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컬럼
지난 10월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하여 뉴저지와 뉴욕일대를 초토화시키고, 110여명의 사망자와 55조원 이상의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혔다. 그런데 이 지역의 피해복구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동부지역에 강풍과 눈비를 동반한 해안성 폭풍 노리스터가 북상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고,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복구에도 많은 지장을 주었다.
<위기관리경영 - 포스코특수강(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비상계획관 공학박사 이재웅>

CISD, PTSD 예방교육 등에 의한 직·간접효과

 그러다가 균형이 깨지면서 소진단계(Exhaustion)로 진전이 되고,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의 자료에 의하면 1977년부터 2011년까지 임무 중 순직한 소방대원의 수는 평균 100명 이상인데, 최근 3년간은 60~70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프 상으로는 정확히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소방대원의 화재진압장비 및 소방진압복 등의 최신화와 구조·구급요원들에 대한 CISD, PTSD 예방교육 등에 의한 직·간접효과가 있는 것 같다.

소방 및 구조·구급요원 일반인들보다 외상 노출 위험 높아
11월 2일 인천 물류창고 화재현상에서 한 베테랑 소방대원이 고립되어 순직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는데, 사고이후 소방방재청은 2013년까지 소방대원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원 위치추적시스템’을 개발·보급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10여명의 소방대원이 공무 중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늦었지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소방대원 및 구조·구급요원은 일반인들에 비해 외상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高위험군에 속하며, 화재진압이나 구조 중에 동료의 사망·부상을 목격했을 때, 육체적·심리적 위축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이들이 구조 활동 중에 어린이 관련 사망을 목격했을 때에도 상당한 외상성 스트레스(Traumatic Stress)를 겪게 된다. 외상사건을 겪은 모든 사람이 PTSD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정상으로 회복이 되는데 개인의 성격이나 체력, 집안내력 및 컨디션 등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외상사건 후 1개월 이내에 PTSD와 증상이 비슷한 급성스트레스장애(Acute Stress Disorder)를 경험하게 되고, PTSD의 증상지속 기간이 3개월 이상 계속되고 호전이 되지 않으면 만성(Chronic) PTSD로 진행을 하게 된다.

가슴보다는 브레인으로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 해야 한다

 위기상황 스트레스 해소활동
지난 8월호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위기상황스트레스해소활동(CISD)이라는 용어는 초창기 미국에서 사용하다가 나중에 위기상황스트레스관리(CISM, Critical Incident Stress Management)로 변화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초기 용어인 CISD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위기상황스트레스관리(CISM) 속에 Tool 중의 하나로 CISD가 활용되고 있다. 위기상황스트레스해소활동(CISD)은 One on One(1:1)이나 분산(Defusing), 가족지지(Family Support)등과 같은 기법을 동시에 활용하면 효과가 더 크다. CISM의 목표는 소방대원 및 구조·구급요원이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완화 및 개인과 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대원들의 위기상황 반응에 대한 노출 및 교육을 통하여 스트레스의 유해성을 감소시키고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CISM이 요구되는 시기는 소방대원이나 구조·구급요원이 공무 중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 및 자살을 했거나, 대형 자연재난이 발생되었거나 어린아이의 사망을 목격한 경우, 사고현장의 희생자가 구조요원의 친척 또는 친구인 사건의 경우에 많은 실망감과 자괴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때에 CISM이 개최된다. CISM 팀 구성을 할 때는 정신보건전문가(Mental Health Professional)와 동료 리더(Peer Leader)가 필요한데, 정신보건전문가는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및 간호사 등이며, 동료 리더는 구조·구급팀, 소방대원, 경찰, 의사 및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위기상황 스트레스 해소활동 7단계 구조
위기상황스트레스해소활동(CISD)은 소개, 사실규명, 생각/느낌, 반응, 증상, 교육 및 재도입의 7단계 구조로 되어있다. 미국은 CISD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심호흡법 및 순간 긴장이완법 등을 실시하는데, 간단한 체조를 실시하여도 무방하다. 참여자가 앉을 때는 둥근원형(Circle Turn)이 적당하며, 회의 중에는 상·하간 계급이 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도입(Introduction)단계에서는 팀 소개 및 디브리핑 취지 및 과정 설명을 하고, 사실규명(Facts)단계에서는 참여자가 당시 무엇을 보고 듣고 했는지를 참여자의 시각으로 경청한다. 생각/느낌(Thought/Feeling) 단계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당시 생각을 회상(Recall)해 내도록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무엇 때문에 이 상황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인식했는지?

또는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반응(Reaction)단계에서는 그때 가장 나쁜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지? 가능하면 현재 그 당시 장면에서 느낌이 어떠했는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증상(Symptom) 단계는 참여자가 그 당시 인지한 비정상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보통상황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무엇인지를 표현하게 한다. 교육(Teaching)단계는 스트레스 해소법, 증상에 따른 처치 및 추가 정보 등을 알려 준다. 소방 및 구조·구급요원들의 스트레스 대처법으로는 먼저, 문제의 근본원인을 식별하고 직장 안팎의 친분관계를 발전시킨다.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식별하여 불가항력적인 것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출구전략으로서 저널을 작성하거나 운동 및 대화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 재도입(Re-entry) 단계에서는 간단한 질의 및 요약을 실시하고 종결을 하면 된다.

국내 CISD/CISM은 아직 완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CISD/CISM은 아직 완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금까지 30년 이상 연구해온 미국도 적합성에 대해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등에서는 사후검토과제(AAR, After Action Review) 방법을 도입하는 등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소방 및 구조·구급요원은 위기상황에 많이 노출된다.

CISM 전문가들도 절차를 제대로만 준용하면 위기상황스트레스 감소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의 미드랜드의 소방서장인 Vaughn Donaldson이 CISD/CISM 관련 연구들을 분석하여 도출한 몇 가지 교훈을 소개하면 첫째, Ground Rules 등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 둘째, 상황판단이 정확히 안 된 상태에서는 위기상황스트레스해소활동을 시작하지 말라. 셋째, 참여자의 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비인가 외부인의 참석을 금지해야 한다. 넷째, CISM은 일회성의 해법이 아니므로 1:1 및 분산(Defusing)과 같은 기법을 병용하라. 다섯째, 위기상황개입을 정신병리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려고 시도하지 말라. 여섯째, 동료리더는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곱째, 치료기준(Standard of Care)에 따라 치료를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미국의 CISD/CISM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화재 및 구조구급요원의 안전·안심을 확보하고 CISD/CISM 프로그램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교훈을 잘 인지하고,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장비 최신화, 스트레스해소시설 확보 및 지속적인 교육을 한다면, 소방 및 구조·구급요원의 정신건강·안전보장은 물론 국민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