흡기에 자극증상이 생겨 심할 경우 상기도에 출혈성의 궤양과 폐수종을 일으킨다. 또한 고농도의 불화수소 기체를 많이 흡입했을 경우 폐수종과 전해질 이상을 나타내어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위기관리경영 - 포스코특수강(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비상계획관 공학박사 이재웅>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일으킨 휴브글로벌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일으킨 휴브글로벌은 최근 3번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었는데 관할기관인 구미지청(대구지방고용노동청 산하)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나타났다. 10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주영순 의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건상 위반 사항을 권고하거나 요청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의 원인은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커지게 된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작업자의 작업절차 불이행, 회사의 초동대응 미흡, 현장 투입 소방대원의 화학유해물질에 대한 사전지식 부족 및 정부 대응 미흡 등이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1건의 중대사고가 나기위해서는 예비 징후로 29건의 경사고와 300건의 준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결과론적인 일이지만 불산 작업 전에 개인보호구(보호안경, 보호의, 송기마스크 등)를 착용하고 작업을 했더라면 금번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사 부주의로 불산이 누출 되었더라도 올바른 장구착용으로 인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며, 신속하게 밸브차단을 하여 대형피해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또한 추석연휴기간 동안에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사고수습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많이 아쉽다.

피해주민들의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불산 누출 시 주민대피 방송도 늦었고 회사에서는 연락자체도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거의 본능에 의해 안전한 지역으로 자체 피신을 했거나 마을 이장이 불산 누출 대피방송을 해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불산 누출 초기상황에서 회사자체의 매뉴얼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회사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거나, 또한 인근 소방서에 연락을 할 때도 사전에 화학유해물질 취급주의사항을 미리 알려 줌으로써, 초기에 현장의 소방대원들이 불산 가스 누출에 대한 지식과 위험을 인지하고 난후, 적절한 장구를 확보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었을 것이고, 불산누출 후 밸브 밀봉할 때까지 걸린 시간(약 8시간)도 많이 단축됐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었더라면 피해사항도 훨씬 최소화 되었을 것이다.

현장활동 벌인 소방공무원 대상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
정부는 10월 8일부터 동지역을 「특별재난대책」지역으로 지정하여 환경관리 및 주민 건강보호 대책 등 사고수습을 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10월 16일 현재 구미 피해지역의 대기, 수질, 토양 및 지하수 등에서는 불산이 불검출 또는 기준치 이내로 검출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환경단체에서 점검한 피해주변지역 농작물의 불산 농도수치와 상이하여 좀 더 세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10월 18(18:00시)일자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상황보고서에 의하면 현재까지 사망 5명(공장직원 4, 펌프수리업체1), 검진·치료 11,280명이며, 재산피해는 농작물 212ha(379 농가), 가축 3,937두, 차량 1,944대, 건물부식 282건으로 집계되었다.

검진·치료숫자가 증가되는 것은 피해주민이 건강상의 우려로 인해 재진료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 인원은 당분간 증가될 전망이다. 또한, 소방방재청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 현장에서 현장활동을 벌인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및 위기상황스트레스해소방안(CISD, 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등의 정신건강 관련 검사비 및 치료비를 국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지원되는 예산은 소방공무원이 직업적 특성으로 늘 충격적인 사고현장을 목격함으로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쉽게 노출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소방방재청이 2012년에 5억8천5백만원을 확보하여 ‘소방공무원 정신건강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산에서 지출된다고 한다. 외상장애가 있는 소방대원의 치료 이후에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개선사항이라고 하겠다.

화학물질 전반적인 개선대책 마련해야
환경부는 보도자료(10월 11일)를 통해 분야별 지원기준 및 복구계획에 의한 조치를 지속추진하고, 화학유해물질 누출사고 매뉴얼 점검, 독성가스시설 안전관리실태 점검, 사고 탱크로리 추가검사여부 방안 논의, 주민생계지원 분야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10월18일까지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구미 불산 누출관련 4차에 걸쳐 관계(15개기관) 차관회의를 개최하여 피해에 대해 시가에 상응한 합리적 지원을 하는 등 지원기준, 분야별 지원현황 및 향후계획을 논의하는 등 복구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를 포함한 5개 정부부처의 위험물질 취급업체 안전관리실태를 자체 점검한 결과를 토대로 위험물질 안전관리 취약부분에 대해, 국무총리실 주도로 정부합동점검을 추진한 후에 자체점검 및 정부합동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법령 미비·보완 사항, 화학물질 관리체계 누락사항, 관리·감독 실태 등 전반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효율적으로 재난안전업무를 실시하는 방안 필요
옛날 우리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다. 피해주민들이 다시는 이런 사고로부터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없도록, 이번 불산피해의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Trauma)를 완전히 치료해 주고, 현재까지 입은 재산적·환경적 피해보상과, 정부의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주기를 피해주민들은 바랄 것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정부의 통합적 대책이 나오겠지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의 홈페이지에 유독성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대처법을 게재하여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평시에 국민들이 유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이해와 대처사항을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앱(App)을 개발·보급하거나 해당부서의 웹페이지를 활용하여 게재·홍보하도록 하면 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로는 소방공무원의 화학유해물질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주요 화학물질 사고 발생 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도 중요하지만 구조구급요원들이 먼저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당사자는 물론 구조대상자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효과적인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다. 셋째, 화학유해물질이나 위험물 취급업체가 실질적인 자체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유해물질 취급업체 및 요원은 평소에도 유해물질 관리를 잘 해야겠지만, 만일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충분한 지식과 함께 실제비상대비훈련을 해서 몸에 익혀둬야 한다. 머리에서만 머무르는 지식은 실제상황에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매년 을지연습 같은 대규모의 종합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문제점을 보완·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담당자들도 용기저장상태, 안전장치 및 작업표준 등을 재점검을 하고, 이번 불산 누출과 같은 유해물질 누출 또는 폭발상황이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사고사례를 자기화(自己化)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위험물 취급업체는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재확인하고 위기상황에 대비한 충분한 검토·보완이 있어야겠다. 넷째, 재난안전사고 발생 시 지휘·통제를 하는 Control Tower 역할을 하는 정부부처가 필요하다. 현재 자연·인적 재난은 소방방재청이, 사회적 재난은 행정안전부가 총괄부처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기반체계 관련 재난발생시 행정안전부가 총괄하지만 그 외 재난발생 시 주무부처에서 주관을 하고, 사태가 확산되거나 부처간 공동대응이 필요한 사태일 경우 중앙재난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설치·운영한다. 이번처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는 사고발생 시 초기부터 신속하게 국무총리실이나 사회적 재난의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여 효율적인 중재로 현안해결을 했더라면 정부의 초기대응미흡 및 늦장대응이라는 책망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째, 현재 지식경제부에 등록되어있는 분야별 지식인재풀(Pool)을 적극 활용하여 이번과 같은 시간적 여유가 없고 전문적인 지식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 분야 전문가의 정확한 자문이 있었다면, 대피한 주민들의 조기귀환 또는 소방대원의 적절한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현장작업을 하는 등의 혼선과 오류를 방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끝으로, 현재 소방방재청 상황실과 행정안전부의 재난위기종합상황실을 공간적·기능적으로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재난안전업무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현재 소방방재청 상황실에 파견되어 있는 정부부처는 산림청, 경찰청, 기상청, 한국수력원자력 등이고 행정안전부 재난위기종합상황실에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국방부, 고용노동부에서 사무관급 이상의 전문요원이 파견되어 상황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상황실이 행정안전부 장관 지휘 하에 공간적·기능적인 통합과 관리가 이뤄진다면, 상황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보고는 물론, 단일화 된 지휘·통제체제로 그 효율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